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살 아이들이 누르면 8음계 소리가 나오는 손인형과 바닥건반을 가지고 놀며 음계를 익히고 있다. MYC코리아 제공
[아이랑 부모랑]
‘악기 진도 나가기’ 집착 말고
스스로 흥미 느껴 표현케 유도
음악 자주 접하는 환경 조성도
‘악기 진도 나가기’ 집착 말고
스스로 흥미 느껴 표현케 유도
음악 자주 접하는 환경 조성도
요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인기다. 2년차 직장인 박형수(28)씨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연주 장면을 보고 악기를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 달 전부터 동네 피아노학원에 다니고 있다. 박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5년 가까이 피아노를 배웠지만 이제는 간단한 악보를 읽는 일조차도 힘겹다. “어렸을 때 억지로 피아노를 배우면서 지겹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그만둔 뒤로 피아노를 쳐다보지도 않고 지냈더니 ‘학교종이 땡땡땡’도 못 치겠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아이에게 악기 하나 정도 가르치는 것은 많은 부모들에게 ‘필수 코스’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몇 년씩 피아노·바이올린 학원에 다니고도 결국 음악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이 되어서야 뒤늦게 ‘그땐 왜 그렇게 악기 배우는 게 싫었을까’ 하며 후회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음악교육 전문 업체 엠와이시(MYC)코리아의 윤혜원 대표는 “부모들이 ‘남들 다 하는 거니까 시킨다’는 마음을 가져서는 아이의 음악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며 “악기 연주를 가르치기 전에 우선 아이가 음악을 즐겁게 여기도록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나이에 맞는 음악교육 선택해야
윤 대표는 우선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무리하게 악기부터 가르치려 하면 음악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피아노를 비롯한 멜로디 악기의 경우 손가락 근육이 어느 정도 발달한 5살 이후에 가르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근육이 완전히 발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연습을 시키게 되면 근육에 무리가 올 수 있고 아이도 음악을 지겨워하기 쉽다.
악기를 본격적으로 연주하기 힘든 2~4살 때에는 몸을 움직여 소리를 내 보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린이용 드럼이나 딸랑이 등도 이 시기 아이들에게 좋은 악기가 된다. 처음에는 엄마가 고정된 박자에 맞춰 소리를 내 주다가 아이가 스스로 박자를 맞출 수 있게 되면 혼자 악기를 가지고 놀게 해 보는 것이 좋다.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어 보게 하는 것도 리듬감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 연주 기량에 집착하지 말아야
아이가 본격적으로 악기를 배우게 될 때에도 지나치게 ‘진도 나가기’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곡을 여러 번 연습해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것보다 아이가 음악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부모들이 같은 기간 동안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이 음악교육을 잘 받는 것이라고 착각해 아이에게 무작정 연습만 종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아이들은 흥미가 떨어지면 금세 의욕을 잃어버리는 만큼, 음악을 느끼고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스스로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곡을 무조건 따라 치기보다는 느낌에 따라 자유롭게 변주 또는 즉흥연주를 해 본다든지, 단순한 멜로디라도 아이의 느낌대로 작곡을 해 보게 하는 것도 음악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데 효과적이다. 또 개인교습을 받게 하기보다는 여럿이 한 공간에서 함께 연주하며 노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여전히 음악교육은 곧 악기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악기를 제대로 연주하려면 음악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하고, 리듬감도 좋아야 하며 창의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겉으로 나타나는 성과에 신경을 쓰기보다 음악적 감성을 종합적으로 키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윤 대표는 “음악교육이 충분한 효과를 보려면 4∼5살 때부터 학업부담이 비교적 크지 않은 초등학교 때까지 꾸준히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피아노는 체르니 30번 정도까지 3∼4년 가르치면 충분하겠지’와 같은 생각으로 음악교육을 시키면 아무리 오래 가르쳐도 결국 아이가 음악을 등질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기간이 길든 짧든 음악을 ‘즐거운 놀이’로 여길 수 있게 해야 음악교육이 끝난 뒤에도 언제든 아이가 음악을 가까이할 수 있다고 윤 대표는 강조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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