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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건희, 내 논문 표절” 숙대 교수 인터뷰…“그 침묵이 곧 권력”

등록 2022-08-23 16:48수정 2022-08-26 15:59

박용현 논설위원의 직격 인터뷰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

학생들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아 공개 문제제기
표절은 글 쓴 사람 명예 훔치는 ‘정신적 도둑질’
박사학위는 특권…표절은 사시 부정합격과 같아

권한에는 대답할 의무 따르는데 무시 전략 일관
도덕 붕괴될 우려…스스로 학위 취소 요구해야
자신이 김건희 여사의 박사논문 표절의 ‘피해 당사자’라고 밝히고 나선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자신이 김건희 여사의 박사논문 표절의 ‘피해 당사자’라고 밝히고 나선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민대의 ‘틀린 결론’ 앞에서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9월1일부터 마주하게 될 나의 수강생들의 얼굴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표절은 악행이다’라고 가르쳐야 하고, 리포트나 기말논문에서 표절을 저지른 수강생은 그 고의성에 따라 점수를 깎거나 0점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만일 수강생 가운데 누군가 ‘교수님, 영부인의 표절은 되고 제 표절은 왜 안 되죠’라고 묻는다면,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가 실명으로 공개 비판에 나선 이유는 그가 지난 14일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잘 표현돼 있다.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중 ‘제1장 제1절 1. 디지털 콘텐츠와 인터넷’ 부분은 구 교수가 2002년 발표한 논문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 문화’를 부분부분 가져다 짜깁기한 게 전부라고 그는 말한다. 출처 표시는 없었다. ‘구연상’의 글이 ‘김명신’(김 여사의 개명 전 이름)의 글로 둔갑한 것이다.

구 교수는 지난해 논란이 시작될 당시부터 자신의 논문이 표절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학계의 자정 능력을 믿었기에 국민대의 검증 결과를 끝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지난 1일 국민대의 ‘표절 아님’ 판정으로 그 기대가 무너진 뒤, 5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본격 문제 제기에 나섰다.

‘인용’은 선행 연구에 대한 ‘칭송’…왜 안 하나

그가 표절과 싸우는 목적은 학생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교수가 되는 일, 피해자로서 권리를 회복하는 일 이외에도 학문의 기본을 바로 세우는 일, 사회의 공정성과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일 등으로 확장된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를 전공했고 지성인의 기본 역량인 융합적 사고와 글쓰기, 비판적 사고와 토론 등을 가르치고 있는 그의 직분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19일 한겨레신문사에서 구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튜브를 통해 표절을 ‘정신적 도둑질’이라고 규정했는데, 표절은 왜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인가?

“논문은 공공재다. 뉴턴이 없었으면 아인슈타인이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지식은 선조들에게 무한한 빚을 지고 있다. 내가 무엇인가를 새로 썼다고 하더라도 앞선 연구자들의 공헌에 조금 덧붙이는 것일 뿐이지, 그걸 모두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집단창작물인 것이다.

그러면 앞선 연구자의 공헌을 어떻게 인정하고 보호해줄 것이냐, 이에 대한 집단지성의 합의가 ‘인용’(따오기)이라는 방식이다. 그리스 말로 ‘클레오스’는 노래를 불러 기린다는 뜻인데, 인용은 클레오스, 즉 일종의 칭송인 것이다. 선행 연구자의 글을 인용 없이 가져다 쓰는 표절(몰래 따오기)은 본디 글을 쓴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명예를 도둑질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악행’이라고 규정한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신평 변호사(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인문사회계열의 논문은 (이공계와 달리) 불가피하게 표절을 전제하지 않을 수 없고 순전한 창작 논문은 불가능하다”며 김 여사를 두둔했는데.

