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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권 보장한다고 대회는 주말에…학생선수, 휴식권은 어디?

등록 2022-10-27 07:00수정 2022-10-27 09:51

장충고 선수들이 지난 2019년 8월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 휘문고와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충고 선수들이 지난 2019년 8월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47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6강전 휘문고와 경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들 침 흘리면서 자고 있는데 (아침에) 깨워야 할 때 제일 힘들어요.”

오종찬(41)씨는 야구에 흠뻑 빠진 중학교 1학년생 아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복잡하다. 코로나19로 집에서만 지내면서 무기력해진 아들에게 운동을 권유한 게 시작이 되어 어느덧 1년째 스포츠클럽 활동 중이다. 방과 후에도 매일 밤 9시까지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대회를 뛴다. 주말 리그 탓에 속초, 전주, 횡성 전국을 돌다 보면 새벽 5시 기상은 예삿일이다. 매일 기절하듯 잠들고, 주 7일 학교와 운동 쳇바퀴를 돈다.

스포츠에서 제 꿈을 발견한 학생선수들의 평범한 일상 풍경이다. 주전 경쟁, 메달 압박에 힘겨워하기도 하지만 경기장에서 스스로 깨우친 경쟁의 즐거움은 삶의 활력이 된다. 오히려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마음 놓고 꿈을 쫓을 수 없게 과부하 된 환경이다. 대회 참여와 결석을 두고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수업 중 취침과 시험 번호 찍기 앞에서 최저학력제 기준은 유명무실하다. 무엇보다 쉴 시간이 없다.

안진원(46)씨는 “평일 학습권을 보장한다고 주말 리그를 만들었는데 휴식권은 생각 안 하고 만든 것 같다”고 했다. 안씨의 고등학교 1학년 아들도 5년째 학교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그는 “봉황대기, 청룡기, 황금사자기 등 1년 내내 대회가 많다. (출석 기준 탓에) 일수 줄이려고 하루에 경기를 몰아넣는다”라고 말했다. 펜싱을 하는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김나운(53)씨도 “쉴 틈이 없다. 참관 수업 가보면 (학생선수는) 대부분 자고 있다”고 했다.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틀이 오히려 당사자들을 쥐어짜고 있다는 현장의 아우성이다. 오씨는 “중학교 결석 허용일수(12일)에 맞춰 대회를 줄이라고 하지만 그건 어른들 생각이다. 아이들에게는 가서 경기 뛰고 전국에서 온 선수들하고 교류하고 소통하고 자극받고 이 모든 게 성장의 과정이다. 일주일만 현장을 쫓아 다녀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선수에게는 운동도 중요한 공부라는 말이다.

이러한 고충은 학생선수의 학습 선택권을 중심으로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으로 이어진다. 김택천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은 “학업과 운동은 풍선효과로 연결돼 있다. 둘 사이에서 어떻게 할지는 정부의 선택이 아니라 학생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학교는 결손난 부분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되 선택도 책임도 당사자의 몫이 되어야 한다”며 “의무교육 하나의 틀에 끼워 맞출 게 아니다”라고 짚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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