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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막 녹아내린 9살…“두 가지 장애 딛고, 홀로 설 수 있을까요”

등록 2022-09-13 05:00수정 2022-09-13 15:29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
지적·자폐스펙트럼 장애 가진 성훈이
선천성 심장 기형으로 수차례 수술도
설상가상 기관지염 고름에 고막 다쳐
말 못 해 청각장애 진단 아직 못 받아
두 아이 홀로 키우는 아빠, 반지하로
수천만원 빚에 생활비·치료비 한계
선천성 심장 기형과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 중복장애를 가진 9살 성훈이와 딸(7)을 홀로 키우는 미용사 아빠가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자택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선천성 심장 기형과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 중복장애를 가진 9살 성훈이와 딸(7)을 홀로 키우는 미용사 아빠가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자택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항상 궁금하죠. 아이가 말을 할 수 있도록 더 교육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네요. 우리 성훈이도 언젠가 ‘우영우’처럼 될 수 있을까요?”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시 한 빌라에서 만난 성훈(가명·9)이는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기자가 가져온 노트북을 이리저리 만져보기도 하고, 카메라를 유심히 살펴봤다.

성훈이를 바라보고 웃고 있었지만 아빠(42)의 마음은 늘 미안함이 앞선다. 어릴 때부터 기관지염을 달고 사는 성훈이를 곰팡이가 있는 반지하 방에 살게 하는 것도, 어릴 때 받아야 효과가 좋다는 언어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모두 본인의 탓만 같다. 미용사인 아빠는 손님들 앞에서는 밝은 표정을 짓지만 집에 돌아오면 얼굴에 그늘이 드리울 때가 많다.

태어나자마자 호흡기를 단 아이

아빠는 성훈이가 지금까지 몇번의 고비를 넘겼다고 했다. 성훈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심장 기형이 발견됐다. 조산기가 있던 엄마에게 병원에선 미숙아로 태어날 경우 수술이 어렵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의 힘겨운 노력에도 성훈이는 2013년 9월 임신 36주 만에 1.95㎏의 저체중으로 태어났다. 심장에서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돕는 얇은 막인 판막이 없고, 식도·기도 기형, 입천장과 입술이 갈라지는 구순구개열이 있었다. 성훈이는 태어나자마자 3주 동안 호흡기를 매달고 인큐베이터에서 지내야 했다. 결혼 6년 만에 생긴 아이를 멀리서 바라봐야만 했던 부모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의료진은 인공 심장판막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기 위해선 적어도 3㎏은 넘겨야 한다고 했다. 아빠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인큐베이터에서 갓 나온 아이에게 2시간에 한번씩 코를 통해 위까지 연결된 호스로 분유를 먹였다. 구순구개열 탓에 스스로 젖병을 빨 수도 없고, 분유를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만큼 약했던 성훈이가 연신 토를 해도 아빠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빠와 성훈이가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낸 덕분에 생후 100일께 심장판막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아빠는 “성장이 끝날 때까진 인공 판막을 1년마다 점검하고, 앞으로도 한두번은 교체하는 수술을 더 해야 한다고 한다”며 “2020년 닳아 없어진 판막을 다시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판막이 다시 닳아 이번 겨울에 재수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기관지염이 고막파열까지

성훈이가 7개월이 된 2014년 또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기관지염이 심해지면서 혈관까지 짓누를 정도로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가 좁아져 숨을 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선천적인 구순구개열 때문에 기관지 염증에 취약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숨을 헐떡이는 성훈이를 데리고 대학병원을 찾은 아빠는 기관지 주변을 지나는 혈관의 자리를 옮기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수술을 받고 성훈이는 한달 넘게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어야 했다.

성훈이의 왼쪽 날개뼈엔 지금도 성인 집게손가락 크기의 흉터가 남아 있다. 아빠는 “성인도 폐에 무리가 가 2주 이상은 인공호흡기를 끼지 않는다고 하는데, 작디작은 성훈이가 한달을 인공호흡기를 끼는 모습을 보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기관지염은 고막파열로도 이어졌다. 기관지염으로 인한 고름이 귀에 차면서 고막을 녹아내리게 한 것이다. 현재 성훈이의 양쪽 귀엔 고막이 없다. 큰 소리를 들을 순 있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들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병원에서는 청각 장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정밀 청력 검사를 권하고 있지만, 성훈이처럼 말을 할 수 없는 경우엔 대학병원에서 60만~80만원의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아야 하기에 아빠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선천성 심장 기형과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 중복장애를 가진 9살 성훈이와 딸(7)을 홀로 키우는 미용사 아빠가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자택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선천성 심장 기형과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 중복장애를 가진 9살 성훈이와 딸(7)을 홀로 키우는 미용사 아빠가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자택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성훈이는 100일 이후로 다른 아이들보다 발달이 늦었다. 다른 아이들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옹알이, 배밀이, 서기, 걷기 등 또래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성훈이에겐 어렵기만 했다.

2017년 찾은 병원에서는 결국 성훈이가 지적장애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훈이에겐 손짓과 의성어가 의사 표현과 감정 표현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의사 표현이 어렵다 보니 두달 전엔 활동지원사와 산책을 하다가 성훈이가 바지에 실수하는 일도 있었다.

“집에서는 화장실이 어딘지 아니까 의사 표현을 하고 대소변을 해결하지만, 이날은 낯선 바깥에서 어떻게 의사 표현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 같아요.”

병원에서 주 1회 감각통합치료와 언어치료를 받고 있지만, 횟수가 적은 탓에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진 않는다고 아빠는 말했다.

