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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이상민, 권익위 재직중 뇌물 피고인에 “마지막까지 최선”

등록 2022-05-04 22:39수정 2022-05-05 02:12

로펌 변호사 때 1심중 피고인 만나
권익위 부위원장 된 뒤에도 상담
“변론 아닌 의례적 답변”이라더니
사건대응 조언·복직 상담 등 담겨
이 후보 “날짜·수신인 등 조작 의혹”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15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시절까지 뇌물수수 사건 피고인에게 법률 상담을 해주었다는 의혹을 받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당시 이 후보자와 피고인이 나눈 전자우편 일부 내용이 공개됐다. 의례적 수준의 답장이었다는 이 후보자의 주장과 달리, 부위원장으로 일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애써 보겠다”는 답변을 보내고 피고인의 복직을 논의하는 등 법률 상담이 이뤄졌다.

4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후보자에게서 제출받은 재판기록을 보면, 수·발신 기록상 2015년 10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이 후보자와 ㄱ씨는 스무통 가량의 전자우편을 주고받았다. 이 자료는 이 후보자를 비롯해 판사나 검사, 대법관 등에게 청탁을 해준다며 ㄱ씨에게 수억원을 받은 혐의(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로 2018년 5월 기소된 ㄴ씨 재판의 증거기록 일부다. 이 기록은 검찰이 법원에 제출했다. ㄴ씨는 당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였던 이 후보자를 통해 ㄱ씨의 뇌물수수 사건 담당 판사에게 청탁을 해준다며 1억1천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1심에서 이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어졌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전자우편 자료와 ㄴ씨의 1·2심 판결문을 종합해 보면, 뇌물수수 사건으로 1심 재판을 받던 ㄱ씨는 ㄴ씨 소개로 2014년 11월 이 후보자를 처음 만났고 법률상담을 받아왔다. 2015년 10월 항소심을 앞두고 ㄱ씨는 이 후보자에게 전자우편으로 검찰 쪽 의견서와 변론요지서, 2심 대응방안 등의 자료를 보냈다. 이 후보자는 “보내주신 메일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저도 잘 검토해서 의견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 뒤에도 ㄱ씨는 이 후보자에게 “오후에 바로 찾아 뵈올려고 하는데 시간이 허락하시는지요?”라며 만남을 청했고, 이 후보자는 “내일 여의도에서 오찬 회의가 있습니다. 가능한 다른 시간은 없으신가요?”라고 묻기도 했다.

ㄱ씨는 다른 전자우편에서 “이 변호사(후보자)님을 만나고 오면 활력소가 되고 해서 잘 되어가는구나…라고 믿어 왔습니다”라며 “더욱 좋았던 것은 어떤 현안을 말씀드리면 방향을 제시해 주셔서 너무도 든든한 도움과 힘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기대 꼭 현실에서 느낄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전자우편에서도 “제가 지난 10월14일 이 변호사님을 뵙고 와서 희망과 용기를 받고 (자료를) 만들었다”고 적었다. 이 후보자를 ㄴ씨 소개로 처음 만난 뒤 법률 상담을 이어간 정황이라 볼 수 있다.

ㄱ씨가 보낸 자료를 받은 이 후보자도 항소심에 대비해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주장의 근거를 간략히 설명하며 “재판장이 우리 사건을 디테일한 부분까지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이같은 상담은 변론 활동이 아닌 대가성 없는 법률 조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3일 인사청문회에서 백 의원이 “돈을 받지 않고 10여차례 메일을 주고받은 것이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그런 경우는 부지기수다. 로펌에서 금액이 수천만원대가 되는 상담료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많다”고 답했다.

이같은 법률 상담은 권익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 후보자는 2015년 11월30일 권익위 부위원장으로 취임했는데, 2016년 1월까지 ㄱ씨와 나눈 전자우편이 나온다. 특히 2015년 12월부터 이 후보자가 ㄱ씨에게 보낸 전자우편은 7건으로, 사건 대응을 위한 조언과 응원, 추후 복직에 관한 상담 등이 담겼다.

2015년 12월3일 ㄱ씨가 보낸 전자우편에 대한 답장으로 이 후보자는 “탄원서가 추후 우려 소지가 있다면 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 파란색 수정부분도 넣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과 함께 “선고기일과 관련해서는 저도 잘 부탁해 놓겠다”고 보냈다. 또 ㄱ씨의 항소심 선고기일(2016년 1월14일)을 앞두고 나눈 전자우편에서는 “열심히 하신 만큼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저도 마지막까지 애써 보겠습니다”라는 내용도 적어 보냈다. 2심이 끝난 뒤에도 ㄱ씨의 회사 복직과 징계절차 관련 문의에 “보내주신 자료는 일일이 다 검토해 보았습니다. 다시 징계절차를 밟는다면 최소한 정직은 받아내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전략적으로 상고를 할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등의 자문 의견을 보냈다.

앞서 이 후보자 쪽은 <한겨레>에 “권익위 부위원장 재직 이후에는 법률적 조언을 한 적이 없다”며 “한 두 차례 정도 잘 되길 바란다는 수준의 의례적 답장을 했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공개된 내용을 보면 부위원장 재직 전 시점부터 이어진 법률 상담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도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 쪽은 해당 전자우편이 조작됐기 때문에 의혹 제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제출된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가 전자우편을 보낸 시점이 적힌 부분이 지워져 잘 보이지 않는데, 관련해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날짜도 확인이 안 되고 전자우편 수신인 등을 보면 조작의 흔적이 있다”고 밝혔다.

장예지 정환봉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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