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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집단괴물’ 막을 두 가지 ‘비법’

등록 2008-04-14 19:53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이제 학원은 아이들의 인생에서 필수가 되어버린 듯하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돌리는 것이 별 도움도 되지 않으며 일부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충고는 이제 지키기 어려운 공자님 말씀이 되고 말았다. 우리 아이만 안 하면 뒤처지지 않겠냐는 현실적인 불안감이 부모들을 경쟁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 결과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었고 세계 어디서도 하지 않는 집단적 실험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나 역시 궁금하다. 상황이 이러하니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면 학부모들에게 두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집단적인 괴물 출현을 막으려는 소아정신과 의사의 충정으로 받아줬으면 한다.

우선 힘든 사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를 지나치게 채근하지 말자. 어떤 부모들은 조금 느슨하게 대하면 아이가 너무 풀어질까봐 일부러 엄하게 대한다고 얘기한다. 단골 메뉴는 다른 아이들도 다 하는데 너는 왜 그러냐는 질책이다. 문제는 그런 이야기를 우리나라 아이들 열이면 아홉이 듣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학교 공부에 이은 학원 수강 그리고 그에 따른 숙제는 정말 힘든 일이다. 어떤 부모들도 그렇게 공부하면서 크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뭐가 그리 힘드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최소한 아이가 힘들다는 사실은 인정해주자. 많이 힘들고 고생하고 있는 것을 안다. 너의 목표가 있으니 기운내자고 격려해야 한다. 누구나 힘이 들 때 누군가 자신의 처지를 공감하며 희망적으로 미래를 제시해주면 힘이 나는 법이다.

다음으로 단기적인 시험에 얽매이지 말자. 많은 부모들은 공부가 저축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한 푼 두 푼 돈을 모으듯 하나하나 새로운 것을 익히고 외우면 마침내 높은 실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가 정말로 공부를 잘하는 청소년, 문제해결능력이 우수한 어른이 되는 데 한 푼 두 푼 모은 지식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 시절 불필요하게 단순한 지식을 암기할 경우 두뇌발달이 왜곡되어 사고력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두뇌의 발달은 계단식으로 이뤄진다. 아이의 문제해결능력의 향상을 위해서는 게가 껍질을 벗을 때와 마찬가지로 내적 성숙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학원들은 불안한 엄마들을 잡기 위한 상술로 시험을 자주 치른다. 부모는 시험을 잘 치르면 아이가 잘 따라가고 있다고 안심한다. 그러나 시험을 잘 치르려고 단순한 지식과 문제풀이 요령을 외우는 것은 초등학생에게는 약이라기보다는 독이다. 개념을 이해하며 생각의 틀을 넓히는 것이 발달이지 외워서 획득한 100점짜리 시험지의 연속이 발달이 아니다.

힘든 아이를 격려하고 단기적인 시험에 얽매이지 않는 것.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면 이 두 가지는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하는 일을 그나마 아동학대가 아닌 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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