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또 철수, 대선 사실상 ‘양자 구도’ 급변 ‘권력 나누기 야합’ 의혹에 ‘역풍 불 것’ 전망도 국민의당 지지층 배신감…안철수 진상 밝혀야
[논썰] ‘자리 나눠갖기’ 이면 합의? ‘묻지마 단일화’의 진실
안녕하세요. <논썰>의 손원제입니다.
대선 막판에 대형 이슈가 돌출했습니다.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갑작스러운 단일화가 그것입니다. 이 돌연한 구도 변화가 초박빙 판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국민의힘에선 “승부는 끝났다”는 환호성이 나옵니다. 다만 샴페인은 나중에 터뜨리자는 경계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오만한 모습으로 비쳐 역풍을 부를 수 있으니 자제하자는 거죠.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알 수 없다”며 지지층의 결집을 다지는 모습입니다. “권력 나눠먹기 야합”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내려질 것이라며 기대를 담은 역공도 펴고 있습니다.
대선 민심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요. 지금부터 함께 차분히 살펴보시죠.
초박빙 속 단일화…윤, 좁혀진 격차 의식했나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는 판세가 초박빙인 상황에서 이뤄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시작된 3일 단일화가 발표됐는데요, 따라서 지금 우리가 판세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자료는 단일화 전날인 2일까지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로 한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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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3일에만 6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는데요, 이 중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사가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선 이재명 40%, 윤석열 40%로 똑같은 지지율을 보였습니다.(오차범위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 이하 모든 여론조사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는 2월28일부터 3월2일까지 전국 201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습니다. 보통 한번 조사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데요. 이 조사는 그 두배 규모로 실시한 겁니다. 다른 4개 조사도 ‘4자 구도’에선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예외 없이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지상파 방송 3사가 코리아리서치 등 출구조사 수행 조사기관 3곳에 의뢰해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4자 구도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5%p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오차범위 95% 신뢰 수준에 ±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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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상황에서 윤·안 후보가 3일 단일화를 전격 발표한 겁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두 후보 중 먼저 윤 후보의 의도와 관련해선 두가지 해석이 나옵니다.
첫째, 단일화 없이는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민주당이나 상당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이런 주장을 하고 있죠.
유시민 “TV 토론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현재의 상황과 선거 판세, 그 선거 판세에 임하는 각 정당의 자세. 이런 것들을 어젯밤 토론에서 볼 수 있었고. 그 연장선에서 새벽 회동이 이루어지고 합의가 나오고. 그렇게 저는 해석해요. (…) 그리고 윤 후보가 마지막 주도권 토론 시간을 전부 네거티브를 직접 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안철수 후보한테 떠넘기면서 그거에 대해서 동의를 구하는 장면이 맨 마지막에 노출이 됐죠. (…) 그래서 저는 그거 보면서 지금 선거가 팽팽한데. 흐름이, 좀 윤 후보가 불리한가 보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그러니까 그 귀한 마지막 주도권 토론 9분을 극단적인 비방에 썼거든요. 그거는 원래 앞서는 후보는 절대 그렇게 안 합니다.”
김현정 “그렇게 보셨군요. 어제 TV 토론에서 윤석열 후보의 판세에 불안감을 느끼시면서 유시민 작가는 밤 사이에 뭐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셨다는 거예요.”
유시민 “좀 이상하다 그런 느낌은 있었어요.”
(유시민 작가, 3월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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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지금도 이기고 있으나 좀더 확실하게 큰 차이로 승리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입니다. 국민의힘 쪽에서 내놓는 주장입니다.
하태경 “그런데 지금 20, 30대가 정치적 각성도 굉장히 높거든요. 그래서 투표를 더 많이 할 거고 단일화 때문에 약간 주저하던 사람들도 더 많이 할 겁니다. 그리고 단일화된 것에 대한 반발 때는 결집, 민주당 쪽에서도 더 투표를 독려할 것이고. 그래서 투표율이 훨씬 올라갈 거고요. 우리 지지는 저는 굉장히 커질 거라고 봅니다. 이제 단일화 안 하더라도 솔직히 말씀드리면 자력 승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우리 당내 다수의 의견이긴 합니다.”
김현정 “최근까지도요?”
하태경 “네. 자력 승리가 충분히 가능하다.”
김현정 “지지율이 굉장히 붙었다 이런 얘기가 나왔었는데도?”
