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김활군은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공약으로 회장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군이 내건 공약의 핵심은 자유로운 행동에서 자유로운 생각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군은 “나의 앞모습 뿐 아니라 뒷모습이나 옆모습까지 나의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거울 앞에 섰다.
자유로운 체험활동 일상화
남들과 다른 사고방식 키워
통합적 문제해결력도 ‘쑥쑥
남들과 다른 사고방식 키워
통합적 문제해결력도 ‘쑥쑥
창의적 인재가 말한다 / ‘판타지 소설’ 쓴 시흥 은행중 김활 군
철학과 디자인을 전공하던 남자와 여자는 결혼 뒤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곧 아들을 낳게 됐지만 특별히 아이의 교육에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성격 탓이기도 했고, 독일의 교육 환경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저 아이를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놀게 두는 것이 이들의 교육방법이었다. “그래. 그렇게 해라!” 아이가 좁은 집 안에 텐트를 치고 싶다고 할 때도, 구하기 힘든 철학 원서를 놓고 북북 찢어도 부모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지난해 과학 판타지 소설 <빅뱅의 비밀>(3권)을 쓴 김활(14·시흥 은행중)군과 김군의 부모 이야기다. 가족들은 김군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즈음 한국에 돌아왔다.
2005년 창의적 학습 결과물 경진대회 경기도 교육감상, 2006년 경기도 과학전람회 경기도 교육감상 등의 수상 기록 그리고 소설 <빅뱅의 비밀>. 수학, 과학을 비롯해 소설까지 김군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물을 낳게 된 배경은 뭘까. 어머니 김미숙씨는 “꼭 어떤 이유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되새겨 보면 아마도 어릴 때 자유롭게 생각하고, 놀고, 체험하도록 허용해줬던 부분들이 생각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 같다”고 했다. 아버지 김광식씨는 아들이 책을 본격적으로 쓰게 되었던 때를 설명하면서 대답을 대신했다. “그때도 머릿속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적어볼 시간적 여유를 줬어요.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 하길래 안 되겠다 싶었죠. 현장체험 주제를 ‘소설쓰기’로 적어내고 일주일 정도 집에서 쓰게 했죠. 우선 자기가 아는 정보 안에서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막 풀어놓고 이를 플롯으로 정교화하는 작업을 하더라고요.” 이 책은 빅뱅 이전 세계의 악마가 새롭게 부활하기 위해 20세기 히틀러의 몸에 들어간다는 독특한 설정을 촘촘한 플롯으로 전개하고 있다.
얼마 전, 김군은 아빠를 ‘헉’소리 나게 하는 질문 하나를 했다. “아빠랑 무한소 개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거든요. 수학에서 0.0000001이라고 하면 그건 0이라고 하잖아요. 근데 저는 왜 그게 0이 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우주로 치면 우주에서 아빠는 아주 작은, 그러니까 0.0000001과도 같은 거죠. 근데 실제로 아빠는 존재하잖아요. 아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전 그 끝에 있는 1도 인정해야 한다고 봐요.” 자유로운 생각에서 나온 아들의 특별한 질문이 있을 때 김군의 부모는 종종 교과서나 책을 펼쳐 공부를 다시 해 본다. 다른 생각, 다른 정보를 알려주면서 그야말로 ‘함께’ 생각의 바다에 빠진다.
이렇게 ‘남과는 다른 생각’을 해 보는 것을 두고 김군은 일종의 ‘놀이’라고 말했다. 김군에겐 문제해결 과정 역시 놀이에 포함된다. “놀이는 그러니까 다른 말로 ‘자유로운 상상’ 같은 거예요. 무조건 0.0000001이 0과 같은 게 아니라 왜 같은지, 다르면 안 되는지 자유롭게 생각해 보는 거죠.”
쉽게 나오는 성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김군이 문제를 푸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문제해결에 대한 그만의 ‘철학’ 때문이다. “남과 똑같이 푸는 게 문제해결력은 아닌 거 같아요. 저는 남과 같은 답을 내는 걸 싫어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다섯 가지 안이 있으면 그걸 다 대입해 보고, 맞는 걸 찾아내죠. 단번에 답을 찾았다고 해도 혹시 모르니까 나머지도 다 해 봐요.”답안지에 적힌 답의 유형을 보고 푸는 법을 익히는 친구들의 방식과 비교하면 김군이 문제를 푸는 시간은 많이 느린 편이다. 단,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여러 방면에서 접근한 새로운 답이 나온다는 게 특징이다.
책만 보기보다는 실험을 하거나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을 즐기는 습관도 몸에 배었다. 시험 범위에 나오는 개념이나 원리에 대한 설명을 읽다가 당장 직접 해 보는 습관이 있어 가족들을 웃게 한 적도 꽤 많다. “기술가정 시간에 담금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근데 활이가 그 부분을 읽다가 직접 철사를 구해 와서 가스불에 데워 보는 거 있죠. 저 같으면 시험 끝나고 해 보든가 아니면 그냥 말든가 할 텐데 얘는 시험공부 중간에 그런 실험을 하더라고요. 우리는 교과서는 교과서고, 이론은 이론이라고 생각하는데 활이는 아닌가 봐요. 물론 저는 아무 말 안 해요. 보고 있으면 재밌거든요.”
생각한 것을 글로 적거나, 숫자로 풀거나, 도구로 만들어 보는 습관 덕분에 김군의 문제해결력은 수학, 과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통합적으로 길러졌다. 취미도 다양해졌다. 다른 친구들처럼 핸드폰으로 게임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다른 점은 게임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게임의 내용을 소설로도 써 보고, 때론 영화로도 만들어 본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학생회장 선거 유세를 위해 배운 춤에도 푹 빠져 있는 중이다. 김군이 ‘문제해결력’을 ‘놀이’로 여기게 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방법(실험, 체험, 여러 장르의 작품 만들기 등)으로 즐길 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제해결력, 창의력과 관련해 다양한 단어들을 정리해 적어온 김군의 메모지에 적힌 단어들이 이를 말해 준다. ‘놀이→자유로운 생각→왕, 신, 새’ “‘왕, 신, 새’요? 이건 자유로운 생각 안에서 내가 왕도 되고, 신도 되고, 새도 되어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예요. 가끔 친구들이 시험 점수를 보면서 ‘넌 천재’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근데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빨리 푸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면 언젠가 길이 보이죠.” 글ㆍ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생각한 것을 글로 적거나, 숫자로 풀거나, 도구로 만들어 보는 습관 덕분에 김군의 문제해결력은 수학, 과학, 문학,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통합적으로 길러졌다. 취미도 다양해졌다. 다른 친구들처럼 핸드폰으로 게임도 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다른 점은 게임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게임의 내용을 소설로도 써 보고, 때론 영화로도 만들어 본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학생회장 선거 유세를 위해 배운 춤에도 푹 빠져 있는 중이다. 김군이 ‘문제해결력’을 ‘놀이’로 여기게 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방법(실험, 체험, 여러 장르의 작품 만들기 등)으로 즐길 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제해결력, 창의력과 관련해 다양한 단어들을 정리해 적어온 김군의 메모지에 적힌 단어들이 이를 말해 준다. ‘놀이→자유로운 생각→왕, 신, 새’ “‘왕, 신, 새’요? 이건 자유로운 생각 안에서 내가 왕도 되고, 신도 되고, 새도 되어 날아갈 수 있다는 의미예요. 가끔 친구들이 시험 점수를 보면서 ‘넌 천재’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근데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말해 주고 싶어요. 빨리 푸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해 보면 언젠가 길이 보이죠.” 글ㆍ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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