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역무원이 한 남성에게 살해당한 다음 날인 15일 오후 서울 사건 현장 앞에 시민들이 추모의 글과 꽃을 놓고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여성 역무원 살해 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 입구에는 ‘여성이 행복한 서울 ‘여행(女幸) 화장실’ 팻말이 붙어 있었다. 사건이 알려진 뒤 피해자를 추모하고, 범행에 분노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5일 오후 신당역에서 만난 20대 여성 ㄱ씨는 “뉴스를 보고 친구들끼리 뜻 맞는 사람들을 모아 신당역을 찾아왔다. 스토킹이 살해까지 이어진 전형적인 여성혐오 범죄다. 이런 일에 단순히 분노하는 걸 넘어 여성에 대한 혐오범죄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벌어진 일이라 안전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와 우려도 크다. 신당동에 사는 ㄴ(24)씨는 “어제 자정쯤 지하철에서 내렸는데, 감식반이 나와있고 피가 떨어져 있는 걸 봐서 놀랐다. 스토킹 범죄이던데, 왜 피해자 보호조치나 (접근) 금지 조처 등이 없었는지 화가 나고 답답했다”고 했다. 직장인 이미나(35)씨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지하철역 화장실을 이용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 뒤에 누가 따라오는지 보느라 제대로 이용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홍아무개(61)씨는 “여성 화장실 안전을 위해 순찰을 돌던 여성 역무원도 표적이 되는 세상인데, 매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딸이 걱정돼서 오늘 아침 ‘출근 무사히 했냐’고 전화를 걸었다. 딸들이 안심하고 출퇴근할 수 있는 세상은 언제 오는 거냐”고 했다.
범행 현장인 여성 화장실 앞에는 ‘강남역 살인사건 6주기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제목의 팻말과 함께 흰 꽃이 놓였다. ‘백래시공동대책위원회’ 명의의 팻말에는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불법촬영으로 여성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고, 신고를 당하자 살인을 당한 신당역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범죄 사건이다. 피해자를 애도하며 그에게 연대하겠다. 더 이상 같은 슬픔이 일어나지 않도록 달라지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팻말은 얼마 뒤 신당역 관계자에 치워졌다. 이후 역무원들은 주변에 별도의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이날 트위터 등 온라인 공간에도 ‘불법촬영’ ‘여성혐오’ 등이 주요 열쇳말로 올랐다. “여전히 여성혐오 범죄는 만연하고 그에 대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14일 저녁 8시50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로 남성 전아무개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사진은 15일 오전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의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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