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25일 전북 진안 능길마을에서 열린 아토피 제로 자연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49배를 마친 뒤 명상을 하고 있다.
[아이랑 부모랑]
유기농 식사·황토집 생활하는
‘자연학교’ 찾는 이들 많아져
친환경 생활 지속여부가 중요 ‘환경의 역습’으로도 불리는 아토피 피부염. 이제 한국사회에서 아토피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들의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은 1995년 19.7%, 2000년 27.5%, 2005년 29.2%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열에 세 명꼴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명확한 원인과 치료법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아토피를 ‘정답은 없고 개인의 경험만 있는 질환’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담과 고통은 온전히 환자 가족들의 몫이다. 아토피 환자 부모들은 남의 말만 듣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돈은 돈대로 버리고 병만 키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유내영(40·충남 당진)씨도 한때는 그랬다. 유씨의 딸 소윤(12·초등학교 5학년)이의 몸에 벌건 발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5살 가을 무렵. 아토피에 대해 잘 몰랐던 유씨는 양방과 한방 병원을 쫓아다니며 약을 먹이고 연고를 발라줬다. 그러나 연고를 바르면 그때뿐,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유씨는 마침내 소윤이가 2학년이던 2004년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요법 치료를 시작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자연건강법 책을 소개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곧바로 풍욕(창문을 열어 환기가 잘 되게 한 뒤 옷을 모두 벗은 채로 이불을 벗었다 덮었다를 반복하는 자연건강 요법)을 시작하는 한편, 식탁에서 화학조미료를 없애고 유기농 먹거리로 식단을 짰다. 연고 대신 목초액을 발라주고 엽록소 유제로 보습을 해줬다. 2006년 5월에는 그동안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황토집을 지어 이사했다. 그 뒤로 소윤이의 증상은 눈에 띄게 나아졌다. 유씨는 “그 전에는 밤에 가려워서 긁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지금은 잠도 잘 자고 성격도 밝아졌다”고 했다. 아토피가 심했던 얼굴이 깨끗해져 다른 사람들한테서 “다 나았느냐”는 말을 듣기까지 한다.
환경운동단체 생태지평연구소(ecoin.or.kr)가 2006년 여름부터 방학 때마다 열고 있는 ‘아토피 제로 자연학교’에는 유씨처럼 이런저런 치료를 받다 실패한 뒤 자연요법에 기대를 걸고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이 많다. 초등학교 6학년 김한길(13·경기 부천)군도 이런 경우다. 6살 무렵 아토피가 생긴 한길이도 7년째 피부과와 한의원 이곳저곳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으나 아토피는 더욱 심해지기만 했다. 가려움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나 2006년 겨울 자연학교에 참가하면서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같은 처지의 또래들을 만나면서 용기를 갖게 됐다. 자연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집에서도 꾸준히 실천했더니 아토피 증상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병원과 한의원을 돌아다니며 아토피에 좋다는 치료는 다 받아봤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개중에는 6개월 만에 완치시켜주겠다고 홍보하는 곳도 있었어요. 결국 돈만 버리고 고생은 고생대로 한 거죠.” 지난 19~25일 제5차 자연학교가 열린 전북 진안군 동향면 능길산골교육농장에서 만난 한길이는 “자연학교를 통해 아토피가 왜 생기는지 알게 되면서 몸에 해로운 음식을 이전보다 훨씬 잘 절제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길이는 친구 생일잔치에 갈 때도 미리 밥을 먹고, 엄마가 싸주신 유기농 간식을 들고 간다고 한다. 이번을 포함해 네 번째 자연학교에 참가하고 있는 소윤이도 “색소실험 등을 통해 우리가 먹는 과자의 유해성을 확실하게 깨닫게 됐고 아토피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열심히 참고 노력하면 나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자연학교를 통해 얻은 큰 수확이다.
자연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자연건강 의식주 생활을 체험해 보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음식을 만들 때 100% 유기농 자연재료를 쓰고, 가공식품이나 육류는 먹지 않는다. 황토집에서 생활하고 잘 때는 황토염색 베개를 쓴다. 매일 죽염수로 코를 소독하고, 식용 베이킹 소다를 푼 물로 몸을 씻은 뒤 감잎차와 올리브유를 섞어 만든 천연 로션을 바른다. 붕어운동, 모관운동 등 자연건강운동도 배운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3~4일 만에 증상이 호전된다. 관건은 자연학교가 끝난 뒤에도 이런 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생태지평연구소 김미현 아토피제로팀장은 “아토피를 이길 수 있는 자연건강생활을 배우고 훈련해서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연학교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겨울방학 자연학교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참가자 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부모학교에서는 아토피 바로 알기 강의를 비롯해, 건강한 먹거리 제철음식, 천연비누·천연치약·죽염수·감잎차 유제 만들기, 자연건강법 등을 배운다. 지난해 11월에는 그동안 자연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의 부모들이 공부와 정보 교류를 위해 ‘아토피 제로 엄마 모임’을 꾸렸다. 모임에 나오는 부모 가운데 유씨와 박경미(45·서울 금천구)씨는 이번 겨울방학 자연학교에 지도교사로 참여했다. 박씨는 “아토피 자녀를 둔 부모들은 ‘나 때문에 아이에게 아토피가 생긴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곤 한다”며 “부모들이 아토피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안/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자연학교’ 찾는 이들 많아져
친환경 생활 지속여부가 중요 ‘환경의 역습’으로도 불리는 아토피 피부염. 이제 한국사회에서 아토피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의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들의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은 1995년 19.7%, 2000년 27.5%, 2005년 29.2%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열에 세 명꼴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아직 명확한 원인과 치료법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아토피를 ‘정답은 없고 개인의 경험만 있는 질환’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담과 고통은 온전히 환자 가족들의 몫이다. 아토피 환자 부모들은 남의 말만 듣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돈은 돈대로 버리고 병만 키우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유내영(40·충남 당진)씨도 한때는 그랬다. 유씨의 딸 소윤(12·초등학교 5학년)이의 몸에 벌건 발진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5살 가을 무렵. 아토피에 대해 잘 몰랐던 유씨는 양방과 한방 병원을 쫓아다니며 약을 먹이고 연고를 발라줬다. 그러나 연고를 바르면 그때뿐,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다. 유씨는 마침내 소윤이가 2학년이던 2004년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자연요법 치료를 시작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자연건강법 책을 소개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곧바로 풍욕(창문을 열어 환기가 잘 되게 한 뒤 옷을 모두 벗은 채로 이불을 벗었다 덮었다를 반복하는 자연건강 요법)을 시작하는 한편, 식탁에서 화학조미료를 없애고 유기농 먹거리로 식단을 짰다. 연고 대신 목초액을 발라주고 엽록소 유제로 보습을 해줬다. 2006년 5월에는 그동안 살던 아파트를 처분하고 황토집을 지어 이사했다. 그 뒤로 소윤이의 증상은 눈에 띄게 나아졌다. 유씨는 “그 전에는 밤에 가려워서 긁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는데 지금은 잠도 잘 자고 성격도 밝아졌다”고 했다. 아토피가 심했던 얼굴이 깨끗해져 다른 사람들한테서 “다 나았느냐”는 말을 듣기까지 한다.
강사의 지도로 49배를 하고 있는 모습.
| |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