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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7살, 생명장치로 가득찬 집…엄마는 네 작은 손을 놓지 않았어

등록 2022-10-13 12:00수정 2022-10-13 16:28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
‘삐에로 로빈 증후군’·‘샤프양 증후군’ 희귀병
작은 손 굳을까 장난감 하나…재활치료 부족 심각
소원이가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는 탓에 소원이의 주먹쥔 손을 조금이라도 펴 주려고 엄마는 작은 장난감을 쥐어준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소원이가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는 탓에 소원이의 주먹쥔 손을 조금이라도 펴 주려고 엄마는 작은 장난감을 쥐어준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엄마는 집이 꼭 딸 소원이(가명·7)의 생명을 유지시키기 위해 돌아가는 ‘공장’같다고 했다. 작은 거실 한가운데 누운 소원이 주위엔 24시간 작동되는 산소호흡기와 산소포화도측정기, 침을 빨아들이는 석션기가 감쌌다. 병 때문에 체온 조절이 불가능한 소원이가 급속도로 열이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엄마는 작은 아이스팩 두 개 위에 방수되는 천을 대어 홑이불을 만들고 아이의 등 아래 놓아 주었다. 침을 삼키지 못하는 소원이의 입을 닦아줄 수건이 얼른 떨어질까 봐 부지런한 엄마는 세탁기와 건조기도 하루 3번씩 켠다. “소원이가 눈을 뜨고 있는 한 이 모든 기계가 움직여야 해요. 밥을 하다가도 (아이) 가래 끓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돌아봐요. 이제 모든 귀와 신경이 아이한테 맞춰졌어요.”

소원이가 태어난 뒤론 하루에 점심 한 끼 식사로 생활하는 엄마지만, 일사불란하게 엄마와 기계들이 움직여야 아이가 산다. 잠을 자지 않는 기계는 24시간 움직여도 끄떡없지만 모두가 잠든 새벽 엄마는 홀로 몇 번씩 깨어나 아이의 상태를 살피고, 맥박 수치를 보며 손수건으로 입 안 가득 차오른 침을 닦는다. 엄마는 그렇게 소원이를 위한 공장을 짓고, 7년의 세월을 “눈물도 흘릴 새 없이 버텼다”고 했다. 지난 5일 전북 지역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소원이는 엄마의 맘도 모르고 천장을 보며 웃으며 고갯짓을 했다.

소원이(가명·7) 주위엔 산소호흡기, 산소포화도측정기, 석션기가 24시간 작동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소원이(가명·7) 주위엔 산소호흡기, 산소포화도측정기, 석션기가 24시간 작동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주먹쥔 손도 펴기 어려운 7살

임신 35주차 미숙아로 태어난 소원이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교제 중 태어난 아이의 장애와 유전질환을 알게 된 소원이 아빠는 양육을 외면했고, 양육비도 주지 않아 엄마 홀로 소원이를 키우게 됐다. 엄마는 낙담할 틈조차 없었다. 뇌손상 상태로 태어난 아이는 수시로 호흡 곤란을 호소했고, 기관지 폐렴과 패혈증, 심부전증 등 갖가지 합병증이 작은 몸을 덮쳤다. 중환자실에서 나와 퇴원하기 무섭게 엄마는 산후조리는커녕 아이와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드나들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병원비만 1000만원 넘게 나오는 상황에서 아이 출생신고를 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에 한부모가족지원 신청을 끝냈어요. (소원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으니까, 슬퍼할 새도 없이 시간이 가버렸어요.” 엄마는 이렇게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소원이가 진단받은 병명은 뇌병변 장애를 포함해 희귀질환인 ‘삐에로 로빈 증후군’과 ‘샤프양 증후군’ 등이다. 삐에로 로빈 증후군은 혀 근육이 짧아져 혀가 뒤쪽 아래로 밀려나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음식물 섭취도 어렵게 한다. 소원이도 산소호흡기와 위루관 등이 없으면 숨을 쉬거나 영양분을 공급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영양 공급이 어려우니 성장도 더딜 수밖에 없었다. 3년 전 처음으로 진단받은 샤프양 증후군은 근육긴장 저하와 관절염을 일으키고, 발달·지적장애를 동반한다. 고관절과 엉덩이 관절이 모두 빠져 있어 누워 지낼 수밖에 없는 소원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됐지만 스스로 움직이거나 말할 수 없다.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는 탓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이지만 여전히 한 살배기 아기 크기와 같은 소원이의 주먹쥔 손을 조금이라도 펴 주려고 엄마는 작은 장난감을 쥐어준다. 소원이가 갖고 노는 유일한 장난감이다. 엄마는 아이의 병을 모두 알게 됐을 때 딸이 학교에 다니는 꿈을 접었다.

