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좀더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요즘 부모들의 최대 화두다. 공부는 행복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인데 수단이 목적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마음이 급한 부모에게 어지간한 충고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차라리 공부를 잘하기 위한 방법의 기본을 조언해주는 편이 좀더 ‘실용적’인지 모르겠다.
공부를 잘하려면 아이의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감은 칭찬만 한다고 생기지는 않는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준 뒤 성취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신감이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단계별로 작은 목표를 정해서 성취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한번에 2m 되는 벽을 타고 오르는 것은 불가능하나 계단으로 만들면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둘째, 학습 동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 부분은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된다. 게임에서 높은 레벨을 얻기 위해 아이들은 많은 시간을 들여 몬스터를 사냥하고 포인트를 얻는다.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도 아이들이 이것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꾸준히만 한다면 반드시 레벨을 높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라면 누구나 발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스스로 실력이 늘어나고 있다고 느끼면 더 그것을 하고 싶게 된다. 현실적인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그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받는다면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적 동기를 만들 수 있다.
셋째, 참을성을 길러줘야 한다. 참을성을 길러주려면 우선 엄마가 아이 일을 대신 해줘서는 안 된다. 공부는 힘든 일이다. 이런 힘든 과정을 통과하려면 힘든 일을 스스로 하는 버릇이 어릴 때부터 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부 계획을 짜는 훈련을 해야 한다. 공부 계획은 막연한 생활계획표가 아니다. 스스로 양을 정하고 이에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되며 이것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하겠다고 정하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통해 스스로 공부에 대한 감을 잡도록 해야 아이가 나중에 공부를 자신이 조절해 가면서 할 수 있다.
이런 기본적인 바탕도 없이 많은 부모들이 사교육의 유혹에 휩쓸린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엄마들 역시 그다지 공부에서 성공해보지 못한 경우가 많다. 또 본인은 성공했더라도 아이에 맞춰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공부가 하루아침에 끝나는 일이 아니기에 기본부터 찬찬히 다져가야 지긋지긋한 전쟁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높아진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