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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7만여명 학생선수…프로의 길, 그밖의 길 학교는 여전히 혼돈

등록 2022-10-27 07:00수정 2022-11-11 07:31

[학교체육, 숨구멍이 필요해] ⑥출석인정제, 최저학력제 논란
국가대표 출전일수 제한 예외…최저학력도 왜 국영수 한정?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학생선수 학습권 보호제도 개선방안 탐색’을 위한 공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학생선수 학습권 보호제도 개선방안 탐색’을 위한 공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운동하는 아이들 쉴 시간도 없다.” (김나운 학부모) vs “과도하게 운동하는 아이들 이해할 수 없다.” (한태룡 연구원)

“온라인 대체수업을 학부모가 대신 듣는 것 알고 있나?” (안진원 학부모) vs “대리수강 문제 있지만 해결책 찾으면 된다.” (김승겸 교장)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학생선수 학습권 보호제도 개선방안 탐색’ 공개 토론회에서 나온 ‘극과 극’의 얘기다. 교육부가 학생선수의 학사관리·진로 등의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이날 토론회는 고려대 연구팀(책임연구자 조대연 교수)의 학생선수 출석인정제·최저학력제에 대한 성과와 과제 발표 뒤 이뤄졌다.

정책에 대한 선호와 평가는 다를 수밖에 없기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팽팽한 대립이 표출됐다. 학부모들은 학생선수들의 수업권을 보장한다는 정부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전문가 집단에서는 부작용이 있지만 정책 유효성이 있다는 쪽과 현실을 감안해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섞여 있었다.

이날 연구팀이 발표한 학생선수의 수업권 보장을 위한 출석인정제·최저학력제 보고서에서는 제도의 장·단점이 제출됐는데, 정책이 애초 구상했던 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정부가 2018년부터 학생선수를 대상으로 시행한 출석인정제란 초·중·고 학생선수의 연간 대회 출전일수를 제한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60일 이상 허용했다가, 해마다 줄어들어 올해는 초등학교 5일, 중학교 12일, 고교 25일이 됐다. 최저학력제는 2017년에 전면 시행된 것으로 학생선수는 학기말 평균성적의 50%(초등), 40%(중학), 30%(고교)를 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출석인정제의 경우 학생선수의 종목별로 대회 개최기간이 다른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고, 공부와 운동을 해야 하는 학생선수들에 과중한 부담을 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가면 출석제한에서 아예 벗어나는데, 이는 법의 취지와 완전히 모순된다.

신동혁 서울체고 교사는 “각 종목 단체에서는 국가대표, 청소년 대표, 꿈나무를 위한 집중훈련에 선수를 보내달라고 공문을 보내온다. 시·도마다 이를 적용하는 지침이 각양각색이다. 정말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최저학력제 또한 학교나 지역마다 학력 수준이 다르고, 평가항목도 제각각인데 일률적인 적용을 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초·중학교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5과목, 고교는 국어, 영어, 수학 3과목에서 점수를 따야 하는데, 과목 선정의 근거가 제시되지도 않았다.

김기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학생선수들의 학력기준을 국·영·수 과목으로 어른들이 결정하지 말고 아이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혀야 한다.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최소학업성취수준이 도입돼 현행 최저학력제가 무의미해진다. 새 제도로 원활하게 연동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실 학생선수는 초·중·고 전체 530여만 학생의 1.4%에 해당하는 7만여명이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일종의 과도기에 놓여 있다. 과거 학교와 운동부는 국가주도 엘리트 스포츠 정책을 위한 선수 육성기지였고, 올림픽 스타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선수는 다른 경력 개발 기회도 없이 사라졌다. 이제 인권, 학습권, 개인주의 등이 중요시되면서 출석인정제·최저학력제 등이 시도됐지만, 현장에서는 파열음이 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갈린다. “새 제도가 아직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한태룡 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원) “누구나 프로가 될 수 없다. 1%를 위해 99%가 희생될 수 없다”(김승겸 중경고 교장)는 주장도 있고, “출석 일수 따지기 전에 대회 한번 가봐라. 아이들 길바닥에 앉아 대기하고…”(박경훈 인천남부교육청 장학사) “수업대체를 e스쿨로 한다지만, 졸린 아이들 대신해 학부모들이 들어야 한다. 기숙사에 컴퓨터도 없다”(안진원 학부모) 등의 비판도 있다.

이런 문제는 우리 사회의 조급증과 연결돼 있다. 대표적으로 기초학력보장법의 정한 ‘최소한의 성취기준’은 개념이 애매모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학교체육진흥법에서 최저학력의 기준과목을 국·영·수(고교)로 지정한 것도 선수로 미래 직업을 선택한 학생선수들에게 적합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공부라는 개념의 정립도 필요해 보인다. 학부모들은 음악, 미술 등의 영역에서도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학생들이 반복해 연습하듯이, 학생선수들이 운동하는 것도 공부라고 말한다.

김택천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은 “좋다고 만든 법과 제도, 정책이 혼란과 분쟁을 가중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출석인정제와 최저학력제는 기준부터 불명확하다.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학생선수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하고 있다. 학생선수도 학생이니 공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변화 과정에서 먼저 학생선수를 배려하고 그들의 처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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