이런 병들로 체온조절이 어려운 소원이는 수시로 고열이 나 엄마와 대학병원 응급실을 오갔다. 24시간 대기상태에서 밥을 먹는 일도, 잠을 자는 단순한 생활도 엄마에겐 사치처럼 느껴졌다. “병원에 있다가 첫 돌 지나 집에 왔는데, 3개월 지나면서 열이 또 나더라고요. 사람의 체온이 (섭씨) 42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걸 소원이 보고 알았어요. 그래서 겨울에도 방 온도를 올리지 못하고 보일러를 꺼 둬요. 그러다가 어떤 날은 32도까지 떨어지기도 하고…. 응급 상황이 언제 펼쳐질지 모르기 때문에 전 경제활동도 할 수가 없어요.” 엄마의 한숨은 깊다.

4번의 수술 버텨낸 소원이

뇌병변 장애와 ‘삐에로 로빈 증후군’과 ‘샤프양 증후군’ 등을 앓고 있는 소원이(가명·7)가 5일 자택에서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뇌병변 장애와 ‘삐에로 로빈 증후군’과 ‘샤프양 증후군’ 등을 앓고 있는 소원이(가명·7)가 5일 자택에서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중증장애아의 엄마가 된다는 건 집보다 병원이 익숙해진 삶이고, 그래서 익숙했던 일상과 사람들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재작년까지 5년여간 소원이는 모두 4번의 수술을 견뎠다. 엄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꼬박 네 번을 들었다. 소원이가 4살 때 선천적으로 팔이 탈골돼 있던 사실을 발견했고, 폐 종양 수술도 했다. 위장에 위루관을 삽입했지만 수술 부위에 염증과 습진이 사라지질 않아 삽입 부위를 옮기는 재수술까지 했지만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그때 아이가 고비를 많이 넘겨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맨날 오갔어요. 결국 2년 전에 위루관을 빼기로 했어요. 이러다가 정말 아이가 어떻게 될 것 같아서….”

결국 집보다 병원에 있는 기간이 더 긴 탓에 엄마는 몇 년간 집을 구하지 않고 친척 집에서 신세를 지며 돈이 조금만 생기면 모두 병원비에 보탰다. “가을에 병원을 가고, 퇴원하면 겨울이 되어 있는 그런 삶을 허다하게 살았어요. 그런데 소원이 수술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그 큰 결정들을 모두 나 혼자 해야 하거든요. 그게 너무 외로웠어요.”

지난 봄 엄마는 자신의 어머니도 떠나 보내야 했지만 소원이 간병으로 임종과 장례식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엄마가 생전에 입원했을 때 소원이와 같은 병원에 계셨는데도 24시간 아이 곁을 떠날 수 없으니 엄마한테 제대로 가 보지도 못한 거예요. 정말 그땐 마음이….” 말하지 못하는 소원이 곁에서 엄마는 눈물지었다.

2년 대기해 겨우 재활치료 하지만

지난해 5월 엘에이치(LH) 전세임대주택에 선정돼 소원이와 살 곳을 마련할 수 있게 된 엄마는 불안하다. 지난해 말부터 하루 6시간30분씩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소원이 돌봄을 돕지만 순식간에 열이 오르거나 상태가 악화돼 늘 병원에 갈 준비를 해야 하기에 소원이와 활동지원사만 둔 채 정규 직업을 구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생계·주거급여와 아동수당 등 정부지원금 약 150만원이 한 달 수입의 전부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치료비와 식품, 응급차 이용 등 소원이에게 쓰인다. 소원이는 통원치료가 어려워 방문 재활치료를 받지만, 빠듯한 생활비에 보험 적용도 되지 않아 주 1회만 겨우 치료를 받고 있다. 2년 전 대기를 걸어놓은 장애인 복지관의 치료 프로그램 차례가 드디어 돌아와 최근에는 추가적인 재활 치료도 받고 있지만 그마저 1년이면 소원이의 순서는 끝이 난다.

