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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돈이 없어도 미술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등록 2007-11-29 14:40

아람이는 미술을 전공하고 싶지만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고민하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아람이는 미술을 전공하고 싶지만 집안형편이 어려워서 고민하고 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교육청소년] 미술은 자신감을 갖게 해준 소중한 것, 돈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아
“미술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프랑스가 부러워요”

광주에 사는 아람이(서진여고2)는 좋아하는 미술공부를 돈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할 수 있는것이 소원이다. 아람이에게 미술은 그림 이상의 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해태우유 대리점 사장에서 작은 오락실 사장으로

부유한 가정은 아니지만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아람이는 매사에 긍정적인 밝은 학생이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케로로스티커 모으기에 전념하기도 하고, 핸드폰으로 ‘엽기사진’찍기를 즐긴다. 하지만 공부하기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 여고생이다.


이런 아람이에게도 어려운 순간은 찾아왔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가 주식투자에 실패해 집에 빨간딱지가 붙었던 모습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 이후 해태우유에서 일하시던 아버지가 회사에서 나와 해태우유 대리점을 운영하게 됐지만 잠시 성황을 이루던 대리점도 경기침체로 크게 흔들리게 됐다. 그러나 아람이 말고도 동생이 두명이나 있어, 아버지는 오락실을 차리게 됐다.

“요즘에는 우유시켜서 먹는 집 별로 없잖아요. 할인마트나 집근처 슈퍼에서 많이 사죠. 경제가 안좋아지면서 대리점도 허덕이게 됐어요. 그래서 조선대학교 근처에서 아빠가 작은 오락실을 했어요. 공간이 정말 작아서 아빠가 앉아있기도 힘든 크기였어요.”

가정형편이 썩 좋지 않았던 아람이가 ‘배우려면 집 두채 말아먹어야 한다’는 미술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미술은 나에게 자신감의 원천
예술고 진학하고 싶었지만, 실업계 선택

아람이는 현재 서진여고(구 옥천여상) 디자인과에서 디자인을 배우고 있다. 쥬얼리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아람이에게 미술이 왜 좋냐고 묻자 “그림을 그리며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아람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 친구들에게 그림을 잘 그린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때는 각종 대회에서 그림을 그려 수상을 많이 하기도 했다. 또 중학교 때는 미술 수행평가에서 A를 놓쳐본적 없다.

“그림그리는 것 말고는 딱히 잘하는 게 없었어요. 그림을 그리고 잘하는애로 인정받을 때의 뿌듯함이 정말 좋죠”

미술학원에 따로 다니지 않았지만 교사나 전교생으로부터 미술실력을 인정받았던 아람이는 중학교때 진로를 결정하면서 고민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당시 광주에 하나있는 예술고등학교 미술과에 가고 싶었지만 알아줄만한 수상경력이나, 정형화된 미술기법을 학원을 통해 배운것이 없어 포기해야만 했다.

“진학때문에 고민이 많을 때 지금 다니는 학교에 디자인과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정말 희망을 찾을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고민없이 이 학교에 왔어요.”

실업계 학교로 진학하는 딸을 보며 아버지가 많이 속상해 하셨다지만 아람이는 ‘미술을 배울 수만 있다면’의 심정으로 입학했다.

돈 많이 드는 미술, 그냥 꿈으로만 간직해야 하나

아람이는 현재 디자인과에서 다양한 그림을 배우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입학 초기에는 학원에 다녔던 친구들보다 실력이 많이 떨어져 선생님께 혼나기도 하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지만 이젠 실력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보니 미술을 지속적으로 배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미술을 배우기는 어려워요. 학원도 다녀야하고, 물감, 붓 등 재료값도 만만치 않아요. 무용이나 미술하는 집은 집 두채 말아먹어야 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 말이 너무나 살감나죠”

실제 미술용품은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손 쉽게 구입할 있는 정도의 금액이 아니다. 판넬하나에 4만원이 넘고, 붓 하나 좋은 것을 쓰려면 감당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포스터 물감의 값도 만만치 않다. 물감한통에 몇 만원하지만 포스터그림 하나를 칠하면 물감을 거의 다 쓰게 된다. 이런탓에 엄두가 나지 않아 그림연습한번 제대로 못한다.

“이런 생각하면 성질나요”

아람이가 더 배우고 싶은건 쥬얼리 디자인이다. 처음엔 막연히 디자인을 하고 싶었지만 디자인과에 진학해 그림을 그리면서 구체적으로 정한 것이다.

“내가 디자인한 보석을 사람들이 하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아요. 그런데 쥬얼리디자인쪽은 유학도 다녀와야 하고, 잘 배워야해서 그냥 꿈으로 간직할 뿐이에요.”

아람이는 ‘미술은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말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아람이는 ‘미술은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말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돈 없어도 미술공부 할 수 있는 나라, 프랑스가 부럽다

아람이의 미술공부 욕심에 엄마가 조심스레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친것이다.

“밑으로 동생이 두명이나 더 있어서 엄마는 내 미술공부를 뒷바라지하는게 부담스럽대요. 사실 그렇죠. 미술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아람이는 마지막으로 돈이 있어야 대학을 갈 수 있고, 배우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우리나라 교육에 문제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교육정책이 잘 되어 있는 프랑스가 부럽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미술을 배울 수 있는 학교도 많고, 시설도 많다고 들었어요. 국가가 미술의 부흥을 위해 지원하는 것이 많아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돈있는 애들만 미술, 무용, 음악하잖아요. 프랑스 생각하면 너무 부러워요. 저에겐 꿈의 세계죠.”

“걱정마세요. 어떤 방법으로든 디자인공부 꼭 할꺼에요”

일주일에 한번씩 받는 얼마 안되는 용돈을 모아 잡지와 동화책을 산다는 아람이는 또래 흔히 또래친구들이 좋아하는 옷이나 악세서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렇게 쓸 돈으로 동화책 한권을 더 사고 싶다. 잡지와 동화책은 디자인공부에 도움이 된다. 잡지 디자인에서의 색의 조화, 입체적인 모양의 동화책에서 캐릭터를 표현한 기법등을 공부한다. 디자인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한권에 3만원이 훌쩍 넘는 어린이용 동화책 한 권도 서슴없이 구매하는 아람이는 디자인욕심을 접을 수가 없다.

비록 가정환경은 어렵지만 아람의 의지가 대단하다. “꿈으로 가는길이 한 길만 있진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가지로 미술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요. 걱정마세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디자인공부는 언젠가 꼭 할꺼에요”

신청이 기자 tlscjddl@hotmail.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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