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벽에 붙은 번데기
재진이네 곤충 이야기 /
올 초 나와 엄마, 아빠는 바빠진 일정으로 주말농장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내가 하자고 했다. 주말농장을 하면 채소에 사는 다양한 곤충들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 곤충은 나비다. 나비 중에서도 제일 흔한 배추흰나비.
흰나비가 있는 곳이면 알은 어디에서든 채집할 수 있다.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면 산란 중인 나비를 찾을 수 있다. 나비 한 마리가 배추나 열무 잎에 엉덩이를 살짝 대고 앉았다가 잠시 뒤 또 다른 곳으로 옮겨 앉으면 산란하고 있는 것이다. 잎의 뒤면에 붙은 알은 원주형으로 노란 색이다. 알이 있는 잎사귀를 그대로 가져와 물에 꽂아 놓으면 5일쯤 지나 꽃봉오리가 터지듯이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난다. 눈에 보일락 말락 한 녹색 애벌레는 잎에 숨어서 열심히 먹고 똥을 누면서 무섭게 커나간다.
나는 주말농장에서 잡아온 배추흰나비 애벌레를 집으로 가져와 부엌 창가에 두었다. 물이 담긴 컵에 배추잎을 꽂아 놓고 애벌레를 거기에 키웠다. 2주 가량 농장에서 열심히 배추를 가져다 주며 쑥쑥 커가는 통통한 애벌레를 보면서 뿌듯해했다. ‘언제쯤 나비가 될까?’ 기대감에 부풀어.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다녀오니 애벌레가 모두 사라졌다. 너무 기가 막혔다. 내가 너무 방심했다 싶었다. 그동안 먹이고 키우느라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데…. ‘어디에서 찾아야 하나?’ 속상해 하면서 부엌창틀 주변을 탐색했는데 저녁에 세 마리 중 두 마리를 찾았다. 하나는 고추장병 가운데, 또 하나는 꿀 병 뚜껑 상표 위에 실을 뽑아 몸을 붙이고 있었다. 이 놈들이 벌써 번데기로 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똑같은 애벌레에서 번데기가 되었는데 번데기의 색이 달랐다. ‘아하! 애벌레에서 번데기로 변할 때에는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숨어 있을 만한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가는구나. 그리고 위장도 하고!’ 나비는 참 똑똑하고 슬기로운 곤충이다.
글·사진 김재진/고양 용정초등학교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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