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 서울 광진구 자양제3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투표용지를 건네받고 있다. 연합뉴스
“하고 나니까 개운하네, 맞지?”
사전투표 둘째 날이자 주말인 5일에도 시민들은 서울 곳곳에서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소를 찾았다. “주민등록상 주거지가 실주거지와 떨어져 있어서” “본투표일에 푹 쉬고 싶어서” 투표를 했다는 시민들도 있었고,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 않아서” 혹은 “마음을 일찍이 정해서” 찾아왔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첫날인 4일 사전투표 대기 줄이 길어서 투표를 포기한 뒤 이날 다시 왔다는 유권자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오전 9시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편안한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발길이 계속됐다.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통해 4층에 있는 투표소까지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들 부지런하다”, “생각보다 많은데” 같은 말들이 투표소를 오갔다.
해당 투표소에서는 휠체어를 탄 노모와 찾아온 중년 여성, 삼대가 함께 온 가족,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온 부모 등 가족 단위 유권자들이 눈에 띄었다. 자녀를 둔 유권자들은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후보를 찍었다고 입을 모았다. 6살 아이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신수정(35)씨는 “다음 대통령은 자라날 아이가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내와 투표소를 찾은 서아무개(68)씨는 “조금 부족한 점이 보이더라도 새롭게 나라를 바꿀 수 있는 후보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30대 자녀들을 둔 박아무개(62)씨도 “투표 전 아침에 딸과 대화를 나눴는데 자기들 세대는 미래가 안 보이고 야심과 야망이 사라진 세대라고 하더라”며 “대통령이 바뀐다고 많은 것이 바뀔 거란 기대는 없지만 자녀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후보였으면 한다”고 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5일 서울 용산구 용산역사 내 사전투표소 모습.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같은날 오전 11시께 서울 용산구 용산역사에 있는 사전투표소는 주말 나들이를 떠나기 전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이 다수로 보였다. 캐리어를 끌고 오거나 큰 여행 가방을 멘 시민 50여명이 ‘관외투표자’라 적힌 곳에 줄을 섰다. 열차 시간이 다가오는지 끊임없이 시계를 확인하는 시민, 투표를 마치자마자 열차 승강장으로 달려가는 시민도 있었다. 직장인 이은수(30)씨는 “본투표날에는 편하게 쉬고 싶기도 하고, 오늘 친구와 약속 있는 김에 사전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한편, 특별사면으로 석방된 뒤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인근 일원본동 사전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낮 12시 투표율이 25.1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 19대 대선(16.82%) 같은 시각 투표율 보다 8.73% 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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