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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위안부’ 피해자들 항소심서 “국가면제 적용한 1심은 잘못”

등록 2022-03-24 17:04수정 2022-03-24 17:20

1심, ‘국가면제’ 들어 각하 판결
피해자쪽 “국가 중심 입장 답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두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지난해 4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법원을 나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두번째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지난해 4월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법원을 나서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쪽이 항소심에서 “‘위안부’ 피해자는 일본의 군사적 목적에 따라 강제동원됐다. 개별적 피해구제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책임을 입증하기 위해 일본 변호사 등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33부(재판장 구회근)는 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과 피해자 유가족 등 15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첫 변론기일을 24일 열었다. 소송을 낸 피해자쪽은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의 문제를 지적하며, 관련 대법원 판례와 국제 판례 동향 등을 들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개별적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사건에서 일본의 침략전쟁 수행으로 인한 강제동원을 인정해 개별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했다. ‘위안부’ 피해자도 일본의 침략전쟁 수행 과정에서 전투력 고조를 위해 군사적 목적에서 강제동원됐다”며 “이는 전쟁 수행과 관련된 반민주적 불법행위로, 피해자의 개별적 피해구제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가족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2018년 원고 승소 판결을 확정했는데, ‘위안부’ 피해자 또한 전쟁 과정에서 강제동원된 만큼 개개인의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다.

피해자 쪽은 1심 재판부가 각하 근거로 든 ‘국가면제’에 대해서도 이 사건에선 적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가면제는 ‘주권국가는 다른 나라 법원에서 재판받지 않는다’는 국제관습법이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당시 재판장 민성철)는 국가면제를 근거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일본 정부 차원의 권리구제로 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를 두고 원고 대리인단은 “국가면제 법리를 면밀히 살피지 않은 채 국가 중심의 근대 국제법의 입장만을 충실히 답습해 한국 법원의 재판관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 1심은 국가면제에 따라 원고 패소로 판결했지만,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당시 재판장 김정곤)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별개의 소송에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1심은 “국제공동체의 보편적 가치를 파괴하는 반인권적 행위까지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브라질 연방 최고재판소도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에 피격된 피해자들이 독일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면제를 배척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가 “광범위하게 의견을 들어 보겠다”고 밝히면서, 피해자 대리인단은 여러 전문가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오랜 시간 ‘위안부’ 피해자를 대리하며 국가면제를 연구한 일본 변호사 등이 증인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위안부’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은 대리인 선임도 하지 않는 등 소송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뒤집힌 정의’…일본에 위안부 배상책임 못 묻는다는 법원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92066.html

▶관련 기사: [뉴스AS] 잇따라 엇갈리는 ‘위안부’ 판결, 왜 그럴까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99703.html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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