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진이네 곤충 이야기 /
지난번에 성충이 된 장수풍뎅이를 기를 때 첫 번째로 주의할 점은 달아나지 못하도록 뚜껑을 잘 덮었는지 확인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내가 처음 장수풍뎅이를 기를 때가 생각나서다. 장수풍뎅이를 한 쌍 가져와서 잘 키워 보리라 마음먹고 수분 조절을 위해 물도 뿌려 주고 젤리도 넣어 주고 열심히 관찰일기도 썼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짝짓기 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너무 신기해서 쳐다보면서도 보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곤충에게는 조금 미안했다. 그런데 짝짓기 하는데 무려 3시간이나 걸렸다. 나는 보다 지쳐서 잠이 들었다.
‘조금만 지나면 알을 낳겠지’하는 마음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장난도 치지 않고 먹이를 열심히 주면서 기다렸는데 이상하게 수컷만 보였다. ‘암컷은 밤에만 나와서 먹이를 먹나 보다.’ 혼자 위로하며 또 며칠을 보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또 한 달이 지날 무렵이었는데 수컷이 먹지도 않고 힘이 하나도 없이 기어 다니더니 죽어 버렸다.(성충이 돼서 몇 개월밖에 살지 못하고…)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인지 쏟아 보기로 했다. 신문지를 펼쳐 놓고 톱밥을 쏟아서 조금씩 옮기면서 살펴 보는데 도대체 알도 애벌레도 흔적도 없었다. 죽어서 분해됐다면 딱딱한 껍질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 당시에는 너무도 갑갑하고 당황스러웠다.(나중에 신발장을 옮기는데 그 밑에서 말라서 죽은 장수풍뎅이 암컷이 나왔다)
처음에는 모든 일이 서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 특히 살아있는 것을 책임지고 키운다는 것은 굉장한 부담이다. 그 뒤 몇 년 동안 곤충을 키워 오면서 하나씩 배워나갔다. 밤이면 장수풍뎅이들이 활동하는 시간이어서 등딱지 속의 커다란 날개를 펴서 ‘붕붕’ 헬리콥터 소리를 내면서 사육통 지붕을 부딪쳐(‘장수’라는 말처럼 힘이 대단하다) 자다가 깜짝 놀라 깨기도 하고, 탈출에 성공해서 날다가 거실바닥에 떨어졌는데 다행히 뒤집어져서 꼼짝 못하고 누워 버둥거리던 일, 사육통 안에서 놀이목(나무줄기)이 다리에 닿지 않아 뒤집혀서 죽었던 일 등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더욱 곤충 고수(?)가 될 수 있었다.
글·사진 김재진/고양 용정초등학교 6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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