소원이를 4살 때부터 만나온 담당 재활치료사는 처음엔 소원이 상태를 보고 겁이 나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도 치료사는 아이의 몸을 주무르며 “관절이 움직여야 근육을 붙잡을 수 있는데, 소원이는 고관절이 빠져 체중 지지를 못해주는 상황이고 그래서 뼈도 자라지 못하고 있다”며 “재활을 매일 해 주면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는 더 도움이 된다”고 아쉬워했다.

치료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엄마이지만 한 달 50만∼60만원 이상 쓰이는 소원이 치료비도 현재로선 부담이 크다. 긴급상황에 대비해 1일 이용금액이 70만원에 달하는 응급환자이송 차량을 타고 한 달에는 한두번 꼴로 서울 대학병원에 간다. 거기에 매일 소진되는 실리콘 튜브와 식염수, 기저귀 등 소모품과 소원이를 위한 경관식 비용까지 더해지면 엄마는 소원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치료를 꿈꾸지 못한다. “아이 몸에서 손가락 몇 개만 빼고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해 병원 진료를 봐야 하는데, 그 밖에도 갑자기 열이 나거나 혈변을 보는 등 긴급 상황이 생기면 지역 대학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 또 서울로 가야 하는 거예요. 전 식비 외엔 거의 쓰는 돈이 없는데, 정말 해일처럼 힘든 일이 다가오는 것 같아요 이 강도가….”

3년 전 진단받은 샤프양 증후군으로 침을 삼키지 못하는 소원이의 입을 엄마가 닦아주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3년 전 진단받은 샤프양 증후군으로 침을 삼키지 못하는 소원이의 입을 엄마가 닦아주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아이가 버티는만큼 엄마인 나도”

‘해일처럼’ 엄마가 해쳐나가야 할 일이 쏟아지기에 엄마는 “소원이와 나는 살얼음판에 서 있는 기분이다. 이 얼음이 녹으면 우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딸과의 먼 미래를 꿈꾸기 어려웠다. 하지만 밥을 먹고, 걷고, 말하는, 소원이를 갖기 전엔 너무도 당연했던 일상이 소원이에겐 그토록 어려운 일인 것을 보며 엄마는 ‘인생’을 공부한다고 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인데, 그 일상 중 당연한 건 하나도 없더라고요. 내가 힘들어도 우리 소원이보다 더 힘들까 생각이 들고요. 소원이 덕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엄마는 원격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 강의도 처음으로 듣게 됐다.

2년마다 돌아올 전세집 계약과 다음주 소원이의 재활치료, 그리고 한 달 뒤 가야 할 병원…엄마의 일상은 소원이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간표로 빼곡하지만 그녀는 ‘오늘’만을 생각한다. “3년, 5년 뒤는 상상하지 않아요. 그 날이 과연 있을까…싶고, 그냥 우리한텐 오늘만 있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요. 단지 우리 소원이가 그냥 내 옆에 있는 것만이라도 감사하고,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웬만한 어른도 버티기 힘든 걸 아이가 강하게 버티는데 엄마가 되어선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한 거죠.”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소원이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기업은행 035-100411-01-456, 예금주: 사회복지법인어린이재단)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는 분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1588-1940)으로 문의해주십시오. 모금에 참여한 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 연락해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2천만원입니다. 후원금은 통합치료비와 치료부대경비, 긴급생계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소원이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살피며 후원금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20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소원이 보호자의 뜻에 따라 목표액이 넘는 금액은 다른 위기가정 지원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밀알복지재단이 함께한 ‘2022 나눔꽃 캠페인’에 선천성 심장 기형과 지적·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성훈이 사연(<한겨레> 9월13일치 12면)이 소개된 뒤 360분께서 “성훈 아빠 힘내세요”,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2339만8938원(10월5일 기준)의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밀알복지재단은 “소중한 후원금은 성훈이네 가정의 의료비, 긴급생계비로 전달하겠다. 목표액을 넘은 후원금은 성훈이와 비슷한 상황의 장애아동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성훈이네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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