하태경 “그러니까 격차는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위해서 단일화를 해야 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았죠. 마음이 간절했고. 그런 분들이 더더욱 주변 사람들, 이번에는 크게 이기는 걸 보여줘야 된다. 이런 여론이 작용할 것 같고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3월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가지 해석이 다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조사 결과들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만, 최근 3주가량은 그 격차가 크게 좁혀지는 추이를 보인 바 있습니다. 일부 조사에선 역전된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3일 발표된 여론조사 중 다수도 오차범위 내 박빙으로 나타났고요, 윤 후보로선 점점 압박감을 느낄만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철수는 왜? ‘자리 나누기’ 이면계약 있나
앞에서 윤석열 후보의 입장에서 왜 전격 단일화에 합의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는 왜 “단일화는 끝났다”는 자신의 말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을까 하는 점을 짚어보겠습니다.
안 후보는 지난 2월13일 ‘경식 방식의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공식 제안합니다. 그러나 윤 후보가 ‘담판으로 단일화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일주일 만인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 결렬을 공식 선언했습니다. 이후에도 장제원-이태규 의원을 창구로 해서 단일화 협상이 진행됐고, 27일에는 합의문까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안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문제가 아예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면서 협상을 최종 결렬시켰습니다. 그러자 윤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 양쪽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시시콜콜 공개하는 등 결렬 책임을 두고 공방전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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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이 과정에서 안 후보는 여러 차례 ‘완주 의사’를 강하게 밝혔습니다. 2월18일엔 유세 차량 사고로 숨진 국민의당 당협위원장 영결식에서 “숨진 손 위원장의 뜻을 받들어 반드시 대선에서 승리해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을 새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2월23일 울산 유세에선 윤 후보를 직격하는 발언까지 거침없이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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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해 무능한 후보를 뽑으면 1년이 지나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것이다. 주술에 씐 듯, 마법에 걸린 듯 정권교체만 되면 다 될 것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안철수 후보 2월23일 울산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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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안 후보가 돌연 단일화에 합의한 것입니다. 심지어 2일 밤 3차 법정 TV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먼저 단일화 담판을 요청한 것도 안 후보 쪽이었다고 합니다.
이준석 “안철수 대표 측의 갑작스러운 요청으로 저희가 또 단일화에 나서서 이렇게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박경수 “안철수 후보가 TV 토론이 끝난 뒤에 먼저 요청한 것으로 이렇게 보고를 받으셨어요?”
이준석 “예. 그렇게 되어 있고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3월3일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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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입니다. 안 후보가 겉으로는 ‘단일화는 끝났다’고 선언해놓고, 물밑에선 몰래 접촉을 이어가면서 단일화 성사에 매달렸다는 건데요, 이렇게 지지자와 국민을 기만하면서 원칙 없는 ‘닥치고 단일화’로 뒷통수를 때리는 게 과연 안 후보가 강조해온 ‘새정치’인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단일화로 안 후보는 11년의 정치 인생에서 벌써 네번째로 선거 도중 사퇴하고 철수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갖게 됐습니다. 우리 정치사에 ‘철수의 법칙’을 아로새겼다는 비아냥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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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서 왜 안 후보는 갑작스러운 단일화에 나선 걸까요. 안 후보 쪽에선 ‘단일화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압도적 민심을 외면할 수 없었다’는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단일화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안 후보의 핵심 측근은 3일 기자들과 만나서 ‘안 후보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계기가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독자의 길을 가면서 늘 단일화를 요구하는 민심이나 이런 부분을 이제 외면할 수는 없었고 그 부분이 이제 어쨌든 현 단계에서 가장 큰 명분이 아니었나. 그러면 일단 그런 민심에 본인이 좀 더 충실하게 거기에 복무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런 판단을 늘 갖고 계셨다고 본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납득이 되십니까.
국민의힘 쪽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정권교체를 원하는 민심의 압박에 안 후보가 움직였다는 겁니다.
김현정 “단일화 결렬 일요일 선언 후에 다른 민심들. 진짜 민심이 이거구나라는 느낌이 왔을 거다, 안 후보한테?”
하태경 “그렇죠. 그리고 당내에서도 위기의식 같은 걸 느꼈겠죠. 우리 종착지가 어디냐. 심각한 논의가 있었을 거고, 고민이 있었을 거고. 그랬을 때 가장 최선의 선택 그리고 민심을 받드는 그리고 이 현시점의 시대에서 과제가 정권교체라는 게 확실하고. 또 안 후보 본인이 압도적 정권교체라는 얘기를 한 거거든요. 그때 단일화 먼저 제안할 때. 처음으로 제안할 때 압도적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 방법은 차이가 있지만. 그래서 그런 내용들이 영향을 미치고 안 후보 결단을 한 거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3월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이와 달리 여권에선 안 후보가 결국 ‘권력 분점’을 약속받고 야합을 택한 것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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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합니다.”(3월3일 기자간담회)
자리 배분을 위한 이면합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 “단일화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좀 투명하게 밝힐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보도에선 인사권 공동 행사라든가 내용이 있었는데 오늘은 없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밝힐 수 없는 이면합의가 있었는지, 어떤 자리 어떻게 나누기로 했는지.”(3월3일 기자간담회)
안 후보가 단일화 발표 기자회견 뒤 일문일답에서 한 발언을 두고도 의문이 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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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안철수 후보에게 묻겠다. 여론조사가 아니면 (단일화가) 안 된다고 했는데, 왜 (단일화 합의를) 받았나?
