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열린 ‘파주 책잔치’행사장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책만들기를 해 보고 있다. 즐거운 책만들기교실 제공
[아이랑 부모랑]
경험·동화 등 여러 재료로
기발한 형식의 책 만들기
부모 과도한 개입은 금물
경험·동화 등 여러 재료로
기발한 형식의 책 만들기
부모 과도한 개입은 금물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어릴 때부터 독서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학교에 가서 스스로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작정 책을 많이 사다주고 읽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독서교육이 되기 어렵다. 책을 통해 아이의 흥미를 유발할 계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몇 해 전부터‘놀면서 하는 공부’가 각광을 받으면서 놀이와 연계된 독서교육 프로그램도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특히 아이가 직접 지은이가 되어 책을 만들어 보는 ‘어린이 북아트’프로그램은 일선 유치원과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 등에서 인기가 높다. 어린이 북아트 교육기관 ‘즐거운 책만들기 교실’의 박정아 대표는 “책만들기는 아이가 작가가 되어 주제 선정에서부터 책 내용, 표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출판의 전 과정을 경험해 보는 것”이라며 “일정한 형식의 틀 안에서 스스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책에 대해 애착을 갖게 되고 창의력과 지적 호기심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나뭇잎 모양, 과일 모양 책
박 대표는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책’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아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방식을 자유롭게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네모진 종이에 글과 그림이 들어간 ‘일반적인 책’뿐만 아니라 만든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라면 모두 책으로 보자는 것이다. 여러 장의 종이를 나뭇잎 모양으로 자르고 그 속에 식물의 생태에 대한 내용을 담아 엮거나, 색종이로 갖가지 여름 과일 모양을 만들고 각각의 과일 모양에 해당 과일의 특성을 적어 넣어 실로 꿴 것도 모두 훌륭한 책이 된다. 또 책을 폈을 때 종이 입체가 돌출하는 ‘팝업책’, 종이를 지그재그로 접어 만드는 ‘아코디언책’도 아이가 재미있게 시도해볼 만한 형식이다.
박 대표는 “종이뿐 아니라 크레파스와 물감, 점토나 부직포 등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하게 하는 것도 좋다”며 “여러 재료들을 써보면서 아이들은 종종 기발한 책을 만들어 내곤 한다”고 말했다.
■ 아이 생활과 관련된 주제 골라 보기
아이가 만드는 책에 들어갈 주제는 어떻게 고르는 것이 좋을까? 아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주제는 아이 자신이 경험한 일이나 생활 주변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자기 소개’가 주제가 될 수도 있고 ‘추석’이 될 수도 있다. 또 과학이나 사회 등 교과 내용을 주제로 책을 만들 수도 있다. 이야기책을 만들 경우, 이야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가 혼자 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동화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흥부 놀부 이야기에서 자신이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뒷이야기를 상상해 본다든지, 백설공주가 사과를 먹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책에 넣을 내용을 아이 스스로 고민해 보고 하나의 완결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은 아이가 정보를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책만들기를 1년 남짓 해 온 여섯 살 지훈이 엄마 박혜심(33)씨는 “아이가 책만들기를 한 뒤로 동화책 한 권을 읽어도 전체적으로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이 좋아졌다”며 “지식이나 정보를 단편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연관지어 생각하는 힘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은 엄마와 함께 하는 책놀이에서 어디까지나 주도권은 아이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책만들기의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 혼자 끝마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부모의 도움은 필요하지만, 부모가 과도하게 개입하게 되면 아이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제약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험한 가위질이나 칼 작업이 필요한 때를 제외하고는 아이가 독특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부모는 안내자 또는 협력자의 몫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박 대표는 “최근 전문적으로 어린이 책만들기를 교육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참고 도서들을 잘 활용하면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며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닌 만큼 부모가 조급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책만들기 이렇게 해 보세요
박 대표는 “최근 전문적으로 어린이 책만들기를 교육하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참고 도서들을 잘 활용하면 집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며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닌 만큼 부모가 조급해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책만들기 이렇게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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