수술 또 할 수 있는데 통장은 ‘0원’

성훈이를 돌보느라 아빠는 20대부터 20년가량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계속해온 미용사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졌다. 성훈이를 곁을 지켜야 해서 미용실 영업은 하루 7시간으로 줄이고, 문을 닫는 일도 잦다 보니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점점 뜸해졌다.

게다가 미용실이 위치한 동네가 재개발에 들어가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손님이 크게 줄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날마다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12시간을 내리 일하며 한달 1천만원 매출도 기록해봤다는 아빠의 미용실은 이제 한달 200만원을 벌기도 어렵다.

그나마도 월세 45만원, 공과금 등을 빼면 손에 쥐는 돈은 15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아내와의 다툼도 잦아졌다. 아빠는 3년 전 엄마와 헤어진 뒤 줄곧 성훈이와 딸(7) 두 아이를 홀로 키우고 있다.

수입은 줄어드는데, 두 아이를 먹여 살릴 병원비와 성훈이의 수술비는 끝도 없이 나갔다. 그러다 보니 돈이 부족할 때마다 아빠는 급하게 친척들에게 손을 벌리거나, 카드론 등을 이용했다. 이렇게 쌓인 빚만 8천만원을 넘기도 했다. 개인회생을 통해 빚을 3700여만원으로 탕감받았지만, 이를 갚기 위한 월 상환금만 63만원에 이른다. 반지하 방 월세 25만원, 성훈이를 위한 최소한의 언어치료·감각통합치료 한달에 10만원을 더하면 정기적으로 나가는 돈만 98만원이다.

당장 병원에선 이번 겨울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한 심장판막 수술비만 500만원인데, 매달 적자가 나는 가계부에서 아빠는 이 돈을 구할 방법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통장 잔고가 0원입니다. 당장 병원에서 성훈이 수술이 필요하다고 하면 다시 빚을 질 수밖에 없죠.”

선천성 심장 기형과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 중복장애를 가진 9살 성훈이와 딸(7)을 홀로 키우는 미용사 아빠가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자택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선천성 심장 기형과 지적장애, 자폐스펙트럼 중복장애를 가진 9살 성훈이와 딸(7)을 홀로 키우는 미용사 아빠가 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자택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빚을 더는 감당하기 어려워진 아빠는 결국 2019년 상가주택 반전세 2층에서 벗어나 지금 살고 있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 43㎡(13평) 반지하 방으로 이사 왔다. 이전 집보다 보증금이 5분의 1도 안 되는 집이다. 기관지염으로 고생하는 성훈이에게 곰팡이와 벌레가 많은 반지하 방은 좋지 않지만 이 가격에 두 아이와 아빠가 살 수 있는 곳은 없다.

지난달 내린 폭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이곳에서도 창문으로 들이친 빗물이 주방을 흥건하게 적시면서 아빠는 공포에 떨기도 했다. “비만 오면 너무 불안해요. 성훈이 동생은 반지하에서 나가고 싶다고 매일 말하고, 저도 아이들 생각하면 지상층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지만, 여력이 없어 생각조차 하기 어렵네요.”

성훈이가 언젠가 자립할 수 있다면

반지하 방에서 홀로 두 아이를 책임지면서 매일 미용실로 출근하는 아빠는 힘들지만, 단 한번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매일 옆에서 조잘대는 딸과 해맑은 미소로 장난을 치는 성훈이를 보면 아빠는 힘을 얻는다. 아빠에겐 퇴근하고 아이들의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것이 하루의 낙이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더 힘들잖아요. 제가 마음을 다잡아야 애들도 그나마 더 밝게 대할 수 있으니 힘들다는 생각도 아예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아빠는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꿈이 생겼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우영우처럼 성훈이도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자립할 수 있길 바라게 된 것이다.

아빠는 비싼 치료비 탓에 지금까지 주 1회, 40여분밖에 받지 못했던 감각통합치료와 언어치료의 횟수를 늘리고 싶다. 성훈이와 같은 아이들은 다양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인지능력 발달을 촉진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집중적으로 치료를 받아야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아빠는 더 애가 탄다. “성훈이를 위해 제 식비를 줄여서라도 치료비를 내고 있는데, 이 이상을 마련하긴 쉽지 않습니다. 열심히 일해 빚도 다 갚고, 성훈이 치료도 더 늘릴 수 있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여행 한번 가보지 못했는데,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아이들과 아무 걱정 없이 어디론가 떠나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성훈이네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하나은행 188-910030-691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밀알복지재단)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는 분은 밀알복지재단(1600-0966)으로 문의해주십시오. 모금에 참여한 뒤 밀알복지재단으로 연락 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1500만원입니다. 후원금은 성훈이네 가정의 의료비와 긴급생계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밀알복지재단은 성훈이네 가정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후원금을 투명하고 성실하게 전달하겠습니다. 15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목표액이 넘는 금액은 성훈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장애아동 가정에 지원됩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대한적십자사가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다운증후군이 있는 기쁨이네 가족의 사연(<한겨레> 2022년 8월10일치 14면)이 소개된 뒤 908만원(9월8일 기준)의 정성이 모였습니다. 180분의 후원자가 “기쁨이 파이팅!”, “기쁨 건강하길”, “기쁨 엄마 힘내세요”라는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마음을 전해주셨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기쁨이와 기쁨이 어머니께서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신 후원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해왔습니다. 후원금은 기쁨이네 가족의 주거지원비와 생활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또한 목표액이 넘는 금액은 기쁨이네와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다른 위기가정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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