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자정께 경북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화재 대피소에 울진 지역 6개 마을 주민 370여명이 모였다.
“이게 무슨 난리야.”
4일 오전 11시께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에서 난 불이 강풍을 타고 계속해서 번져 인근 주민 약 4000명이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 체육관으로 대피했다. 몸만 급하게 빠져나온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밤 11시46분께 경북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 3층 체육관에는 산불을 피해 대피한 주민 370여명이 모였다. 검성리, 부구1·2리 등 울진 지역 6개 마을 주민들이 모인 체육관에는 물과 간식, 과일 등 구호 물품이 속속 도착했다. 주민 대부분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로, 휠체어를 타거나 보행 보조기구를 끌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갑작스런 대피에 일부 주민들은 반려견을 담요에 감싸 품에 안은 채 센터 안으로 황급히 들어오기도 했다.
울진읍 봉평 2리 마을 주민 음연옥(85)씨는 “군청 직원들이 ‘몸만 빨리 피하라’고 하도 난리쳐서 갑자기 나왔다. 지금 아무것도 못 가지고 나왔다. 이게 무슨 난리냐"고 말했다. 같은 마을 주민 신동애(72)씨도 "불길이 거세지니까 얼른 대피하라고 그래서 치아 교정기도 못 끼고 나왔다. 큰일이다"라고 했다.
울진군 북면 검성리 마을이장 박영철(73)씨는 “우리 마을이 전체 50가구 정도 되는데, 절반 정도 화재로 피해입은 것으로 안다. 오늘 오후에 인근 해수욕장으로 마을 주민들이 대피했었는데, 해수욕장 인근 산까지 불길이 퍼져서 지금 체육관으로 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산불은 강원도 삼척까지 번졌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강원과 경북에 밤 10시부로 재난사태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