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이제 방학이다. 방학을 맞는 부모가 알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방학은 그리 길지 않다. 한 달 정도의 시간인데다 그나마 휴가를 다녀오면 얼마 남지 않는다. 거창한 목표를 세워봐야 이루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둘째,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는 세상사의 평범한 진리다. 영어 단어를 조금 더 외울 수 있다면 그 시간에 햇볕을 맞으며 뛰어놀 수는 없을 테니 평생 가져갈 체력은 얻지 못한다. 수학 선행학습으로 좀더 자신있게 2학기를 맞고 싶다면 도서관에서 다양한 책을 읽을 기회는 포기해야 한다.

아동의 뇌 발달에 대한 여러 연구들은 아이들이 놀고, 쉬고, 빈둥대는 것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라, 발달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교과서와 문제집 보는 것만 공부가 아니라 도서관과 박물관, 여행도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공부다. 고등학생이 아닌 다음에야 공부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며,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준비는 교과서적인 공부의 범위를 훨씬 넘어선다. 아이의 미래를 교과서라는 틀만 가지고 준비한다면 정작 사회에 나갈 때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수 있다. 얼마 되지 않는 방학, 시야를 넓혀서 아이에게 새로운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자. 방학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에 먼저 관심을 가져 보자.

어른들의 일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모가 일하는 곳에 데려갈 수 있다면 데려가 보자.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그 직업이 무엇인지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도 좋다. 엄마를 도와서 같이 요리도 하고 자원봉사를 다니는 곳이 있다면 함께 가자. 아이와 함께 형광등을 갈고, 세차를 하고, 낡은 가구에 칠을 하는 것도 좋다.

시간이 걸리는 일도 방학이 아니면 하기 어렵다. 박물관을 며칠 동안 다닌다거나 특정 장르의 공연을 여러 편 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가족 여행도 좋은데 여행을 할 때는 반드시 아이에게 여행의 준비부터 정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도록 요구하자. 여행사 직원이 된 듯 가격을 비교하고, 정보를 찾고, 내용을 정리한다면 여행이 아이에게 단순히 바람 쐬는 효과로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장시간 한 가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도 좋다. 원하는 책을 보기 위해서 며칠을 도서관에 틀어박혀 보는 것도 좋고, 같이 디지털 사진을 찍어서 의미 있는 작품집을 만들 수도 있다. 곤충을 좋아한다면 곤충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일주일 동안 실컷 하도록 해볼 수 있다.

이러기에는 너무 불안한가? 다시 반복해 보자. 방학은 짧고,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잃는 것이며,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교과서 공부 외에도 다양하다. 부모로서 해줄 일은 한 가지. 무엇을 할지 사전에 충분히 계획하도록 돕자. 어릴 때 가장 약한 부분은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