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영상을 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실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전면 재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정치적 폭발력이 큰 대선자금 의혹을 본격적으로 띄우고 있다. 이 대표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8억원에 이르는 정치자금 수수를 완강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은 관련자 진술 외에 실제 돈이 전달됐는지, 이를 이 대표가 인지하고 있었는지, 대선 과정에 이 돈이 쓰였는지 모두 입증해야 한다.
지난 19일 오전 9시께 김 부원장을 체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이틀째인 20일에도 검사실로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이 제시한 체포영장에는 김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한테서 모두 8억원을 받았으며, 돈의 성격을 ‘대선자금’으로 명시했다고 민주당 쪽은 전했다.
검찰이 대선자금으로 보고 있는 만큼, 수사는 당연히 수수 의혹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에 참여하고 있던 이 대표를 향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대선자금으로 판단한 근거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다만 검찰은 김 부원장이 이재명 캠프에서 맡았던 역할(전국 조직을 관리하는 총괄부본부장)과 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시기(2021년 4~8월)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검찰이 김 부원장의 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입증하더라도 이 대표까지 수사를 확대하려면 몇 단계를 더 올라가야 한다. 김 부원장 선에서 돈을 요구하고 받은 것인지, 이 대표가 이런 사실을 사전 또는 사후에 알았는지 등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용처를 확인하는 일은 특별수사에서도 가장 어려운 수사로 꼽힌다. 검찰이 폭발력이 큰 대선자금 의혹으로 명명했지만, 과거 차떼기 등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수십억~수백억원을 거둔 대선자금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꼬리표 없는 현금이 예비경선 후보 캠프에서 쓰인 정황을 파악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거의 사용하지 않은 김 부원장의 민주당사 내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하려는 이유도 작은 증거라도 아쉬운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팀 관계자는 대선 경선 자금으로 쓰였다는 진술과 증거 등이 확보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확인할 수 없다”는 답을 반복했다. 검찰은 이 대표 최측근이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보는 만큼 구체적 진술 등이 없다고 해도 조만간 이 대표에게 출석 조사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그간 태도를 바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년여 수사·재판을 받아왔던 유 전 본부장이 최근 김 부원장 쪽에 자금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법원에 유 전 본부장 구속기간 연장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지 않았고, 석방 뒤 불구속 재판을 대가로 진술을 회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수사팀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을 회유·협박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석방은 법원 결정이었으며, 오히려 유 전 본부장이 석방돼 검찰로서도 수사 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에 따라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설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사건에서 녹취록을 제공하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정영학 회계사를 특정범죄신고자로 판단해, 구속 기소한 다른 피의자들과 달리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김 부원장이 받고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는 이 법이 적용되는 ‘특정범죄’에 해당한다.
검찰이 김 부원장이 요구한 8억원을 조달했다고 의심하는 남욱 변호사가 먼저 입을 열었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 검찰은 유 전 본부장 외에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남 변호사도 검찰청으로 불러 여러 차례 조사했다. 이와 관련해 대장동 민간사업자 쪽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 나가면 ‘옆방에서는 다들 경쟁적으로 말하고 있는데, 어서 말씀하시라’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에게 출석 요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보통 검찰은 한두 차례 출석을 요구한 뒤 그래도 응하지 않을 경우에 체포영장을 청구해왔다. 피의자를 체포하더라도 구금할 수 있는 체포시한(48시간) 안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데, 판사 앞에서 이뤄지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대비하기에는 이틀이라는 구금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부원장이 정치자금을 요구한 당사자로 검찰이 지목한 유 전 본부장 석방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던 유 전 본부장은 김 부원장이 체포되고 불과 15시간 뒤인 19일 자정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검찰이 김 부원장 혐의를 구성하는 데 유 전 본부장 진술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두 사람이 접촉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것이다. 수사팀은 “김 부원장의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법원 역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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