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활기가 없는 아이들을 보면 밖에서 좀 놀렸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요즘은 노는 것도 쉽지가 않다. 엄마들은 우선 같이 놀 아이들이 없다고 푸념한다. 다들 학원 다니느라 바쁘다 보니 주말 아니면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기껏 모여도 그저 게임기나 컴퓨터 화면에 집중하는 것이 전부라고 이야기한다.
얼마 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서 사방치기를 해 봤다. 다행스럽게도 집 앞 놀이터가 우레탄이 깔리지 않은 흙바닥이라 예전 그대로의 방식으로 할 수가 있었다. 강렬한 시각적 자극으로 무장한 온갖 캐릭터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전통놀이를 지루해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방치기는 여전히 흥미로워서 아이는 이기고 싶어서 열심히 깨금발을 뛰었다. 놀라운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아이들도 몰려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억해 보면 수많은 놀이가 있었다. 다방구와 술래잡기, 오징어, 자치기 …. 놀이를 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지금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놀이가 있다. ‘탈출’, ‘도둑과 경찰’은 아이들이 많이 하는 놀이인데 자세히 보면 예전 놀이들의 변형이다. 아쉬운 점은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다.
감각 자극을 받아들이고 통합하는 기능이 떨어진 아이들은 예민하고 산만하며 언어 및 학습 기능에 어려움을 갖게 된다. 프랑스의 장 에어 박사는 이러한 아이들에게 감각 기능의 통합을 유도하는 활동을 시킴으로써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 그가 실험적으로 한 여러 치료 기록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과거에 우리가 즐겼던 여러 놀이들이 들어 있다. 우리가 즐긴 놀이들이 신경계의 통합을 촉진하여 발달상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두뇌 발달을 촉진해 줬던 것이다.
적어도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놀이가 두뇌 발달에 가장 뛰어난 효과가 있다. 이를 보고하는 연구는 무수히 많다. 놀이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며 다양한 신체 감각을 동원하도록 구성되는데, 두뇌 발달에는 이 두 부분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주입식 교육환경과 단순 자극형 놀이환경 속에 놓아 두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놀이에 익숙한 마을을 만들어 보자. 놀 아이들이 없어서 나가 놀지 못한다면 엄마 아빠들이 앞장서서 동네에 나가서 아이들을 데리고 놀아 보자. 하나둘씩 아이들을 이끌어 오자. 어떤 아파트 단지에서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모여 놀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싫어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모여서 노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람들끼리 같이 모여 살면 어떨까? 이런 아파트 단지라고 널리 알리면 오히려 그런 곳을 찾는 부모도 적지 않을 것이다. 혹시 아는가? 그 동네 아파트값이 올라서 신흥 교육특구가 될지.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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