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은 아이들이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는 기회다. 어린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아이랑 부모랑] 겨울방학 독서습관 들이기
예나 지금이나 자식 책 읽는 소리만큼 듣기 좋은 소리는 없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컴퓨터 게임 등 자극적인 문화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아이가 책을 펼쳐들기를 원한다면 부모도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 겨울방학은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시간적 여유 있어야 책에 관심
쉬운 책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만화읽기, 무조건 막아선 안돼 ■ 책 읽을 시간을 주자=책을 손에 들려면 우선 시간 여유가 있어야 한다. 독서교육 사이트 ‘책 읽어주는 선생님’ 운영자인 강백향 수원 화서초 교사는 “할 일이 없어서 뒹굴거릴 시간이 있어야 책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방학 중에도 ‘학원 뺑뺑이’를 도느라 느긋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문화관광부의 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994년~2006년 사이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2배 가량 증가한 반면, 책 읽는 시간은 3분의 1 가량 줄었다.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은 “아이에게 공부하는 데 가장 필요한 책 읽기 능력은 길러주지 않고 학원·과외로 내모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 독서능력을 살펴보자=남 원장은 “읽을 능력이 부족해서 책 읽기가 싫어진 아이들이 있을 뿐, 일부러 부모 속을 썩이려고 책을 안 읽는 아이는 없다”고 말했다. 독서에 필요한 어휘력과 이해력 등 독서능력이 뒷받침돼야 책 읽기가 즐거워진다는 얘기다. 남 원장은 “독서는 언어적 추측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책에 어려운 낱말이 줄줄이 나오면 추측게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는 어휘가 75~85% 정도일 때 언어적 추측게임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며, 50% 이하일 때는 어려워서 읽기를 포기하게 된다는 게 남 원장의 설명이다. 아이가 책 읽기를 어려워한다면 수준을 낮춰 쉬운 책을 먼저 읽힐 필요가 있다. 조월례 경민대 독서스페셜리스트교육원 초빙교수는 “일단 아이가 자신 있게 읽을 수 있는 낮은 단계의 책을 줘서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 뒤 서서히 수준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때 전문가들이 권하는 학년별 도서목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권장도서는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구분한 것일 뿐, 아이 하나하나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같은 학년이라도 독서력과 관심 등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1학년이라도 2·3학년들이 읽을 만한 책을 소화해내기도 하며, 반대로 5·6학년도 낮은 학년이 읽을 만한 그림책을 즐겁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라며 “아이의 성향과 독서력, 관심사 등을 반영해 책을 고르고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그림책을 빼앗지 말자=그림책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떼야’ 하는 유아용 책으로 여기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대신 위인전이나 역사책, 수학동화와 같은 책을 들이민다. 그래야 아이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림책은 학년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이며, 아이가 그림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강 교사는 “부모가 욕심을 내는 바람에 그림책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한 채 금방 지식책으로 건너뛴 아이들이 나중에 글자가 많은 책을 잘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책 읽기를 싫어하거나 글자 많은 책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은 고학년이라 하더라도 다시 그림책을 읽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만화, 어떻게 봐야 할까=독서교육 관련 사이트에 가 보면 아이가 만화에만 빠져 있어서 걱정스럽다는 부모들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만화 읽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어휘의 한계를 꼽는다. 짧은 문장과 그림으로 대부분의 상황이 설명되기 때문에 사용되는 낱말 수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그마저도 매우 쉬운 낱말들이 주로 쓰인다는 것이다. 남 원장은 “만화를 많이 읽어 어휘력이 빈약해진 아이들은 글자가 많은 책을 읽을 때 어려움을 겪게 되어 다시 만화를 찾게 되고 그럴수록 어휘력이 더욱 빈약해지면서 책 읽기에서 점점 멀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만화만 읽는 아이들은 ‘징기스칸은 적진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는 문장 대신 ‘씽’이라는 낱말을 읽게 되기 때문에 고급 어휘를 익힐 기회가 없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부모의 적절한 지도가 뒷받침된다면 만화를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강 교사는 “만화는 아이들의 중요한 또래문화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무조건 금지해서는 안 된다”며 “만화 1권을 사줄 때 다른 책도 같이 1권을 사주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의 주제와 관련된 동화책이나 지식책으로 연결시켜주는 등 부모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쉬운 책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만화읽기, 무조건 막아선 안돼 ■ 책 읽을 시간을 주자=책을 손에 들려면 우선 시간 여유가 있어야 한다. 독서교육 사이트 ‘책 읽어주는 선생님’ 운영자인 강백향 수원 화서초 교사는 “할 일이 없어서 뒹굴거릴 시간이 있어야 책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방학 중에도 ‘학원 뺑뺑이’를 도느라 느긋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문화관광부의 독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994년~2006년 사이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2배 가량 증가한 반면, 책 읽는 시간은 3분의 1 가량 줄었다. 남미영 한국독서교육개발원 원장은 “아이에게 공부하는 데 가장 필요한 책 읽기 능력은 길러주지 않고 학원·과외로 내모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 독서능력을 살펴보자=남 원장은 “읽을 능력이 부족해서 책 읽기가 싫어진 아이들이 있을 뿐, 일부러 부모 속을 썩이려고 책을 안 읽는 아이는 없다”고 말했다. 독서에 필요한 어휘력과 이해력 등 독서능력이 뒷받침돼야 책 읽기가 즐거워진다는 얘기다. 남 원장은 “독서는 언어적 추측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책에 어려운 낱말이 줄줄이 나오면 추측게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는 어휘가 75~85% 정도일 때 언어적 추측게임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며, 50% 이하일 때는 어려워서 읽기를 포기하게 된다는 게 남 원장의 설명이다. 아이가 책 읽기를 어려워한다면 수준을 낮춰 쉬운 책을 먼저 읽힐 필요가 있다. 조월례 경민대 독서스페셜리스트교육원 초빙교수는 “일단 아이가 자신 있게 읽을 수 있는 낮은 단계의 책을 줘서 책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 뒤 서서히 수준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때 전문가들이 권하는 학년별 도서목록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권장도서는 일반적인 기준에 따라 구분한 것일 뿐, 아이 하나하나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같은 학년이라도 독서력과 관심 등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1학년이라도 2·3학년들이 읽을 만한 책을 소화해내기도 하며, 반대로 5·6학년도 낮은 학년이 읽을 만한 그림책을 즐겁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라며 “아이의 성향과 독서력, 관심사 등을 반영해 책을 고르고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그림책을 빼앗지 말자=그림책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떼야’ 하는 유아용 책으로 여기는 부모가 의외로 많다. 대신 위인전이나 역사책, 수학동화와 같은 책을 들이민다. 그래야 아이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림책은 학년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이며, 아이가 그림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강 교사는 “부모가 욕심을 내는 바람에 그림책 읽는 재미를 충분히 느끼지 못한 채 금방 지식책으로 건너뛴 아이들이 나중에 글자가 많은 책을 잘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책 읽기를 싫어하거나 글자 많은 책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은 고학년이라 하더라도 다시 그림책을 읽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 부모일까요?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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