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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7년만에 노조 지위 회복한 전교조, 이제 더 아이들 곁으로 / 권정오

등록 2020-09-09 18:12수정 2020-09-10 02:38

권정오 ㅣ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를 둘러싼 긴 싸움이 끝났다. 지난 9월3일 대법원의 원심 파기환송으로 7년에 걸친 국가폭력이 확인되었고, 이튿날 고용노동부는 7년 전 시행한 전교조에 대한 “노조 아님” 통보를 스스로 거둬들였다. 비상식의 정상화는 그렇게 일사천리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되었다. 지난 7년 전교조가 걸어온 길에는 참으로 많은 시민과 학부모,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열망과 연대가 함께했다. 9월3일 오후 2시 대법원 대법정을 적신 전교조 조합원의 눈물 속에는 그 수많은 마음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숨어 있었다.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다.

2013년 전교조 울산지부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그해 1월 전교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처음 다룬 안건은 박근혜 정권이 전교조의 법적 지위 박탈을 저울질한다는 보고였다. 그러나 당시 26명의 전교조 중앙집행위원 중 누구도 이를 다가올 현실로 상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무소불위의 독재권력이라 하더라도 교육 민주화의 상징인 전교조, 6만 조합원이 소속된 우리나라 최대 교원노조의 법적 지위를 박탈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해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둔다면 ‘노조 아님’을 통보하겠다는 고용노동부의 공문이 접수되면서 이는 현실로 다가왔다.

9명의 해직교사를 조합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교원노조법상의 모든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겁박이 있었지만 전교조 6만 조합원은 총투표를 통해 68.5%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해직된 동료들과 함께 참교육 한길을 가겠다고 결정했다. 전교조 조합원의 총투표 결과는 명확했다. 교육 정상화를 위해 조직의 가장 앞자리에서 싸우다 거리로 내몰린 해직교사들을 전교조 스스로 배제하라는 이 야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었다. 9명이 아니라 단 한 명이라도.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것이 교사 아니었던가. 게다가 이것은 노동조합 활동의 가장 기본 원칙인 자주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정권이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겠다는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6만 전교조 조합원은 그렇게 9명의 해직교사와 함께 가기 위해 스스로 고난의 길을 자초했다.

박근혜 정권의 규약 시정 명령은 교원노조가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등 정부 정책에 맞서기를 포기하라는 항복 요구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되어 7년을 이어온 투쟁은 정권의 부당한 탄압에 맞서 싸우는 투쟁이었다. 독재 미화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 세월호 진상규명, 특권·경쟁교육 폐기 등 공교육 정상화와 촛불항쟁 등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전진을 위한 투쟁이기도 했다. 이 싸움이 9월3일 대법원의 판결로 이어졌다. 고용노동부는 판결 단 하루 만에 자신들의 행정행위를 취소함으로써 전교조는 합법적 지위를 회복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교원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기본권에 대해 국가가 이를 임의로 훼손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는 헌법 정신을 다시 확인한 역사적 판결이다. 87년 6월항쟁으로 폐지된 노조해산권을 노태우 정부의 국무회의가 임의로 부활시킨 노조법 시행령 9조2항은 이제 생명을 다했다. 전교조의 지난 7년의 투쟁이 단지 잃어버린 시간이 아니라 헌법적 권리인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낸 과정이었음이 증명된 것이다.

이제 전교조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이제 전교조는 어디로 갈 것이냐고. 그 질문에 전교조는 더 낮은 자세로 아이들과 국민들 속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전교조로 거듭나겠다고 답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아이들과의 심리적 교류가 차단된 조건에서 학교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50만 교원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가겠다고 약속드린다. 수업과 방역이 가능한 학교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법제화, 교육 양극화 해소 등을 위한 정책 대안을 생산하는 교원노조로서 본연의 역할로 돌아갈 것을 약속드린다. 전교조 31년 역사는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온 것임을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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