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압사 사고가 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사고 현장 앞에서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핼러윈데이(31일)를 이틀 앞둔 29일 밤 서울 용산 이태원 해밀톤 호텔 바로 옆 골목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30일 오전 9시30분 현재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서 추가로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서 새벽 1시30분 기준 사망자는 59명이었다.
사고 원인은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사고 발생 당시 영상과 부상자 및 목격자 증언 등을 종합하면 해밀톤 호텔 옆 경사진 좁은 골목으로 인파가 한꺼번에 몰린 상황에서, 연쇄적으로 사람이 쓰러지며 발생한 참사라는 분석으로 모아지고 있다.
보통 압사 사고는 대부분 흉부 압박에 따른 질식에 의한 것이다. 강한 힘과 무게로 가슴을 지속적으로 누르게 될 경우 폐가 수축을 하지 못해 산소가 전달되지 않게 된다. 사람들이 떠밀려 넘어지고, 넘어진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 다시 깔리는 상황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이를 제때 구조하지 못하면 대형 압사 참사로 번지게 된다. 관람석 경사도가 있는 경기장이나 공연장에서 대형 압사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인도네시아 프로축구 경기에서 125명이 압사 사고로 숨진 바 있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해밀톤호텔 건물 옆과 뒤편 클럽 골목은 평소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이태원 핫플레이스로 통한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폭 5m, 길이 50m 정도 골목은 이태원역 방향으로 내리막 경사가 져 있다.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이 골목을 가득 채운 인파가 얼굴만 내놓은 채 팔과 몸통, 다리 등 전신이 서로 얽혀 옴짝달싹 못하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확인된다. 해밀톤 호텔 건물 외부벽면 쪽으로 밀린 일부 사람들을 시민들이 위에서 끌어올리고, 해밀톤 호텔 반대편 가게에서 손을 뻗어 구조해보려 했지만, 워낙 사람들이 얽혀 있어 구조에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사람들이 인파 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거나 탈진해 의식을 잃었다. 주변 가게에 있던 시민들이 생수병에 든 물을 사람들 얼굴에 뿌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부상자 김아무개씨는 “밤 10시30분부터 그러고 있다가 (골목) 뒤에서부터 사람을 빼냈다. 자정이 돼서야 구조됐다. 중간에 물도 뿌려주고 숨을 못 쉬는 사람은 인공호흡기도 부착했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하고 상당 시간이 지난 뒤에도 골목 위쪽 클럽 거리에서는 아래 쪽 상황을 모른 채 계속해서 인파가 밀려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파출소 쪽은 “사고 발생 신고가 들어왔지만 경찰은 진입도 못할 상황이었다. 인도까지 (인파로) 꽉 차서 소방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했다.
목격자들 가운데 일부는 호흡 곤란이나 구토 등을 이유로 ‘가스 누출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말도 하지만, 소방당국은 “현장에 가스 누출 등은 없었다”고 했다.
한편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한 안전대책 마련이 적절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경찰은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3년 만에 열리는 핼러윈 기간 동안 하루 10만명 정도가 이태원에 몰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미 저녁 7시부터 사고 발생 지점은 사람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고 한다. 성세현(22)씨는 “저녁 7시에 현장에 있었는데 일단 움직이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클럽 거리에서 호텔 방면으로 내려가는 사람하고, 반대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꽉 뭉쳐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는 헤어진 친구가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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