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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너도나도 선행학습하지만 ‘헛수고’
일방적 학원강의, 학생엔 ‘소화불량’

등록 2012-09-16 20:28수정 2012-10-08 08:41

학생의 감정·동기 이해에 따른
맞춤형·협동 교육이 효과적인데
학원엔 획일적 커리큘럼만 있어
인권이 최고의 아동·청소년 복지다

②저녁이 없는 아이들

‘비효율의 극치’ 과잉 사교육

한국의 학생들에게 학원은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수에 가깝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하루 평균 6~7시간의 정규수업을 받은 뒤, 곧바로 학원으로 가 학교생활을 재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원식 교육은 제대로 된 배움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박재원 비상에듀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은 “학습이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을 배운 뒤 그것을 익히는 것인데, 학원에서 학교 진도와는 다르게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들은 새로운 것만 계속 배울 뿐, 이것을 익힐 시간이 부족해진다”며 “‘수업 과잉, 자습 과소’의 상태는 결국 아이들이 배움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신을진 숭실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도 “학습은 결손이 일어난 지점을 알고 그것을 보충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학원에서는 강의 내용이 일방적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진짜 필요한 공부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자신의 상담 사례를 예로 들었다. “예전에 서울 강남에 사는 중2 남학생이 많은 비용을 들여 학원을 다녔는데도 성적이 나오지 않자 상담을 받으러 왔어요. 검사를 해보니 학생의 지능수준 발달 정도가 상당히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생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 우울증에 시달렸고요.” 그는 “자신에게 적절하지 않은 사교육을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무조건 받다 보니 우울증만 생기고 학습 효과는 제대로 보지 못하는 등 헛수고를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연구혁신센터에서 지난해 펴낸 ‘학습의 본질: 교육현장에서의 연구 활용’이라는 보고서는 21세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동학습’이라고 강조한다. 보고서는 “효과적인 학습은 단독 활동이 아니라 ‘여러 개인에게 분산된 활동’”으로 “개인의 지식 습득은 상호작용, 협상, 협력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또 교육에서는 지식 습득뿐 아니라 학습자의 감정적인 특징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감정상태나 동기 등을 잘 이해해야 학습 효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

한국의 학원식 교육은 이런 두 가지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서울 강남 학원가 ‘스타 강사’ 출신인 이범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은 “한국의 학원 위주의 학습은 학교에서 이미 ‘학습노동’을 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이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다시 지식을 주입시키는 시스템일 뿐”이라며 “이런 과정에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주도적으로 습득하는 ‘효율적이고 건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야구장에서 앞에 있는 사람이 일어나면, 뒤에 있는 사람도 모두 일어나서 결국 맨 앞 사람을 빼고는 아무도 제대로 볼 수 없게 되는 ‘야구장 패러독스’처럼 한국 학생들도 부모들의 불안감과 사교육을 신뢰하는 문화 탓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양적 사교육 경쟁에 매몰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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