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2022인 릴레이 단식행동 〈평등한끼〉’에 돌입한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닷새 지난 14일, 당선과 낙선 인사를 담은 펼침막이 걸린 국회의사당 국회2문(정문) 앞에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모였다. 이날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20대 대통령 취임(5월10일) 전까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요구를 하며 릴레이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는 4월8일까지 국회 앞에서 점심 단식을 진행하고, 시민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한 끼를 단식하고 온라인에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날은 개신교·천주교 단체로 이뤄진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가 단식행동 첫 주자로 나서 국회 앞에서 기도회를 열었다.
차제연은 지난해 다양한 방식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6월 차별금지법 제정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10만명을 넘겼고, 활동가들은 부산에서 국회까지 2달간 도보로 행진했다. 국회 앞에서 63일간 농성을, 서울 내 자치구를 돌며 유세를 펼쳤지만 국회는 법안 심사를 2024년으로 연기했다. 이들은 단식행동 제안문에서 “정치가 문제다. 우리가 뭘 덜 해서가 아니라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하나 만들지 못하는 정치가 문제”라며 “대선 결과가 무엇이든 우리에게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번 대선 과정이 실망스러웠다면 더욱 우리가 다시 나서야 한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이들은 이번 대선 기간 정치권과 사회 곳곳에서 나온 혐오와 차별을 보며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고 주장했다. 새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대선 정국에서 여성들은 혐오 언어가 공적인 공간에서 발화되는 것을 보고 좌절했다”며 “구조적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후보와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달라는 글을 에스엔에스에 공유한 이재명 후보의 행보, 성차별을 젠더 갈등으로 왜곡하는 언론의 행태를 지켜봐야 했다”고 했다.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 사무국장은 “선거기간 당선자의 입에서 나온 노동에 대한 무지와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 발언을 듣고 노동자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험난한 시간을 보내게 될지 실감했다”며 “노동자에겐 지금도 어려운 시기인데 얼마나 더 어려워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 출범 전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홍세화 장발장은행장은 “민주개혁세력이라고 말해온 민주당은 물론이거니와 윤석열 당선자도 통합을 말하고 있는 만큼 국민을 통합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선도하든지, 적어도 가로막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회 안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처음 열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권지웅 비상대책위원은 “이번 지방선거를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을 미루는 핑계가 아니라, 평등법 제정을 설득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평등법 제정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종걸 차제연 공동대표는 “민주당이 집권당과 차별성을 갖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개신교·천주교 단체로 이뤄진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기도회를 열고 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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