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경양이 모교가 될 중암중학교 학교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고르고 있다.
창의적 인재가 말한다 / 사교육 없이 국제고 합격 장우경 양
예습보다 복습 철저히 하고
신문속 현실과 접목 습관화
‘토론 친구’ 부모님도 큰도움 서울 중암중학교에서 ‘2009학년도 대비 학력신장을 위한 학부모 설명 및 보고대회’가 열린 지난 12월26일. 한 학부모가 학교 다목적홀 앞에 서 있던 한 여학생을 붙잡고 물었다. “그 학생 맞죠? 궁금한 게 있어요. 어떻게 공부했나요?” 올해 서울국제고에 입학하게 된 3학년 장우경(16)양에게 한 질문이다. 얼마 전부터 장양의 이름 앞에는 특별한 꾸밈말이 붙어다닌다. ‘국제고에 입학한’이 아니라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국제고에 입학한’이란 말이다. 중학교 3년 내내 장양이 받은 학교 밖 교육은 전자기타 수업이 유일하다. “사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접한 학습 방법과 크게 다른 건 없을 거예요. 학원 숙제를 할 일이 없으니까 잠을 많이 잤어요.(웃음) 졸지 않으니까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들었고 그것이 좋은 내신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법입니다. 그 시간에 정말 충실했어요. 예습은 모르겠고, 복습은 정말 확실히 했죠.”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자신이 경험한 ‘자기주도 학습법’을 설명한 장양은 “이것이 지금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4할”이라고 했다. 또 “‘공부해라! 공부해!’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은 엄마의 ‘방치형 교육’도 중요한 배경이 됐다”며 웃었다. 장양의 일과에는 학교의 자율공부방 ‘꿈터’가 있었다. 그곳에서 그날 배운 것들을 복습하고, 궁금한 게 생기면 곧장 담당 과목 교사에게 달려갔다. “그래서 제 인생 최고의 과외 선생님은 학교 선생님이었어요.”(웃음) 나머지 6할은 무엇일까? 장양이 국제고 입학의 열쇠로 손꼽는 ‘면접’과 관련이 깊다. 장양은 “내신성적과 영어 듣기가 어느 정도 돼 있다면, 다양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면접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해결하는 능력을 보는 거죠.”
실제 면접 때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모둠토론 주제로는 ‘안락사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찬성 혹은 반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가 있었고, ‘리더십(변혁, 창조, 섬김의 리더십 등)의 유형 가운데 자기에게 잘 맞는 것을 고르고, 그 이유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지 말하라’ 등 여러가지 면접 질문이 있었다. 이 가운데 안락사 문제에 대해선 ‘찬성’ 입장이었지만 제비뽑기 결과 ‘반대’입장에서 토론할 수밖에 없었다. 장양은 제비뽑기로 찬반의 입장을 정해준 학교 쪽의 의도를 추측해 똑부러지게 말했다. “반대 의견의 논리는 무엇인지를 알아야 반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겠죠. 저희 쪽에선 경제적 부담, 원치 않는 죽음이 나올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었어요. 리더십요? 섬김과 변혁을 골랐어요. 구성원들의 개성을 존중해서 의견을 종합하고 최대한 효과적인 공동체를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논리정연하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었던 비밀은 ‘신문’에 있었다. 평소 <한겨레>, <한겨레21> 등의 매체를 즐겨 봤던 장양은 “특히 지난해 말부터 보기 시작한 엔아이이 매체 <아하! 한겨레>의 도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맥락 없는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정보와 지식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한 텍스트였다는 설명이다. “신문활용 교육이 6할의 구실을 했죠. 교과서 정보는 어떤 맥락이 없잖아요. 근데 <아하! 한겨레>의 경우는 입체적으로 맥락을 살펴보게 하죠. ‘이슈→배경→관점→심화’로 살펴보면 앞뒤 맥락이 보이거든요. 