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갑작스런 행동은 마음이 아프다는 신호”

등록 2008-04-14 19:56수정 2008-04-14 21:03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
[아이랑 부모랑] 어린이 스트레스 책 낸 손석한 소아정신과 전문의
양육태도 돌아봐야…꾸중도 ‘기질’에 맞게
‘헬리콥터 부모’보다 ‘컨설턴트 부모’ 되라

불안장애, 우울증, 틱장애, 반항장애, 품행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착한 아이 증후군….

요즘 들어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음의 병’에서 비롯된 각종 장애와 증후군은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6년 초등학생 77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정신건강검사 결과를 보면, 전체 학생의 25.8%가 정서와 행동에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째 어린이들을 진료하고 있는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집집마다 자녀 수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진료실을 찾는 어린이들은 10년 전에 비해 훨씬 늘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손 원장은 스트레스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아이들에게 생기는 정신건강상의 문제는 모두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스트레스가 쌓여 마음이 아프면 아이들은 뭔가 ‘신호’를 보냅니다. 갑작스런 ‘행동의 변화’가 대표적입니다. 부모가 그 신호를 놓치지 않고 잘 대처하면 병원까지 올 일이 없습니다. 신호를 감지했다면 지시나 강요를 일단 멈추고 자신의 양육태도를 돌아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둔감하거나, 설사 인식했다 하더라도 강하게 키워야 한다며 무시하곤 하죠.”

손 원장은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의 몸은 지나칠 정도로 챙기면서 마음의 상처에는 안타까울 정도로 무관심하다”고 꼬집었다. 그가 최근 <부모와 아이 마음 간격 1㎜>라는 책을 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어린이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부모가 아이의 스트레스를 이해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안내해 주는 책이다. 손 원장은 “한 몸처럼 가깝고 사랑스러운 존재이지만, 아이와 부모 사이에는 붙은 듯 보이는 1㎜의 마음 간격이 있다”며 “그 간격을 메우려면 아이의 마음에 대한 이해와 실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불필요한 갈등을 막고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의 스트레스가 상당 부분 부모에게서 비롯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역시 부모가 쥐고 있다는 것이 손 원장의 생각이다.


우리 아이의 ‘착한 아이증후군’ 지수 · ‘착한 아이증후군’을 만들기 쉬운 양육 방식
우리 아이의 ‘착한 아이증후군’ 지수 · ‘착한 아이증후군’을 만들기 쉬운 양육 방식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손 원장은 맞춤형 양육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특성에 맞게 키우라는 것이다.

“부모들이 흔히 저지르는 잘못 중 하나가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부모 기준에 따라 좋은 성격, 나쁜 성격으로 단정하는 것입니다. 내성적인 성격은 무조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기질을 인위적으로 바꾸려고 하거나 기질을 이유로 비난만 할 경우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납니다.” 그는 “타고난 기질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충분히 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고쳐 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혼을 낼 때도 자녀의 특성에 맞는 ‘맞춤 야단’이 필요하다. 예컨대, 부모가 야단치면 오히려 화를 내거나 반항하는 아이의 경우, 부모가 더 크게 야단을 쳐 아이를 제압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럴수록 부모는 차분한 태도를 유치한 채 목소리를 낮추고 아이의 화를 가라앉혀야 한다. 혼을 내도 아이가 듣는 둥 마는 둥 할 때는 아이와 눈을 똑바로 맞추고 아이가 듣고 있는지 확인한 뒤 야단을 쳐야 한다.

야단칠 때는 부모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화가 나 감정에 치우쳐서 혼을 내게 되면 아이도 감정적으로 받아들여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일단 야단치는 것을 멈추고 부모의 감정부터 가라앉혀야 한다. 매우 화가 났을 때는 ‘타임 아웃’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를 잠시 다른 방으로 보내거나 부모가 다른 곳으로 옮겨 잠깐 동안이라도 서로 보지 않는 것이다. 손 원장은 “1분만 지나도 극도로 화난 감정은 다소 가라앉는다”고 설명했다. 공공장소나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아이를 심하게 야단치거나 아이에게서 ‘잘못했어요’라는 말을 반드시 들으려고 불필요한 승강이를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손 원장은 또 ‘헬리콥터 부모’가 아니라 ‘컨설턴트 부모’가 되라고 조언한다. 헬리콥터 부모는 아이 주변을 맴돌며 자녀에게 끊임없이 간섭하고 지시하면서 의사결정을 대신 해주는 부모다. 반면, 컨설턴트 부모는 자녀 말에 귀 기울이고 적절한 조언을 해줘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형의 부모다. 컨설턴트 부모는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보고 아이의 생각을 최대한 존중해주며, 아이의 능력을 과대평가하지도 과소평가하지도 않는다.

손 원장은 “요즘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경쟁적인 문화”라며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좀 길게 보고 아이를 키운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 스트레스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