“참 답답한 게, 인용만 하면 아무 문제 없는데 왜 인용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논문은 공공재이고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데, 조건이 하나 붙어 있는 것이다. 출처를 밝히고 따오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이것을 안 지키고 몰래 따오기를 하면 남의 명예를 도둑질한 것이기 때문에 금기시되고 처벌도 받는다. 학문적으로 하면 안 되는 행위다. 신 변호사의 표절불가피론은 인용과 표절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박사 학위 논문에서 표절 문제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차원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만 이야기하겠다. 한국 사회에선 박사학위 논문이 사실상 교수가 되는 자격 요건처럼 돼 있다. 실제로는 교수 이외에도 연구원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사회의 지적 특권층이 된다는 사실이다. 마치 사법시험을 통과해 판사·검사·변호사가 되는 것과 같다. 지식 세계의 자격증과 같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정성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공정성이 위배되면 특혜가 된다. 학위 논문 표절은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 커다란 권리를 보장해주는 하나의 자격증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불공정이 저질러진 것과 같다. 이를 문제 삼지 않으면 사법시험에서 남의 답안을 베껴 합격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이런 논리가 다른 분야로 확장되면, 이를 테면 취업에서도 사적 채용이 문제없다는 식이 된다. 사회 전체의 공정성이 깨지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의 박사논문(왼쪽)과 구연상 교수의 논문 비교. 구연상 교수 페이스북
김건희 여사의 박사논문(왼쪽)과 구연상 교수의 논문 비교. 구연상 교수 페이스북

―김 여사 논문의 실제 표절 정도는 어떤가?

“이론적 배경과 선행 연구를 다룬 논문 제2장에서 1절의 1 부분은 내가 쓴 논문과 똑같다. 주역과 음양오행을 다룬 1절의 2 부분은 네이버 지식백과나 블로그 글 등을 가져와 썼다. 두 부분을 한명의 저자가 쓴 거라고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다.”

―국민대는 김 여사 논문이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근거 중 하나로 “유사도가 높은 부분은 대부분 이론적 배경과 선행 연구 고찰에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박사학위 논문이라면 선행 이론 고찰이 완벽히 들어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박사학위를 받으면 교수가 되고 가르치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인데 이제까지 학계에서 다져온 선행 이론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지 않은 사람은 독단적인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비춰 국민대의 설명은 아예 잘못된 것이다. 박사학위 논문을 하나의 체계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면 학위를 수여하면 안 된다.”

김건희 여사의 논문(왼쪽)과 구연상 교수의 논문 비교. 구연상 교수 페이스북
김건희 여사의 논문(왼쪽)과 구연상 교수의 논문 비교. 구연상 교수 페이스북

―국민대는 또 “연구의 핵심 부분에서는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은 특정 회사의 특허와 사업계획서를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에 대해 국민대는 “특허권자가 학위 논문 작성에 동의했다”고 밝혔는데 특허를 가져다 쓴 점을 인정한 셈이다. 이런 경우 특허권자가 허락했다고 해서 표절 문제가 사라지는 건가?

“당연히 아니다. 어떤 기업에서 사업계획서를 썼는데 그것을 가져다 쓰라고 허락했다고 해서 내 논문이 될 수는 없다. 학위 논문은 자기가 뭔가를 연구해 자기만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사업계획서를 가져다 쓰는 것은 학위 장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것을 버젓이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대의 평가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논문의 가치는 새로운 물음을 던졌느냐와 그 물음에 대한 증명이 올바르냐 두가지가 핵심이다. 김 여사 논문에는 두가지가 모두 빠져 있다고 평가한다.”

―일부에선 논문이 발표될 당시는 연구윤리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는 점을 들어 김 여사 논문의 표절 행위를 옹호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가 고속성장을 해왔듯이 학계도 고속성장을 했으니 논문이 나온 연도를 면밀히 살필 필요는 있다. 김 여사 논문이 발표된 것은 2007년이고, 연구윤리가 완결됐다고 할 수 있는 시기는 2010년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학계에서 논문의 질을 평가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고 연구윤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한국하이데거학회 편집이사를 하면서 연구윤리를 만들어 학술지에 못박아 넣은 게 2003~2004년이다. 그러다 2005년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학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2007년쯤이면 한국 전체 학계에서 연구윤리 문제가 공론화돼 있던 때다. 그 당시에는 표절이 크게 문제없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학회 활동을 안 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당시 이 문제를 담당했던 사람들에게는 아주 치열한 전투 같은 상황이었다.”

―국민대는 연구윤리위원회 회의록을 제출하라는 법원 명령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국민대 박사학위는 국민대에서만 줄 수 있고 국민대에서만 학위 논문을 검증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판단했던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부정직함이다. 사르트르는 정직하지 않음을 실존적 악이라고 했다. 미래를 잘못 선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 대학은 아직 완전한 발전 단계에 도달하지 않았고 계속 발전해나가는 과정에 있는데, 이를 뒷걸음질치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대 총장이 말한 대학의 자율성은 중요하지만, 이것이 악행을 보호하기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 이런 결정은 대학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빨리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숙명여대도 석사학위 논문에 대한 표절 검증을 진행 중이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전망하나?

