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끝난 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신평 변호사(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그 정도 표절은 흔하게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학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정직하게 논문을 쓴 이들을 모욕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6일 신 변호사는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김 여사의 논문 논란에 대해 “대학교수를 20년 해봐서 잘 아는데 그 정도 논문 표절은 흔하게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희종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서울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우리나라 대학 학위는 물론 대학에 있는 교수 전체를 욕보이고 있다”고 비판하자, 신 변호사도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문사회계열의 논문과 우희종 교수가 속한 이공계의 논문은 같은 학위논문이라도 성격이 다르다”며 “인문사회계열의 논문은 불가피하게 표절을 전제하지 않을 수 없고 순전한 창작 논문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8일 신 변호사가 교수로 재직했던 경북대학교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은 <한겨레>에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대학원생 김아무개(27)씨는 “김 여사의 표절 논란과 ‘표절은 흔하다’는 식의 발언들을 보면 그동안 정직하게 노력해서 논문 쓴 사람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석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는 인용 출처 밝히려고 열심히 하는 이들이 대다수인데 이런 논란을 볼 때마다 허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대가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에 대해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 부적절하다고 짚으며 “국내든 해외든 내 글이 아니면 인문사회과학 쪽에서는 출처 인용을 철저하게 교육받으면서 학위논문을 쓴다”며 “국민대가 내린 결정 자체도 문제지만, 이런 논란이 지속되는 것보다 차라리 깔끔하게 (김 여사가) 학위를 반납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자신의 학술논문(‘디지털 콘텐츠와 사이버 문화’)을 출처 없이 인용·표절했다고 주장하는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신 변호사의 발언은 들키지 않는 도둑질은 정당하다는 소리”라며 “이렇게 되면 법과 원칙이 필요 없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만 바보가 된다. 그럼 한국 사회가 바보 사회가 된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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