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이찬승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학생간 정보 격차 커져가는 추세
능력·환경 맞는 개별적 교육 필요
디지털 기기 통해 구현할 수 있어
학생간 정보 격차 커져가는 추세
능력·환경 맞는 개별적 교육 필요
디지털 기기 통해 구현할 수 있어
지금의 학교 시스템은 대부분이 디지털 기기와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는 첨단 정보기술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현재의 학교 교육 시스템은 디지털 문명이 없던 시절과 그 환경에서 태어난 학생들을 상정하고 만들어졌다. 현재의 의무교육 체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규모로 학교를 떠나는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 능률영어 참고서의 저자로 유명한 이찬승(사진)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다.
그는 2009년 능률영어사를 매각하고 시민단체인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을 만들어 한국 교육제도를 개혁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선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영어교육자문위원회 위원으로, 박근혜 정부에선 교육부 국가교육과정정책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됐다.
이 대표가 보는 디지털 환경의 학교는 장밋빛이 아니다. 그와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연구원들이 함께 저술한 <한국 공교육 미래 방향 제안>(2013)을 보면 “영국에서 현재와 같은 국가 주도의 의무교육이 지속된다면 5년 후 학생의 절반이 학교를 떠날 것이다”, “미래의 아이들은 극단적 수준의 국가적·세계적 불평등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능력)가 중요해짐에 따라 세대 간 격차뿐 아니라 또래집단 간 격차도 극대화되어 새로운 사회문제를 낳을 것이다”라는 세계 학자들의 진단을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의 국내 학교를 “학습 부진아를 길러내는 공장”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학교까지의 국민공통교육과정은 ‘중상’ 수준으로, ‘중하’ 수준에 맞춰진 서양 선진 국가들에 비해서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반 학교에서 20%가량의 학생은 학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보조교사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국내 학교는 이들을 이끌어주거나 관심 가질 만한 지식을 가르쳐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 결국 많은 학생들이 학업을 포기하게 만드는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보편적 학습설계’(UDL)와 이를 위한 스마트 교육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편적 학습설계란 학생들의 수준과 환경, 능력에 맞춘 교육을 개별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수준에 맞지 않는 학습 활동으로 흥미를 잃지 않도록 난이도에 맞는 활동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베트남에서 온 이주민 학생은 국어 수업 때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베트남어로 번역된 교과서를, 난독증 학생은 음성 지원을 디지털로 제공받는 방식이다.
당장 외국처럼 태블릿피시를 모든 학생들에게 나눠주자는 주장은 아니다. 대신 의지가 있는 교사들이 학생들이 가진 스마트폰을 활용해 수업을 하는 것을 정부나 교육청 단위로 지원을 해주는 것은 지금도 가능한 방향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현재 정부가 교육의 디지털화를 내세우고 추진하는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학교의 근본적 변화를 위한 것이 아닌 공허한 것이라고 본다. 이 대표는 “정부가 현재의 불평등한 교육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10년 이상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수용자 맞춤형 스마트 교육을 도입해야 현장에서의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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