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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모가 영어책 읽어주니 학원보다 ‘Goo~d’

등록 2007-12-10 18:48

영어 그림책 읽기는 영어를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한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영어 그림책을 읽은 뒤 마이크를 이용해 컴퓨터에 녹음을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제공
영어 그림책 읽기는 영어를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한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영어 그림책을 읽은 뒤 마이크를 이용해 컴퓨터에 녹음을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21〉제공
[아이랑 부모랑]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우리나라 부모들의 집착은 눈물겨울 정도다. 갓난아기 때부터 이중언어 환경을 만들어주겠다며 영어 동요를 들려주는가 하면, 우리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거는 ‘극성 엄마’들도 적지 않다. 한 온라인 부모교육 사이트에서는 ‘예비 엄마를 위한 영어 태교교실’ 강좌도 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초등학교 입학 무렵까지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 ‘소신파 부모’들은 무책임하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러나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이들처럼 ‘뒤늦게’ 영어교육을 시작해도 얼마든지 잘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초등생 영어’ 집에서 가르치기

홍현주 경성대 영문과 초빙교수는 “유아기를 놓쳤다고 해서 영어를 배우는 데 문제가 될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유아기 때보다 인지능력이 훨씬 발달했기 때문에 문자와 소리의 관계를 더 빨리 이해할 수 있고, 특히 한글 그림책을 많이 읽어서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은 영어 그림책에도 금방 친숙해질 수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생각이다. 이선 공주교대 영어교육과 교수는 “부모들이 조기 영어교육에 목을 매는 가장 큰 이유는 원어민 같은 발음에 대한 환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좋은 발음=영어를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깰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어교육의 목표는 원어민, 특히 미국인과 똑같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자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미국식 영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영어의 다양한 발음과 변이형을 인정하는 ‘월드 잉글리시’라는 개념도 대두되고 있다.

조기 영어교육과 관련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결정적 시기’ 가설이다.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 주장은 말 그대로 가설일 뿐, 반증하는 연구결과도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학계에서는 이 ‘결정적 시기’를 대체로 사춘기(13살 무렵)로 잡고 있다. 적어도 결정적 시기 가설을 근거로 영·유아기 때부터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들이 학원에 의존하지 않고 집에서 꾸준히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많은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그림책 읽기를 꼽는다. 이 교수는 “영어 그림책을 읽으면 간접체험을 통해 영어를 상황 속에서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우리나라처럼 교실을 벗어나면 영어를 쓰지 않는 환경에서는 영어 그림책이 부족한 ‘영어 입력’을 보충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 때 시작해도 안 늦어
발음 서툴더라도 읽는 재미가 중요
해석해주려 말고 상황 설명이 좋아

영어 그림책 읽기 지도는 통상적인 독서 지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어교사 출신으로 지금은 ‘한스북클럽’이라는 영어 도서관을 운영하는 권혜경씨는 “한글을 못 읽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듯이, 처음에는 엄마가 아이의 흥미와 수준에 맞는 그림책을 골라 읽어 주라”고 조언했다. 처음에는 그림이 많고 패턴이 반복되는 그림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영어를 몰라도 그림과 반복적인 패턴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그림책 읽어주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발음이다. 그러나 발음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권씨는 “책에 딸린 오디오 테이프, 방송, 원어민 교사 등을 통해 추후에 얼마든지 발음을 교정할 기회가 있기 때문에 발음에 자신이 없다고 책 읽어주기를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다”며 “중요한 것은 아이는 부모가 책 읽어주는 것 자체를 즐기고, 그것을 통해 책과 친해지게 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무작정 테이프를 들려주기보다는 부모가 발음이 서툴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직접 읽어주는 것이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설명이다. 일단 부모의 목소리를 통해 친숙해진 책은 테이프로 들려줘도 훨씬 관심있게 듣는다.

그림책을 읽어줄 때 문장을 일일이 해석해주는 것은 좋지 않다. 홍 교수는 “아이들은 단어를 몰라도 그림과 문맥을 통해 이해하기 때문에 한 문장씩 해석해주지 말고 죽 읽어주는 것이 좋다”며 “만일 아이가 내용을 궁금해할 경우에도 해석을 해주기보다는, 그림과 연관시켜 상황을 설명해주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영어에 많이 노출시키는 것 못지않게 영어를 실제로 써 보는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그림책 속의 대화를 대본으로 삼아 부모와 아이가 역할을 나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사진 <한겨레21> 제공


재미없으면 0점…게임하듯 즐겁게

‘부모표 영어교육’ 이렇게

홍현주 경성대 영문과 초빙교수는 영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흥미라고 강조한다. 다음은 홍 교수가 제안하는, ‘엄마표 영어교육’ 몇 가지다.

■ 순간 글쓰기=아이와 함께 읽은 그림책에서 서너 문장을 골라 종이에 옮겨 쓴 뒤, 한 조각에 한 단어씩 들어가도록 종이를 자른다. 조각을 잘 섞은 뒤 퍼즐 맞추듯이 조각을 배열해 문장을 완성하도록 한다. 그 다음에는 핵심 단어만 제시하고 문장을 완성해 보도록 하고, 맨 마지막에는 핵심 단어 없이 문장을 기억해서 쓰도록 한다. 각 단계별로 3분의 시간을 정해, 그 안에 몇 문장을 완성하는지 게임을 하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 대화체를 회화교본으로=소심해서 좀처럼 입을 잘 열지 않는 아이들에게 적당하다. 우선 대화체가 많은 책을 읽은 뒤 대화 부분만 종이에 옮긴다. 이렇게 하면 작은 회화책이 만들어진다. 이어 옮겨 적은 대화가 쓰인 상황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뭐라고 표현했지?’와 같이 책 속 주인공이 어떤 상황을 표현하려고 어떤 말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묻고 대답하는 식이다. 이런 연습은 소심한 아이가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말은 할 수 있게 도와준다.

■ 집중 듣기=아이에게 영어비디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보라고 하면 질리기 십상이다. 우선 비디오의 특정 부분(3분 정도의 분량)을 미리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들은 뒤, 비디오를 처음부터 보여주면서 아이에게 “아까 들었던 부분이 나오면 엄마한테 얘기해 줘”라고 얘기한다. 게임하듯이 상을 내걸어도 좋다. 대신 아이가 놀거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 바로 전에 들은 내용이기 때문에 잘 들린다. 이런 식의 작은 성취를 맛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말로 먼저 비디오를 본 뒤 몇 장면만 골라 영어로 다시 보고 특정 상황에서 어떤 표현을 썼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지겨워서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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