안철수 “지금 이미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 지났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 찾아야 했다. 아시다시피 지난 10년 간 정치권에서 정말로 많은 노력했다. 그런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말했다.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입법 활동했습니다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 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체감할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정치는 세상 바꾸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제대로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변화 모습 보여드리고, 만약 그렇게 되면 오늘 제 결심에 따라서 실망한 분들 많이 계시리라는 걸 안다. 제3당으로서 투쟁하길 바라는 분들 많이 있으리라 안다. 그분들께 죄송하다. 그분들 실망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 만드는 실행력 증명해서 그분들께 보답하겠다.”
(3월3일 단일화 발표 기자회견)
눈길을 끄는 대목은 ‘왜 단일화 합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별안간 “행정 업무는 하지 못했다. 할 만한 기회가 없었다”는 얘기로 넘어간 것입니다. 실행력을 증명할 수 있는 행정부 내 특정한 직책을 약속받았기에 한 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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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저는 이 건으로 '정치인 안철수는 이제 마감되었다' 그렇게 생각해요. 윤석열 후보가 당선이 되면 고위직을 하겠죠.”
김현정 “고위직, 국무총리 같은 거요?”
유시민 “할 수 있죠. 당연히 제가 안철수씨 같으면 당연히 총리 요구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가 여러 가지 과학기술 강국에 대한 나의 비전이 있었고 그게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거라고 보기 때문에 당신이 과학기술 모르지 않냐?' 그러니까 공동선언문에 보면 국민통합정부라고 규정을 하고 다섯 가지 키워드를 냈는데요. 첫번째가 '미래정부'예요. 저는 이게 안철수 국무총리 합의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많은 레토릭이라고 봐요.”
(유시민 작가, 3월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이면합의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합니다.
유시민 “안철수 후보가 유세에서 그저께 '윤석열 뽑으면 1년 안에 손가락 자르고 싶어질 거다' 이런 말까지 공개적으로 할 정도로 대립이 심했지만 종국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진 거죠. 그러면 뒤에서 무슨 합의가 이루어졌느냐? (…) 당연히 이면합의가 있죠. 구두로 했건 문서로 보증했건 간에.”
김현정 “우리가 보는 이것 외에, 보도되는 것 외에 이면합의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유시민 “당연하죠.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닌데.”
(유시민 작가, 3월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어떻습니까? 이런 의혹 제기는 그저 반대 진영의 정략적 흠집내기로 봐야 할까요. 아니면 냉철한 현실주의적 분석으로 봐야 할까요.
아직 분명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아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다만 저는 안 후보의 돌연한 태도 변화 자체가 이런 의혹을 자초한 만큼 이에 대해 설명할 책임도 안 후보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 후보는 3일 단일화를 발표하면서도 어떤 사정 변경의 사유가 생겼기에 단일화 결렬이 합의로 바뀐 것인지 명확한 설명을 전혀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선 후보로서 적절한 자세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안 후보는 지금이라도 왜 국민과 한 ‘완주’ 약속을 어기고 후보를 중도 사퇴해야 했는지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당제 정착’이 소신이라고 그토록 주장해놓고 왜 국민의힘과 합당에 불쑥 합의했는지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윤석열 후보의 당선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적폐교대’라고 수없이 얘기해놓고 윤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이유도 설명해야 합니다. 공개된 합의문 이외의 ‘권력 분점’ 등 이면합의는 정말 없었는지 분명히 답해야 합니다. 만약 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인지, 2월27일 결렬 시점과 3월3일 단일화 발표 시점 사이에 바뀐 대목은 무엇인지 국민 앞에 공개하기 합니다.
밀실 이면합의가 있는데도 이를 숨기고 단일화의 정치적 효과만 누리겠다는 것이라면 대단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후보 사퇴라는 중대한 정치적 결정의 근거에 대해 빠짐없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평가를 구하는 것이 바른 길입니다. 국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하기 위해서라도 안 후보가 생각을 바꾼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단일화 효과, 대세론이냐 역풍이냐
단일화 효과를 두고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계산은 확연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에선 완승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를 어떻게 보냐’는 지지자의 질문에 “이제 마음 편히 완승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하태경 의원도 오차범위 밖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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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보통 여론조사 하면 오차범위 안인데, 오차범위 밖에서 저는 이길 거라고 봅니다.”
