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에스피씨(SPC)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스피씨 본사에서 계열사 에스피엘(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에스피씨(SPC)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및 부정 승계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최근 사건 참고인 등을 불러 조사하고 사건 기록을 재검토하는 등 에스피씨에 대한 수사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영인 에스피씨 회장은 2020년 9월 샤니 소액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소된 상태다. 같은 해 7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에스피씨 총수 일가가 샤니 등을 동원해 삼립에 이익을 몰아줬다며 허 회장 등 총수 일가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들에게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 관련 검찰 수사는 그간 사실상 멈춰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2020년 9월 에스피씨와 관련된 추가 자료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바 있고, 그 뒤로 일부 참고인에 대한 조사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피씨 계열사들이 2020년 11월 공정위를 상대로 과징금 처분 불복 소송을 냈는데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에스피씨가 2세들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계열사를 동원해 에스피씨 삼립에 5년 동안 5천억원 가까운 매출을 부당지원했다고 판단했지만 에스피씨 쪽은 과도한 처분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15일 에스피씨 그룹 계열사 에스피엘(SPL)에서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다. 이에 허 회장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 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틀만인 23일 또 다른 계열사 샤니에서 일하던 40대 노동자 손가락이 끼어 잘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