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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다큐 같은 ‘실제 상황’에 아이들 “딱 내 얘기!”

등록 2008-05-22 09:08수정 2008-05-26 10:32

‘진동’의 2006 한일 젊은이를 위한 일체캠프.
‘진동’의 2006 한일 젊은이를 위한 일체캠프.
[향기 나는 사람들] 박종우 청소년극단 ‘진동' 대표 <하>
배우들, ‘방과 후 수업’ 등 찾아가 ‘눈높이’ 맞춰
구민회관, 평생학습관 등 돌며 공연 ‘공감 진동’
16일 낮 12시 서울 구로5동 구로구민회관. 뮤지컬 <목소리를 높여라>의 공연이 끝나자 관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이날 뮤지컬을 관람한 이들은 모두 중학생. 성적만 중시하는 학교 현실과 그 속에서 밴드의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을 다룬 작품이라 그런지 학생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습니다. 박종우 대표가 무대에 올라가 배우와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이 있냐고 물으니 학생들이 한목소리로 “예”라고 소리칩니다. 10여 명은 벌써 무대로 뛰어나갑니다.

“우리 연극을 한 번 본 학생들은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보고 싶다고 합니다. 교사나 학부모들도 좋아하구요.”

이날 연극을 본 학생들의 반응도 열광적이었습니다. 조진혜(14)양은 “연극에 나오는 장면이 내가 다니는 학교와 비슷해서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합니다. 다른 학생들의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비행 청소년, 알바, 찌질이 등 소재로  

‘진동’의 박종우 대표.
‘진동’의 박종우 대표.
‘진동’의 연극에 어떤 힘이 담겨 있어서 그럴까요? 박 대표는 "현장성"을 말합니다. 진동이 무대에 올리는 연극이 다루는 소재가 청소년들의 삶과 가까이 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올린 연극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창단 작품인 <비행하는 이카루스>는 이른바 비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이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렛츠 알바>는 주유소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 ‘알바’들의 아픔을 잘 담았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연애를 그린 <견우와 직녀>, ‘찌질이’라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학생이 권투를 배우면서 삶의 자신감을 찾아가는 <지금 해라>,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고교생을 다룬 <리틀맘> 등의 작품들도 바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실제 상황’을 다룬 것입니다.

‘진동’의 배우들은 주로 교복을 입고 무대에 서지만 모두 성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청소년들의 정서와 말투를 잘 알까요? 이는 ‘진동’이 학생들과 만나는 ‘교육활동’을 통해 얻어집니다. 박 대표가 서태지 팬클럽 학생들을 찾아가 들은 내용을 중심으로 <교실 이데아>를 만들었듯이 말입니다.

박 대표와 배우들은 늘 학생들과 만납니다. 방과 후 수업, 학교 연극반, 장애인 학생, 부적응 학생 등 다양한 청소년들과 연극 작업을 합니다. 박 대표와 배우들이 하는 작업은 교육활동이지만 연극을 통해 아이들의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박 대표는 청소년들이 힘들어하는 것, 그들이 바라는 것, 그들이 세상을 보는 눈 등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연극 작품에 담기게 됩니다.


웬만한 중소도시는 한 번씩 방문…홈피 관람평 1300건 넘어  

박종우씨가 아이들과 함께 공연할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종우씨가 아이들과 함께 공연할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청소년들이 ‘딱 내이야기야’라고 공감하는 연극이 탄생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하기는 힘듭니다. 청소년들 가운데 저녁 때 대학로를 찾아 연극을 보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실제 학원이나 독서실이 아니라 연극을 보러간다고 하는 자녀를 그냥 두고 볼 부모들은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동'은 찾아가는 연극을 주로 합니다. 구민회관, 평생학습관, 청소년 보호시설, 학교 등이 '진동'의 주된 무대입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강원, 경북, 전남 등 제주도를 빼고는 웬만한 중소도시까지 한 번씩은 방문했습니다. 주로 교사들의 초청에 따른 공연이었습니다.

박 대표는 “짐 싸들고 돌아다니는 게 재미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로의 장기공연과 달리 전국을 다녀도 그의 연극은 유명세를 타지 못합니다. 미련은 없습니다. 그보다 힘든 점은 이해가 부족한 교사를 만날 때라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좋은 공연을 볼 능력이 되나요? 졸기나 하지’라고 말하는 선생님을 만날 때면 힘이 쭉 빠집니다. 우리 연극을 본 아이들이 연극 속의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고 공감하는 장면을 보면 그보다 기쁠 때가 없습니다.”

극단 홈페이지(www.jeendong.co.kr)에는 청소년들의 관람평이 1300건 이상 올라 있습니다. 공연을 보다 울었다는 아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아이, 여러 차례 공연을 봤다는 아이 등등…. ‘진동’의 공연은 청소년들의 가슴에 큰 진동을 일으키고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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