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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동료를 내치라는 반인륜적 정권의 요구를 거부한다”

등록 2013-10-19 16:35수정 2013-10-29 12:20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교조 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전교조 조합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법외노조화'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10.11/뉴스1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교조 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전교조 조합원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법외노조화' 철회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3.10.11/뉴스1
전국교사대회 1만명 참가, “정부가 전교조 와해하려는 만행”
조합원들 ‘해고자 지킨다’ 결정…노동부, 24일 노조지위 박탈
“두발 자유 요구했다고 퇴학시키는 일과 뭐가 달라요?”

19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 열린 전국교사대회에서 만난 중학교 교사 정아무개(51)씨는 “해고자를 노조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는 있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 적합한 조처를 하면 된다. 그 문제로 노조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국제 기준에도 어긋난다. 반인권적인 두발 규정을 고치라고 주장하는 학생에게 규칙을 따르지 않을 거면 아예 학교를 나가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 9월 고용노동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9명의 해고자들을 노조원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10월24일부터 노조 지위를 박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16일부터 사흘간 총투표를 벌였다. 전교조 교사 80.96%가 투표에 참가했고 68.59%가 고용노동부 안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리고 19일 노동부의 방침에 항의해 거리로 나섰다.

이날 2시30분부터 열린 교사대회에는 1만여명(주최 쪽 추산, 경찰 추산 6000명)이 모여 정부의 일방적인 노조 지위 박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전교조 관계자는 “8년 전 교원 평가제 시행 반대 투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거리로 나온 것이다”고 설명했다.

변성호 전교조 사무처장은 무대에 올라 “박근혜 정권이 전교조를 와해하려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참교육을 지킬 것이다. 우리는 법외 노조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해직된 우리의 소중한 동료들을 내치라는 반인륜적 정권의 요구에 거부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단식 농성 24일째인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이 전교조를 법 밖으로 밀어내려는 것은 전교조 선생님들이 살아있는 민주주의, 올바른 역사 정신을 교육하는 것을 막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교조 교사들의 총투표 결과는 박근혜 정부와 수구보수세력의 교육장악 음모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결연한 선언이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가 문제 삼은 9명의 해직 교사 중 한명인 송원재(55)씨는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송씨는 “전교조 해직 교사들은 그동안 활동을 가장 열심히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을 배제하라고 하는 것은 전교조의 뿌리를 뽑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또 “총투표를 하는 동안 나서기 힘들었다. 전교조의 합법성 문제와 우리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문제니까. 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교사대회에 참여한 전남 지역의 고등학교 교사 박아무개(47)씨는 “교사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 어느 조직이나 조직을 위해 헌신한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것이 조직의 생리다. 그런데 이 정부는 그들을 버리라고 한다.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교사들도 정부의 일방적인 요구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간호학과를 다니며 보건교사 임용을 준비 중인 안아무개(21)씨는 “이번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응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인 상황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강압적으로 해직자들을 노조에서 내보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모인 교사와 시민 등은 교사대회를 마치고 경찰청 앞 사거리와 서소문로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해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에 참여했다.

정환봉 김미향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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