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된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가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에 오른 이원석(53·사법연수원 27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5일 열린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출석 조사 요구, 문재인 정부의 정책 판단 등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정치보복”이라 규정하고 이들 사건을 진두지휘하는 이 후보자에 대한 파상 공세를 예고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미온적 수사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이 후보자와 검찰을 엄호하려는 국민의힘과 충돌하며 청문회 파행이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5일 오전 10시부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진행한다. 지난 5월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국회의 검찰 수사권 축소에 반대하며 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122일 만이다. 검찰총장은 국회 동의 없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청문회에서는 지난 1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재명 대표에게 서울중앙지검과 성남지청이 출석 조사를 요구한 것을 두고 청문회 시작부터 여야 사이에 격한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경찰 단계에서 서면 조사가 이뤄진 사안에까지 검찰이 출석을 요구한 배경에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본다. “검찰정권과의 전쟁”이라며 공세 수위를 최고로 끌어올린 상태다. 또 대통령기록관실 압수수색이 진행된 서해 공무원 피살, 북한 선원 북송, 탈원전 정책 등 전 정권에서 이뤄진 정무적·정책적 판단에 대한 검찰 수사 역시 의도와 적절성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 후보자는 보복수사 논란에 대해 3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검찰은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해 처분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4일 “검찰의 정당한 수사” “정의와 상식의 구현”이라는 입장을 내며 엄호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수사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 태도는 이 후보자나 국민의힘 모두 방어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 정권 수사에는 전방위 강제수사로 속도를 내는 서울중앙지검이 김 여사 한명의 기소 여부를 두고 9개월 넘도록 가타부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뭉개고만 있는 상황이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사단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김 여사 사건 등 윤 대통령 쪽 수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심하고 있다. 지난 2일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직접 주식 매수를 승인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법적 조처를 예고한 상태다. 이 후보자는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배제돼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해 보고받지 못해 구체적 사항에 관해 말하기 어렵다.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도록 지휘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때인 2020년 10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총장 수사지휘를 제한한 바 있다.
이 후보자의 수사정보 유출 의혹도 공방 대상이다. 이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이던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를 맡았는데, 이 사건에 연루된 현직 판사의 영장 청구 예정 사실 등을 법원행정처 쪽에 알려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는 “법원의 감사·징계 담당자에게 (관련 내용을) 통보한 것이지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이 아니다. 엄정한 수사로 1심 징역 7년 선고 등 법관 비리를 단죄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후보자 자녀의 아파트 지분 취득 과정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두 자녀는 7살·4살이던 2009년 12월 외조모로부터 이 후보자 부부와 함께 서울 동작구에 재개발이 진행 중이던 토지 일부를 증여받았다. 이듬해 해당 토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 후보자 가족 4명은 공동명의로 아파트 1채를 소유하게 됐다. 두 자녀가 보유한 아파트 지분은 각각 14.8% 정도다. 2011년 1월 공시가격 기준 5억4천만원이던 이 아파트 가격은 지난 1월 10억7천만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이를 두고 절세 등을 위해 편법으로 증여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 후보자는 증여세 등 관련 세금은 “아이들이 받은 용돈 등”으로 모두 납부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납부 내역은 사생활 비밀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