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져 근처에 있는 상도유치원 건물이 일부 무너진 채 기울어져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지난 6일 밤 서울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현장에서 흙막이가 무너져 인근 상도유치원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낮시간에 붕괴사고가 일어났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사고 전날 유치원 휴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긴급회의에서 공사장 설계감리자가 “유치원 붕괴 가능성이 없다”고 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13일 ‘서울상도유치원 안전대응 상황 중간점검 결과’ 발표를 통해 “9월5일 동작관악교육지원청, 안전진단업체, 현장소장, 설계감리자 등이 참석한 대책회의에서 설계감리자가 ‘현재 공사 현장은 안전한 현장이며, 건물에 변이는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4일 유치원 건물 밖 옹벽과 지상 1층 벽에서 균열을 발견한 유치원 쪽이 휴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긴급 요청해 이뤄졌다. 유치원은 이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휴원을 결정하지 않았다.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이 지반 불안으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난 지 나흘째인 9일 오후 관계자들이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시교육청의 말을 종합하면, 시공사와 설계감리사는 5일 회의에서 ‘보완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터파기가 끝났고 더 이상의 균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바닥에 금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붕괴 가능성은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어 설계감리사는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토사 유실이 걱정 된다’고 발언한 뒤 현장소장에게 보완작업을 지시하며 7일까지 보완작업을 완료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회의 다음날인 6일 폭우가 쏟아졌고 밤 11시께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시교육청은 “9월5일 대책회의에 구청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아 유치원 원장이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설계감리사 등의 발언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구청이 회의에 참석해 즉각적인 행정명령 등을 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중간 발표 뒤에도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로 확인해 발표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와 함께 진행 중인 서울 시내 유치원과 초중고 인근 공사장 전수조사 결과 역시 이르면 내일 발표된다.
황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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