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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친구야 안녕?” 먼저 인사해보렴

등록 2008-03-17 18:44수정 2008-03-17 19:26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 주려면 또래와 어울릴 기회를 마련해 주는 등 부모가 적극적으로 친구 사귀기를 도와야 한다. 한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 주려면 또래와 어울릴 기회를 마련해 주는 등 부모가 적극적으로 친구 사귀기를 도와야 한다. 한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모래놀이를 하고 있다.
[아이랑 부모랑] 친구 못 사귀는 아이 도우려면
놀이터·친구집 함께 놀러 가주고
게임·역할놀이로 ‘사회성’ 익히게
폭언·체벌·과잉보호는 절대 금물
요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과 어울릴 기회가 적다. 대문만 열고 나가면 또래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골목 놀이문화’가 사라진데다, 집에도 형제가 한둘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상담 게시판에는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서 걱정”이라는 부모들의 하소연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친구를 못 사귀는 아이, 부모가 어떻게 도와 줘야 할까?

■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 줘라=친구를 사귀고 싶은데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아이들은 “혹시 거절당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에게 “친구랑 놀고 싶다며 바보 같이 왜 그래”라고 면박을 주면 스스로 “난 친구를 못 사귀는 아이”라고 규정짓고 더 이상 친구를 사귀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이보연아동가족상담센터 이보연 소장은 “이런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과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아이와 함께 길을 가다 친구를 만났다면 아이에게 “왜 친구 보고 아는 척도 안하니?”라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와, 저기 ○○네! 우리 인사하자! ○○야, 안녕?”하며 같이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이 좋다. 길에서 마주친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친구에 대한 아이의 관심을 살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소장은 “아이가 친구와 사귀고 싶지만 어떻게 다가설지 몰라 피할 때도 핀잔을 주기보다는 아이가 할 수만 있다면 친구에게 어떻게 하고 싶었는지, 친구가 있다면 같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아이가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욕구를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또래와 어울릴 기회를 마련하라=친구를 사귀는 능력은 또래친구와 직접 어울려 보는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아동상담센터 심희원 부소장은 “만 3살이 지나면 어느 정도 또래와 어울려 놀려고 하는데, 이때부터는 동네 놀이터나 친구 집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좋다”며 “주말에 나들이를 갈 때도 친척이나 친구 가족과 함께 가면 아이가 다양한 상호작용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아이들이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할 때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또래 아이가 있는 집에 놀러 가서 자연스럽게 그 집 아이와 놀게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이에게 친구 사귈 기회를 줄 때는 처음부터 여러 명이 있는 집단에 데려가기보다는 처음에는 단짝 한 명을 통해 또래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갖게 한 뒤 점차 또래집단의 크기를 늘려가는 것이 좋다. 심 부소장은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무작정 극기훈련이나 리더십 캠프 등에 참가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축구를 하는 어린이들 모습.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축구를 하는 어린이들 모습.
■ 사회성 기술을 가르쳐라=아이에게 사회성 기술을 연습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심 부소장은 “특히 어린 아이일 경우 친구들과 놀다 생긴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른 아이에게 양보해달라고 부탁하는 법, 공평하게 의사결정하는 법,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법, 고맙다고 말하는 법 등 ‘사회적 언어’를 연습시키라는 것이다. 좀더 큰 아이들은 규칙이 있는 게임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게임은 순서와 규칙을 정하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등 다양한 사회적 기술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또 아이와 역할놀이를 하거나 비디오와 텔레비전을 보면서 주인공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게 하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 부모의 양육태도를 돌아보라=아이의 사회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모의 양육태도다. 심 부소장은 “아이가 다칠까봐 늘 불안해 놀이터에도 내보내지 못하거나 금방 놀이를 중단시키는 경우 아이가 친구랑 놀 기회를 차단해 사회성이 발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집에서 부모가 폭언이나 체벌 등 폭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 아이도 친구와의 관계에서 공격적인 성향을 보여 친구를 사귀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과잉보호나 지나친 통제 등도 사회성 발달을 막는다. 과잉보호는 자기중심적인 아이를 만들고, 지나친 통제와 참견은 아이를 자신감과 자율성이 없는 의존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사진〈한겨레〉 자료사진



‘사회성’ 오해와 진실

저절로 발달?…연습·지도 필요
또래관계로 시작?…가족이 밑바탕
친구가 많아야?…양보다 질 중요

친구랑 잘 어울리는 능력은 결국 사회성에서 나온다. 한국아동상담센터 심희원 부소장의 도움말로 사회성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짚어 본다.

■ 저절로 발달한다?=부모들은 흔히 아이가 친구 사귀는 데 어려움이 있더라도 “크면 저절로 나아지겠지…” 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핵가족과 아파트 문화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사회성을 기르려면 연습과 지도가 필요하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또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아이가 부모를 보고 다양한 사회적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좋은 역할 모델이 돼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사회성이 부족해 친구를 못 사귀는 아이들은 상호작용 기회가 적어져 사회적 기술을 발달시킬 수가 없고, 더욱 사회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세 살 사회성이 여든까지 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 또래와의 관계가 출발점이다?=사회성의 밑바탕은 또래가 아니라 가족이다. 어렸을 때 부모와 애착관계가 잘 형성돼야 친구와의 관계도 잘 맺어나갈 수 있다. 아기 시절에 눈맞춤 등 자신의 상호작용 의지가 무시되거나 부모가 아이의 욕구에 제대로 반응해 주지 않을 경우 아이는 세상에 대한 신뢰감을 잃게 되고 점점 상호작용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없어진다. 가족과 즐겁게 놀고 행복하게 자란 아이가 사회성도 좋다.

■ 친구는 많아야 한다?=아이의 성향에 따라 다르다. 소극적이고 낯을 가리는 아이는 몇몇의 친구를 깊이 사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아이에게는 여러 명의 친구를 사귀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원하는 아이 몇을 중심으로 그룹을 짜서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몇 명을 사귀더라도 아이가 또래관계에 만족한다면 굳이 친구를 늘이려고 집착할 필요는 없다. 다만, 아이가 더 많은 친구를 사귀고 싶은데도 사회성이 떨어져서 못 사귀는 것인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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