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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음악 ‘즐거운 놀이’처럼 가르쳐요

등록 2008-11-02 17:17

5∼6살 아이들이 누르면 8음계 소리가 나오는 손인형과 바닥건반을 가지고 놀며 음계를 익히고 있다. MYC코리아 제공
5∼6살 아이들이 누르면 8음계 소리가 나오는 손인형과 바닥건반을 가지고 놀며 음계를 익히고 있다. MYC코리아 제공
[아이랑 부모랑]
‘악기 진도 나가기’ 집착 말고
스스로 흥미 느껴 표현케 유도
음악 자주 접하는 환경 조성도
요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인기다. 2년차 직장인 박형수(28)씨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연주 장면을 보고 악기를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한 달 전부터 동네 피아노학원에 다니고 있다. 박씨는 초등학교 때까지 5년 가까이 피아노를 배웠지만 이제는 간단한 악보를 읽는 일조차도 힘겹다. “어렸을 때 억지로 피아노를 배우면서 지겹다는 생각뿐이었거든요. 그만둔 뒤로 피아노를 쳐다보지도 않고 지냈더니 ‘학교종이 땡땡땡’도 못 치겠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아이에게 악기 하나 정도 가르치는 것은 많은 부모들에게 ‘필수 코스’쯤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몇 년씩 피아노·바이올린 학원에 다니고도 결국 음악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이 되어서야 뒤늦게 ‘그땐 왜 그렇게 악기 배우는 게 싫었을까’ 하며 후회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음악교육 전문 업체 엠와이시(MYC)코리아의 윤혜원 대표는 “부모들이 ‘남들 다 하는 거니까 시킨다’는 마음을 가져서는 아이의 음악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며 “악기 연주를 가르치기 전에 우선 아이가 음악을 즐겁게 여기도록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나이에 맞는 음악교육 선택해야

윤 대표는 우선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춰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무리하게 악기부터 가르치려 하면 음악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피아노를 비롯한 멜로디 악기의 경우 손가락 근육이 어느 정도 발달한 5살 이후에 가르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근육이 완전히 발달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연습을 시키게 되면 근육에 무리가 올 수 있고 아이도 음악을 지겨워하기 쉽다.

악기를 본격적으로 연주하기 힘든 2~4살 때에는 몸을 움직여 소리를 내 보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어린이용 드럼이나 딸랑이 등도 이 시기 아이들에게 좋은 악기가 된다. 처음에는 엄마가 고정된 박자에 맞춰 소리를 내 주다가 아이가 스스로 박자를 맞출 수 있게 되면 혼자 악기를 가지고 놀게 해 보는 것이 좋다.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들어 보게 하는 것도 리듬감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 연주 기량에 집착하지 말아야

아이가 본격적으로 악기를 배우게 될 때에도 지나치게 ‘진도 나가기’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곡을 여러 번 연습해 능숙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는 것보다 아이가 음악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부모들이 같은 기간 동안 진도를 빨리 나가는 것이 음악교육을 잘 받는 것이라고 착각해 아이에게 무작정 연습만 종용하는 경우도 많다”며 “아이들은 흥미가 떨어지면 금세 의욕을 잃어버리는 만큼, 음악을 느끼고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스스로 기쁨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곡을 무조건 따라 치기보다는 느낌에 따라 자유롭게 변주 또는 즉흥연주를 해 본다든지, 단순한 멜로디라도 아이의 느낌대로 작곡을 해 보게 하는 것도 음악에 대한 흥미를 돋우는 데 효과적이다. 또 개인교습을 받게 하기보다는 여럿이 한 공간에서 함께 연주하며 노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여전히 음악교육은 곧 악기교육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악기를 제대로 연주하려면 음악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하고, 리듬감도 좋아야 하며 창의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겉으로 나타나는 성과에 신경을 쓰기보다 음악적 감성을 종합적으로 키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윤 대표는 “음악교육이 충분한 효과를 보려면 4∼5살 때부터 학업부담이 비교적 크지 않은 초등학교 때까지 꾸준히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피아노는 체르니 30번 정도까지 3∼4년 가르치면 충분하겠지’와 같은 생각으로 음악교육을 시키면 아무리 오래 가르쳐도 결국 아이가 음악을 등질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기간이 길든 짧든 음악을 ‘즐거운 놀이’로 여길 수 있게 해야 음악교육이 끝난 뒤에도 언제든 아이가 음악을 가까이할 수 있다고 윤 대표는 강조했다.

정민영 기자 minyoung@hani.co.kr

아이 발달과정 맞춰 악기 선택해야
아이 발달과정 맞춰 악기 선택해야

아이 발달과정 맞춰 악기 선택해야

음악교육 전문 업체 엠와이시(MYC)코리아 윤혜원 대표는 음악 도구도 아이의 발달과정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나이에 따른 발달과정과 각 단계에 맞는 악기들을 살펴봤다.

12∼24개월

돌 이후의 아기는 인형이나 자동차 등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으며, 운동기능이 향상됨에 따라 몸 전체를 움직이는 활동에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다. 이 시기에는 두드리는 악기나 흔드는 악기(스카프, 클래퍼, 공, 캐스터네츠, 셰이커, 탬버린, 북, 리듬막대 등)가 효과적이다. 악기를 통해 큰 움직임을 시도하면서 운동능력, 청각, 촉각, 시각 등의 오감을 발달시킬 수 있고 표현력의 기초도 다질 수 있다.

24∼36개월

이 시기 아이들은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이야기를 들으면 그다음 내용을 기대하고, 내용을 오랫동안 기억하려 한다. 이야기를 해주면서 악기 연주를 하게 하면 흥미를 유발하는 데 효과적이다. 신체적으로도 손을 잘 사용하고 손가락 움직임도 점차 능숙해진다. 부는 악기나 긁는 악기(휘슬, 트라이앵글, 멀티톤 탱크 등)를 사용해 볼 수 있다. 오감 발달에 도움이 되고, 특히 부는 악기를 통해 폐활량을 늘릴 수 있다.

5∼6살

아이가 5살 이상이 되면 공간 지각력도 생기고, 날짜와 요일을 말할 수도 있게 되는 등 추상능력도 발달한다. 손가락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피아노나 실로폰 등 건반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단계다.

초등학교 저학년∼고학년

초등학교 저학년은 손 근육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바이올린을 비롯한 거의 모든 악기들을 다루는 교육을 할 수 있다. 고학년이 되면 손 근육 발달은 다소 둔화하지만 인지력과 분석력이 발달하는 만큼 음악을 비판적으로 듣고 해석하는 단계의 음악교육까지 가능해진다.

정민영 기자, 자료 MYC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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