어떤 사건이 터지면 그 사건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어떤 것과 연관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게 좋더라고요. 단계별로 생각을 하면서 논리력, 사고력, 문제 해결력 등이 길러진 거 같아요.” 신문활용 교육은 문제 해결력에서 강조하는 ‘과제집착력’을 길러주는 데도 도움을 줬다. 주어진 문제와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공부 또는 문제 해결의 이유도 분명해졌다는 얘기다. “언젠가 북극을 주제로 한 적이 있었죠. 정말 충격이었어요. 아주 멀고 큰 사안처럼 보이는데 제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주는 방식이었거든요. 세계적인 문제들이 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알게 되니까 지식이 머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와닿는 거예요.” 장양의 어머니는 요즘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는 농담 섞인 인사를 종종 받는다. 진학을 위해 비싼 학원비를 내준 적이 없어서 듣게 된 소리다. 우스갯소리로 “그냥 방치한 것밖에는 없다”고 말하지만 장양의 부모들은 자녀의 학원 스케줄을 꿰는 매니저 대신 다른 구실을 했다. 방과후 저녁 시간에 신문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 친구’가 돼 준 것이다. 장양은 “혼자서도 신문을 읽지만 토론하며 읽을 때 훨씬 정리가 잘된다”고 말하며 “신문을 혼자 읽어서 끝내는 게 아니라 펼쳐놓고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토론해 봤던 경험들이 내 신문활용 교육에서 중요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저녁시간에 종종 “이 기사 봤니?”라고 운을 떼는 아버지와 얼마 전,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문제로 생각을 나눴다는 장양은 “습관이 됐는지 일상적으로 말을 할 때도 종종 ‘이슈·배경·관점’이라는 순서에 맞게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게 된다”며 웃었다. “신문요? 잃어버린 고리와 같은 거죠. 저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인 것 같아요. 무작정 외우고, 공부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진짜 세상에 필요한 문제 해결력을 길러야죠.”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신문속 현실과 접목 습관화
‘토론 친구’ 부모님도 큰도움 서울 중암중학교에서 ‘2009학년도 대비 학력신장을 위한 학부모 설명 및 보고대회’가 열린 지난 12월26일. 한 학부모가 학교 다목적홀 앞에 서 있던 한 여학생을 붙잡고 물었다. “그 학생 맞죠? 궁금한 게 있어요. 어떻게 공부했나요?” 올해 서울국제고에 입학하게 된 3학년 장우경(16)양에게 한 질문이다. 얼마 전부터 장양의 이름 앞에는 특별한 꾸밈말이 붙어다닌다. ‘국제고에 입학한’이 아니라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국제고에 입학한’이란 말이다. 중학교 3년 내내 장양이 받은 학교 밖 교육은 전자기타 수업이 유일하다. “사실 여러분이 지금까지 접한 학습 방법과 크게 다른 건 없을 거예요. 학원 숙제를 할 일이 없으니까 잠을 많이 잤어요.(웃음) 졸지 않으니까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들었고 그것이 좋은 내신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법입니다. 그 시간에 정말 충실했어요. 예습은 모르겠고, 복습은 정말 확실히 했죠.” 학부모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발표에서 자신이 경험한 ‘자기주도 학습법’을 설명한 장양은 “이것이 지금의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4할”이라고 했다. 또 “‘공부해라! 공부해!’라고 잔소리를 하지 않은 엄마의 ‘방치형 교육’도 중요한 배경이 됐다”며 웃었다. 장양의 일과에는 학교의 자율공부방 ‘꿈터’가 있었다. 그곳에서 그날 배운 것들을 복습하고, 궁금한 게 생기면 곧장 담당 과목 교사에게 달려갔다. “그래서 제 인생 최고의 과외 선생님은 학교 선생님이었어요.”(웃음) 나머지 6할은 무엇일까? 장양이 국제고 입학의 열쇠로 손꼽는 ‘면접’과 관련이 깊다. 장양은 “내신성적과 영어 듣기가 어느 정도 돼 있다면, 다양한 질문에 답해야 하는 면접이 중요하다”고 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해결하는 능력을 보는 거죠.”
