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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화내는 아이에게 화내지 말자

등록 2009-01-11 16:26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아이랑 부모랑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부모에게 대들면서 화를 내는 아이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왜 화가 났을까 생각하기 이전에 ‘이런 버릇없는 녀석’ 하는 마음에 사로잡히기 쉽다. 적지 않은 아이들은 상대가 부모이기에 좀더 버릇없이 굴게 된다. 그럼에도 화를 내는 아이를 보는 부모 처지에서는 배은망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움도 밀려온다. 이렇게 밀리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아이에게 꼼짝 못하지 않을까?

배신감과 두려움, 이 두 가지 감정이 부모가 화난 아이를 합리적으로 대하지 못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아이가 화를 내는 것은 한순간이다. 부모가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 과도하게 해석해 자신마저 감정에 휩싸이도록 만들 필요는 없다. 화내는 아이는 아이가 보일 수 있는 다양한 모습의 한 면일 뿐이다.

아이가 화를 낼 때 부모가 피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우선 같이 화내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사실 화를 내는 아이가 원하는 바다. 서로 화를 내는 이상 수준은 똑같아진다. 싸움은 같은 수준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화를 내면서 자신을 부모와 맞먹는 존재로 느끼고 싶은데 부모가 같이 화를 내면 이런 아이의 욕구를 채워주는 셈이다. 결국 부모의 권위는 떨어지고 아이는 부모를 자기 수준의 사람이라고 느낀다. 반면 부모는 같이 화를 내고 나면 조금 뒤에 수치심에 빠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들어줄 필요가 없는 아이의 요구까지 수용하고 만다. 결국 화내는 아이의 의도대로 되는 셈이다.

다음으로 감정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화가 난 이유를 대는 아이에게 ‘아빠가 어렸을 때는 말야’ 하는 식으로 자신은 더한 일도 겪었다고 이야기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그러나 화가 난 상황에서 부모의 입장까지 생각할 아이는 없다. 아이는 그 순간 부모가 자신의 감정은 전혀 생각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아이를 낮추어 대하지 말아야 한다. 화를 내는 아이를 대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독립적인 인격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얼토당토않은 모습으로 화를 낸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럴 수 있다고 가만히 들어줘야 한다. 한번 생각해보겠다는 식으로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 대접을 받으면 어른 같은 행동을 하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과도한 화는 내지 않는다. 화를 낼 때 아이는 순간적으로 부모와 대등해지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부모는 그러한 아이에게 화가 나고 두려워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이의 욕구와 감정을 인정하고 넘어가면 곧 다시 아이는 아이가 된다. 화는 지나가는 감정이다. 지나가는 감정을 못 지나보내고 가슴속의 돌로 박히도록 만들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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