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의 저자 이하영양은 화석화된 지식이 아니라 분야를 넘나들며 개념을 확장하는 지식의 중요성을 알아야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길러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는 이양의 모습이다. 사진 이하영 제공
한국의 학습 목표는 시험성적
스웨덴은 현상 분석력 키우기
“왜?” 질문 답하며 사고력 ‘쑥쑥’
스웨덴은 현상 분석력 키우기
“왜?” 질문 답하며 사고력 ‘쑥쑥’
창의적 인재가 말한다 / ‘스웨덴 학교…’쓴 유학생 이하영 양
1 더하기 1이 2인 이유는 뭘까? 1/10과 10%는 어떻게 다를까? 이른바 ‘한국식 교육’을 받은 이들은 이런 질문에 당황한다. 스웨덴 유학생 이하영(에즈베리 학교 8학년 재학)양도 2년 전에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양은 얼마 전, <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아래 사진)를 통해 스웨덴의 교육 이야기를 들려준 15살의 저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한국 초등학교에 다니다 아버지 회사 일로 2년 전 스웨덴으로 건너갔다. “이런 문제는 거의 건너뛴다고 할 정도로 못 풀었어요. 시험 범위에 나오지도 않는 이상한 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냐고 생각했죠. 그런데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질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시험에 나왔죠. 선생님은 쉬지 않고 ‘어째서? 왜?’라고 물으셨고요.”
“세상에! 답이 없는 문제라니!” 그렇게 외쳤다. 거기다 스웨덴 시험에선 수학까지도 서술형 에세이로 답을 써야 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막막함이 사라지고 감이 잡혔다. 스웨덴의 공부와 배움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식은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고, 자주 나오는 수학 문제 유형을 파악하게 하는 한국의 공부는 ‘시험’이 목표였다. 스웨덴에선 어떤 사실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적용하는 능력을 폭넓게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었다.
“역사를 예로 들어볼까요? 어떤 사건이 일어난 연도나 주요 인물을 달달 외우는 게 한국식이죠. 그런데 사실은 배경과 원인이 더 중요하죠.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시대의 상황 등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거기 붙은 잔가지들을 공부하기 시작하면 결국 그 가지가 모두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온갖 귀족들 이름을 외우느라고 정작 중요한 굵은 뿌리를 놓치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최근엔 이양 스스로 ‘내 인생 최고의 창의적 숙제’라고 만족할 만한 과제를 완성해 교사의 칭찬을 들었다. 영어 과목의 프로젝트 수업으로 ‘나만의 여름 캠프’란 주제로 캠프 기획안을 내고 광고용 책자와 포스터 등을 완성해 발표하는 것이다. 말하기·듣기·읽기·쓰기를 한 번에 배울 수 있는 이 수업에서 교사는 기본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할 뿐, 모든 수업은 학생들 스스로 완성해갔다. 정해진 틀 없이 자신이 원하는 기획안을 구상하고 포스터를 그리거나 일정을 짜는 등의 발표 준비를 한 것이다. 이양은 “‘이 문제 시험에 나온다!’를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이런 형식의 수업이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길러주는 스웨덴의 전형적인 수업”이라고 했다.
하루아침에 이런 시스템에 적응하게 된 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다”고 말하지만, 보이지 않게 도움을 준 습관이나 학습법도 있었다. 하나는 모든 과목에 대한 글을 한 편씩 짧게라도 써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 과목을 공부할 땐 최연소 국회의원이 된 18살짜리 소녀의 이야기를 썼고, 수학 시험 전에는 소수와 분수의 싸움에 관한 이야기를 문제로 내서 써봤다. 또 어떤 공부든 요점 정리만 한 채로 넘어가지 않는 습관도 길렀다. 곁가지로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으면 그것을 풀기 위해 끊임없이 지식의 밭을 누볐다. “프랑스 혁명에 대해 배울 땐 오스트리아 왕가 계보까지 뒤질 정도로 가지를 쳐서 나오는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았어요. 저처럼 삼천포로 빠지고 다니려 해도 한국 학생들은 시간이 없어서 못하겠죠.”
스웨덴 학생들에겐 남다른 점이 있었다. 친구들은 ‘같은 걸 봐도 열 가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이들’이다. 그곳 친구들이 점수와 상관없이 생각하는 재미에 빠져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장면이 있다. 수업 시간에 스웨덴의 유럽 정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 이야기는 수업 뒤 휴게실에서도 이어졌다. “한 남자아이가 ‘그때 그 바보 왕이 전쟁을 하면서 영토를 다 잃지 않았다면 스웨덴은 북유럽 국가뿐 아니라 발틱 3개국도 식민지로 두고 있었다는 건데…’로 시작해서 현대의 스웨덴이 어떻게 보일지를 끊임없이 늘어놓는 거 있죠. 토론의 열의나 깊이가 저로서는 무섭기까지 하더라고요.”
친구들에겐 공부가 쉽고 즐거운 것이었다. 상식과 지식을 엮어서 새로운 결론을 찾고, 다른 과목에서 배운 사실까지 적용할 수 있으니 교과서를 달달 외우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었다. 이런 문제해결력을 기르는 과정에서 강조하는 것 또 하나는 ‘협동’이었다. “스웨덴에서 말하는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력은 자기 의견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개성 있는 의견을 모아 해결하는 거죠. 내가 1등이 돼야 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태도를 버리지 못했던 저는 이 부분에서 의문을 갖기도 했는데 곧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15살 창의력 테스트에서 세계 일등을 하는 나라. 스웨덴 학생들이 1 더하기 1이 2인 것을 종이 몇 장에 걸쳐 에세이로 쓰는 이유는 뭘까? 1 더하기 1은 2인 것을 외우는 공부, 그 이유에 답하도록 하는 공부를 모두 해 본 이양의 대답은 이렇다. “생각하는 재미를 알려주는 거죠. 교과서를 한 번만 들추면 알 수 있는 사실만 줄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지식에서 또다른 지식을 얻는다는 것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한다는 거겠죠. 지식이 있어도 그 지식을 사용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공부란,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 지식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15살 창의력 테스트에서 세계 일등을 하는 나라. 스웨덴 학생들이 1 더하기 1이 2인 것을 종이 몇 장에 걸쳐 에세이로 쓰는 이유는 뭘까? 1 더하기 1은 2인 것을 외우는 공부, 그 이유에 답하도록 하는 공부를 모두 해 본 이양의 대답은 이렇다. “생각하는 재미를 알려주는 거죠. 교과서를 한 번만 들추면 알 수 있는 사실만 줄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지식에서 또다른 지식을 얻는다는 것이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한다는 거겠죠. 지식이 있어도 그 지식을 사용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공부란,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그 지식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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