30일 새벽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길 들머리에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도로 교통통제만 됐어도 이런 참사는 안 일어났을 겁니다.”
15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두고 인근 상인들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참사였다고 입을 모았다. 참사 현장 인근의 담배가게 직원 김형준(20)씨는 30일 <한겨레>와 만나 “대통령 한 명 경호하는 데는 수백명의 경찰을 쓰는데, 10만명의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200명밖에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경찰·지자체 등이) 이 정도 인파가 몰릴 건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본다. 2∼3주 전 지구촌 축제를 했을 때 메인 도로로 차량이 들어오지 않도록 통제했는데, 도로가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며 “핼러윈 기간이면 당연히 사람이 몰릴 거라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민 목숨 책임져야 할 분들이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구촌 축제 때는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사람들도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했는데, 이번엔 그런 통제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5~16일 이태원 일대서 열린 이태원지구촌축제는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용산구가 후원했다.
지자체 자체적으로 운영한 행사여서 이태원역 메인 도로를 통제한 뒤 도로 위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핼러윈은 행사의 주체가 없던 터라 공권력에 의한 별도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지점 인근에서 40년간 양복점을 운영해온 나용순(74)씨는 “(지구촌축제는) 구청에서 주최하는 행사인데, 핼러윈은 그렇지 않지 않나. 젊은이들이 와서 즐기는 거라 이걸 통제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 설치된 부스들이 사고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세계음식거리는 해밀톤호텔 뒤쪽 골목이다. 이태원역 메인 도로와 세계음식거리가 인파로 가득 차면서, 두 길을 연결하는 좁은 골목에서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 세계음식거리 양방향 인파가 만나 좁은 골목으로 빠져나가면서 병목 현상이 생긴 것이다. 경찰이나 용산구청에서 사전에 보행자의 동선을 통제하는 일방통행 등의 조처를 내렸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음식거리의 끝 지점에 있는 편의점 직원 김경모(21)씨는 “클럽이 있는 세계음식거리가 핼러윈 메인 거리여서 사람이 많이 몰렸고, 평소에 없던 페이스페인팅 부스와 야외 테이블이 많아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더 좁아졌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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