김현정 “오차범위 밖 승리까지 지금 내다보세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3월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국민의힘이 완승을 장담하는 건 윤석열과 안철수로 양분돼 있던 정권교체 찬성층이 단일화를 통해 하나로 합쳐지면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안 후보와의 공동정부 공약 등을 통해 윤 후보의 약점으로 지목된 국정 운영 능력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다는 계산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민주당은 아직 승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이재명 후보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1인1표 국민주권 국가에서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냐. 국민의 손을 잡고 꿋꿋이 걸어가겠다. 정치는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 이재명은 지금까지도 국민과 역사를 믿고 이 자리에 왔고,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드는 것은 국민이라고 믿는다.”(3월3일 서울 영등포 유세)
오히려 ‘명분 없는 단일화’에 대한 역풍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고, 중도 부동층도 이 후보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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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오히려 이번에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에 대해서 국민적 동의를 만약에 못 얻는다면 오히려 심각한 역풍이 불 수가 있죠.”
김종배 “국민적 동의라 하면 구체적으로 풀어주신다면.”
윤건영 “단일화에 대한 내용이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권력 나눠먹기로 비쳐질 거냐, 아니면 미래에 대한 국민적 선택으로 비쳐질 거냐에 대한 판단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 3월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민주당에서 이런 전망의 근거로 제시하는 대표적 사례가 2002년 대선입니다.
윤건영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정치적 선택에는 명암이 있는 건데 대표적으로 2002년에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를 철회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후보에게 부정적일 것이다라고 했는데 오히려 지지층 결집 또는 중도층의 변화를 이끌어냈던 적이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것이 더 유리하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하다라고 판단하긴 아직 이르고 단일화가 국민적 동의를 받느냐 국민적 인정을 받을 거냐라는, 즉 민심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3월3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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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엇갈리는 전망 중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공감하시나요. 저는 일단 단일화가 구도를 바꿔 초박빙 판세를 흔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봅니다. 보통 선거를 좌우하는 3요소로 구도, 인물, 캠페인을 꼽습니다. 단일화로 이 중 선거 구도가 4자 대결에서 양자 대결로 변화하면서 안 후보에게 묶여 있던 6~8%가량의 정권교체 지지층이 다른 대안을 찾아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이들이 안 후보와 단일화한 윤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준다면 승부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꼭 의도한 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죠.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데다, 복잡한 여러 변수들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단일화를 가정해 실시한 여러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안 후보 지지층은 양자 대결 때는 윤 후보나 이 후보 어느 한쪽 지지로 쏠리기보다는 분산되는 경향성을 드러냅니다. 앞에서 본 여론조사가 4자 대결 구도였던 것과 달리 이 조사들은 단일화를 전제로 가상 대결 시 지지율을 살펴본 건데요. 물론 이 조사들도 여론조사 공표 금지 이전인 2일까지 진행된 것들입니다.
먼저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2일 조사한 이재명, 윤석열, 심상정 가상 3자 대결에선 윤 후보 42.5%, 이 후보 42.2%로 초박빙을 보였습니다. 심 후보는 7.3%였습니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3자 대결 때 윤 후보 쪽으로 26.8% 이동한 반면, 이 후보 쪽으로 36.9%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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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경제> 의뢰로 입소스가 같은 기간 단일화를 가정해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선 윤 후보는 48.9%, 이 후보는 42.8%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두 후보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안이었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안 후보 지지층의 44.9%가 윤 후보에게, 25.1%는 이 후보에게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중앙일보>가 3일 발표한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단일화 시 윤 후보가 47.4%로 이 후보( 41.5%)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밖에서 앞섰습니다.
어떻습니까. 입소스 조사에선 윤 후보에게 안 후보 지지층의 절반 가까이가 옮겨간 것과 달리 한국갤럽 조사에선 윤 후보보다 이 후보 쪽으로 이동한 비율이 10.1%포인트 높게 나타났습니다. 단일화 효과가 어떻게 발현될지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실제로 안 후보가 단일화를 발표한 3일 국민의당 누리집엔 한때 접속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는데요. 이 역시 후보와 지지층의 이해가 갈릴 경우 단일화가 지지율의 온전한 이동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으로선 단일화가 선거에 끼칠 영향에 대해 어느 쪽도 미리 낙관하거나 비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유권자들이 이번 단일화를 명분 있는 선택으로 볼지, 권력 나누기식 야합으로 볼지에 따라 단일화 효과의 작용 방향과 크기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권자의 판단을 끌어내기 위한 각 후보와 정당, 지지층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순풍이든 역풍이든 자기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단일화의 효과가 발휘될 수 있도록 더 절박하게 노력을 기울이는 쪽에 승리의 여신도 미소를 보낼 것입니다.
기획·출연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도움 채반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