“국민대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건희 여사 ‘모르쇠’는 2차 가해의 악행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면서 진정한 사과에는 잘못의 시인과 함께 피해 회복 노력이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스스로 학위 취소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인데, 김 여사 쪽은 아직 어떠한 반응도 없다.

“이 문제가 이대로 묻히고 지나가면 10년 뒤 내 논문에서 베낀 부분이 김명신의 이름으로 인용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겠나. 내 연구 업적은 탈취당하고 도둑질한 사람이 칭송받는 상황이 지속되게 된다. 피해자 입장에서 명백한 표절이라고 밝히고 증명을 했는데도 모르쇠 잡기를 하고 있다. 문이 안 열려 들어갈 수가 없는데 모르쇠를 잡고 있으니 아무도 열 수가 없다. 본인만이 열 수 있는 건데 모른 척하는 것은 2차 가해의 악행이다. 이런 식으로 가면 국민 전체도 공정이 해쳐지는 큰 피해를 입고 나도 개인적으로 명예가 실추당한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구연상 교수는 1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논문 표절이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그 기반인 도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구연상 교수는 1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논문 표절이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그 기반인 도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 여사뿐 아니라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자녀 등 권력층과 관련된 표절 의혹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런 현상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권력의 논리로 문제를 푼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영어 리스폰서빌리티(responsibility)는 우리가 ‘책임’으로 번역을 했지만 ‘응답한다’는 뜻이다. 누군가 잘못을 저질러 지적받았을 때 사과하고 해명하면 이해를 얻게 된다. 책임의 기본은 누군가의 물음에 대해 대답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거기에 맞는 올바른 대답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이나 내가 표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도 김 여사는 ‘그래서 어쩔 건데’라는 식의 무시 전략을 펴는 것으로 느껴진다.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이대로 가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떠받쳐주고 있는 도덕이 붕괴된다. 민주주의는 도덕적으로 올바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수용하는 것이지 도덕적으로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인정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가 받아들인 도덕의 기초는 칸트의 보편주의다. 핵심은 아주 쉽다. 네가 되면 나도 되고, 내가 안 되면 너도 안 돼야 한다는 것이다. 너든 나든 도둑질을 해도 좋다고 하면 그것이 도덕으로 인정되겠지만 실제로 그러면 사회가 무너지기 때문에 도둑질을 하지 말라는 게 보편적인 명령이 되는 것이다. 표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이게 거꾸로 흐르고 있다. ‘어쩔 건데’라는 태도는 권력의 힘을 부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도덕적으로 보편화 가능성에 기초한 현대 윤리를 좀먹는 행위이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점이 문제 제기에 나선 목적 가운데 하나다.”

집단지성과 집단지능은 다르다

인터뷰를 마친 뒤, 국민대 교수회가 김 여사 논문 자체 검증 방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결과 반대 61.5%, 찬성 38.5%로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대한 구 교수의 생각을 추가로 들었다.

“소식을 듣는 순간 그냥 아뜩해지는 느낌이었다. 정말 이런 일이 벌어지는구나 하는. 국민대는 ‘표절 아님’ 판단을 할 때 뭔가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여론의 지지는 받지 못할지라도 자신들이 장악한 절차를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투표라는 절차의 공정을 통해 정의를 허물어버린 것이다.

절차적 공정은 우리가 항상 좋은 것으로 보지만, 아주 불합리할 때도 있다. 다수의 국민대 교수들은 국민대를 우선시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이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냐만, 그것을 ‘집단지성’이라고 부르지는 말았으면 한다. 새떼가 집단적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예상되는 공격에 맞선다든지 생존에 유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집단지능’이고, 무엇이 우리 모두에게 올바르고 좋은 것인지 헤아려 아는 게 ‘지성’이다. 국민대 교수회의 결정이 김 여사의 표절 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도 없다. 정치적 사면에 해당할 수는 있지만, 남이 사면을 해줬다고 진정한 사과에서 면제되는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계속 사과하지 않는다면 비도덕적이고 비양심적인 특권의식으로 비치게 될 것이다.”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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