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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학생 코로나 비만·저체력, 해법은 학교 운동장에 있다

등록 2022-09-22 07:00수정 2022-11-11 07:32

[학교체육, 숨구멍이 필요해]
③코로나가 덮친 아이들 체력
매년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자료 분석
고교생 4명 중 1명 저체력으로 판정
“20m 왕복달리기 기록 코로나 이전 절반”
전문가 “건강은 개인 아닌 구조의 문제”
광주 북구 경신중학교 학생들이 2020년 10월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북구체력인증센터의 체력 측정을 받기 위해 몸을 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광주 북구 경신중학교 학생들이 2020년 10월 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북구체력인증센터의 체력 측정을 받기 위해 몸을 풀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2020년 불어닥친 코로나19는 체육의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2019년과 비교해 초등학교 학생의 체중은 1년새 4.47㎏, 중고교 학생은 5.12㎏ 늘어났다. 옛 체력장 제도를 혁신한 학생건강체력평가(PAPS·팝스)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4~5등급의 저체력 학생의 비중이 5.3%~8.2% 포인트 급증하면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과거 학교체육은 ‘체력은 국력’이나 ‘약골은 안돼’라는 식의 국가 경쟁력 담론에 매여 있었다. 요즘엔 개인의 행복과 복지, 평생 건강의 기초를 위한 학교체육이란 의미가 강화되고 있다. 판데믹 시대의 학교체육이 더 중요해진 것은, 아이들의 몸이 공동체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학교체육진흥회가 지난해 발표한 ‘코로나19 시대 학생 신체활동 실태분석 및 정책방향 설정’을 보면 코로나19 시기 학교 안팎에서 이뤄지는 신체활동은 현격히 감소했다. 학교 안 신체활동의 경우 2020년 초등학생은 하루 평균 20.86분, 중고등학생은 70.61분을 전년보다 적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밖에서도 초등학생(25.96분)과 중고등학생(84.42분)의 신체활동은 크게 줄었다. 연구 작업에 참여한 이규일 경북대 교수는 “대체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교 영역에서의 신체활동 의존도가 높다. 하루 8시간 학교에 있는 가운데 20분에서 70분까지 신체활동이 줄어든 것은 비율로 보면 큰 것이다. 학생들의 신체활동 확대를 위해 학교가 기능을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건강 적신호가 켜졌지만, 학생들의 체력악화는 지속적인 현상이다. 교육부의 학생건강표본통계를 보면, 학생들의 비만율은 해마나 늘어나고 있다. 체질량 지수를 반영한 학생 비만율은 2014년 초·중·고 학생의 11.5%였지만 2015년(11.9%), 2016년(12.9%), 2017년(13.6%), 2018년(14.4%), 2019년(15.1%)까지 꾸준히 높아졌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 나빠졌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초·중·고(초1~4년 제외)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실시하는 학생건강체력평가(PAPS) 자료에서도 저체력 학생의 증가는 눈에 띈다. 팝스는 2009년 도입된 체력 시스템으로 과거 ‘모형 수류탄’ 등을 던지던 체력장과는 토대가 다르다. 심폐 지구력, 근력, 순발력, 체질량지수(BMI) 등을 과학적으로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체활동 처방을 내린다.

100점 만점에서 5등급(0~19점), 4등급(20~39점) 학생은 저체력으로 구분되는데, 이 비율은 고교생의 경우 2017년 14.0%에서 2019년 16.3%, 코로나19의 영향권에 든 2020년에는 24.5%로 8.2% 포인트 뛰었다. 2020년 고교 3학년의 저체력(남 29.3%·여 20.9%)은 남자의 경우 30%에 육박하는데, 고교 1학년의 저체력(남 20.5%·여 14.8%) 비중과 비교하면 입시의 하중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승현 한민고 체육교사는 “20m 왕복달리기 횟수로 팝스 체력측정을 해보면 코로나19 이전의 기록에 절반도 못 미친다. 대면수업을 하지 못하는 영향이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입시 때문에 조그만 책상에 갇혀 움직이지도 못하는 현실이 아이들의 숨통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가 초·중·고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건강통계, 팝스 측정을 하는 것은 학교체육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뤄지는 체육활동은 국·영·수 교과 중심의 입시체제에 치이고 있다. 이는 입시 성적에 목맨 학부모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팝스 측정 결과도 학생들의 암울한 체력 현실을 보여준다. 김택천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이 “정부의 학교체육 정책은 외형적으로 그럴듯하지만, 의지는 크게 못 미친다. 지·덕·체의 교육관점에서 보더라도 학교체육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 있다. 50년 안에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물론 교육부도 팝스가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건강과 체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특별교부 예산으로 팝스 측정에서 저체력으로 나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강체육교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측정이나 처방의 전문성과 지속적 관리를 위해 국민체육 100센터와의 연계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팝스는 10여년간 운영되면서 엄청난 데이터를 축적해 왔다. 자기 체력의 변화 추이와 위치를 알게 된 학생들은 자극을 받아 운동을 시작하고, 식단을 조절하기도 한다. 팝스 결과를 반영해 신입생을 뽑는 대학도 나오고 있다. 정책 개선을 위해 버전을 끌어올릴 필요도 있다.

이규일 교수는 “팝스의 최종 목표는 학생들의 신체활동 활성화로, 측정 과정이나 결과가 신체활동 증가로 나타나야 한다. 정부나 학부모의 체육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학생 비만과 저체력의 문제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공교육 체계에서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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