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새벽 서울 용산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시민들이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9일 밤 핼러윈 축제 과정에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 151명이 사망하는 등 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사고는 국내에서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명 사고 대비를 위한 준비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2000년대 이후 대형 압사사고는 2005년 10월3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발생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콘서트를 보기 위해 입장하던 많은 시민들이 넘어지고 깔리며 11명이 사망하고 162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였다. 설운도, 태진아, 김수희, 장윤정 등 인기 트롯 가수가 온다는 소식에 1만여명이 일시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희생자는 대부분 노인이거나 어린이였다. 맨 앞줄에 대기하다가 넘어지거나 깔렸기 때문이다.
당시 이 사고로 상주경찰서장은 직위 해제되고 담당 공무원들도 법정에 서야 했다. 당시 김근식 상주시장도 안전 관리 소홀 등의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불구속 기소된 뒤 집행 유예 선고를 받았다. 상주 참사는 지역 축제의 안전 관리 부실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한 해 뒤인 2006년 3월26일엔 서울에서도 불상사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35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서울 롯데월드 무료 놀이동산 개방행사에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리며 빚어진 사고였다. 수용 가능인원은 4만명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6만명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롯데 쪽은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무료 개방 시간을 앞당기는 등 조처는 했지만 부상과 관련한 형사 처벌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런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른 배경에는 지역 축제와 같이 인파가 몰리는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 매뉴얼의 부재도 있었다. 정부가 ‘공연·행사장 안전매뉴얼’을 최초 개발하고 보급하게 된 것도 상주 참사와 롯데월드 사태가 발생한 이후다. 당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공연행사 관련 부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일본과 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혼잡 경비 매뉴얼 등을 참고해 안전 매뉴얼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한 데다 매뉴얼의 법적 근거가 부실한 터라 행사 준비 단체나 지자체에서 혼선도 빚어졌다. 현재의 매뉴얼은 2019년 12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 뒤에 작성됐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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