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핼러윈 축제현장에서 인파가 몰려 사고가 발생, 119 구조대원 등이 구조된 생존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골목에 밀리고 밀리다가 내리막길에서 또 밀려서…. 한 사람이 넘어져서 도미노마냥 떨어진 거다. 여기저기서 ‘구해달라’는 소리가 들리고, 숨을 못 쉬는 사람들도 봤다. 나는 밤 10시30분 정도부터 사람들 사이에 깔려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 빼내고 밤 12시쯤에 구조가 됐다. 다리에 감각이 없어진 상태다.”
29일 밤 발생한 서울 이태원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인파 속에 있었던 20대 김아무개씨는 ‘핼러윈 악몽’ 같았던 사고 현장을 이렇게 전했다. 30일 새벽 1시께 왼쪽다리에 부목을 한 채 병원 이송을 대기 중이던 김씨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밀려 왔다”고 했다.
사고 발생 인파 속에 있었던 20대 이아무개씨도 “사람이 너무 많이 밀려왔다. 사람들에 밀려서 다리가 푹 빠지더라. 내가 무릎을 굽히니까 다른 사람이 또 밀려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고 발생 전 워낙 사람들이 몰리며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몰려서 2~3시간씩 (골목 인파 속에서) 버텼다. 땀 흘리고 지치고…. (지금도) 온 몸이 저리고 아프다.”
병원 이송 대기중인 이창규(19)씨는 “좁은 골목에 사람으로 꽉 찼는데 남자 5~6명이 확 밀치며 가는 것을 봤다. 그러다가 한두사람씩 넘어졌다. 깔린 사람들이 ‘뒤로! 뒤로!’ 소리지르는데 사람들이 빠지질 않았다. 죽을 거 같았다”고 했다.
빨간머리 뱀파이어 복장을 하고 이태원을 찾았다는 외국인 매디슨 프로스트(23)는 “클럽에 유명한 사람이 왔다고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해밀톤호텔 쪽으로 쓰러졌다. 나도 사람들에 둘러싸여 깔렸다. 순식간에 일어났다”고 했다.
목격자들의 진술도 일치했다. 최아무개(21)씨는 “사고가 난 지점보다 더 위쪽에서 (사람들한테) 떠밀려 이태원 방향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계속 뒤에서 밀려서 큰길로 겨우 내려왔다”고 전했다. 지아무개(30)씨는 “골목으로 사람들이 밀려서 쓸려 내려갔다”고 전했다. 그는 “나중에 보니 사람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고 했다.
30일 새벽 1시20분께 사고 현장 근처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근처에서 여성 2명이 “저기 안에 친구가 있었다”며 울고 있었다. 부상 정도가 덜한 경상자 30여명은 새벽 2시 가까이까지 현장에서 체온유지를 위한 은박지 담요를 덮은 채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상당수는 의료진의 질문에도 제대로 답변을 못하고 몸을 떨고 있었다.
장나래 이우연 곽진산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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