실제 면접 때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모둠토론 주제로는 ‘안락사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찬성 혹은 반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가 있었고, ‘리더십(변혁, 창조, 섬김의 리더십 등)의 유형 가운데 자기에게 잘 맞는 것을 고르고, 그 이유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 어떤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는지 말하라’ 등 여러가지 면접 질문이 있었다. 이 가운데 안락사 문제에 대해선 ‘찬성’ 입장이었지만 제비뽑기 결과 ‘반대’입장에서 토론할 수밖에 없었다. 장양은 제비뽑기로 찬반의 입장을 정해준 학교 쪽의 의도를 추측해 똑부러지게 말했다. “반대 의견의 논리는 무엇인지를 알아야 반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거겠죠. 저희 쪽에선 경제적 부담, 원치 않는 죽음이 나올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었어요. 리더십요? 섬김과 변혁을 골랐어요. 구성원들의 개성을 존중해서 의견을 종합하고 최대한 효과적인 공동체를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을 논리정연하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었던 비밀은 ‘신문’에 있었다. 평소 <한겨레>, <한겨레21> 등의 매체를 즐겨 봤던 장양은 “특히 지난해 말부터 보기 시작한 엔아이이 매체 <아하! 한겨레>의 도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맥락 없는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정보와 지식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한 텍스트였다는 설명이다. “신문활용 교육이 6할의 구실을 했죠. 교과서 정보는 어떤 맥락이 없잖아요. 근데 <아하! 한겨레>의 경우는 입체적으로 맥락을 살펴보게 하죠. ‘이슈→배경→관점→심화’로 살펴보면 앞뒤 맥락이 보이거든요. 어떤 사건이 터지면 그 사건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어떤 것과 연관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게 좋더라고요. 단계별로 생각을 하면서 논리력, 사고력, 문제 해결력 등이 길러진 거 같아요.” 신문활용 교육은 문제 해결력에서 강조하는 ‘과제집착력’을 길러주는 데도 도움을 줬다. 주어진 문제와 ‘나’와의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공부 또는 문제 해결의 이유도 분명해졌다는 얘기다. “언젠가 북극을 주제로 한 적이 있었죠. 정말 충격이었어요. 아주 멀고 큰 사안처럼 보이는데 제 삶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알려주는 방식이었거든요. 세계적인 문제들이 저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알게 되니까 지식이 머리만이 아니라 가슴으로도 와닿는 거예요.” 장양의 어머니는 요즘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는 농담 섞인 인사를 종종 받는다. 진학을 위해 비싼 학원비를 내준 적이 없어서 듣게 된 소리다. 우스갯소리로 “그냥 방치한 것밖에는 없다”고 말하지만 장양의 부모들은 자녀의 학원 스케줄을 꿰는 매니저 대신 다른 구실을 했다. 방과후 저녁 시간에 신문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토론 친구’가 돼 준 것이다. 장양은 “혼자서도 신문을 읽지만 토론하며 읽을 때 훨씬 정리가 잘된다”고 말하며 “신문을 혼자 읽어서 끝내는 게 아니라 펼쳐놓고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토론해 봤던 경험들이 내 신문활용 교육에서 중요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저녁시간에 종종 “이 기사 봤니?”라고 운을 떼는 아버지와 얼마 전, 신문·방송 겸영에 대한 문제로 생각을 나눴다는 장양은 “습관이 됐는지 일상적으로 말을 할 때도 종종 ‘이슈·배경·관점’이라는 순서에 맞게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게 된다”며 웃었다. “신문요? 잃어버린 고리와 같은 거죠. 저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징검다리인 것 같아요. 무작정 외우고, 공부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찾으면서 진짜 세상에 필요한 문제 해결력을 길러야죠.”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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