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를 하고 있는 섬서메뚜기. 다음카페 곤충파라다이스 다산해언 제공
재진이네 곤충 이야기 /
지난해 가을 나는 왕사마귀를 키우느라 시간이 나는 대로 곤충을 잡아야 했다. 사마귀들은 죽은 곤충은 절대로 먹지 않기 때문에 알을 낳을 때까지는 할 수 없이 먹이를 잡아다 줘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찬바람이 솔솔 불기 시작하면서 곤충 잡기가 어려워졌다. 아파트 주변에서 주로 잡은 곤충은 잠자리, 매미, 나비, 섬서메뚜기 등이었는데, 그 가운데 섬서메뚜기가 잡기 쉽고 먹이 구하기도 편해서 많이 잡아다 집에서 기르기로 했다.
사육통에 흙을 넣고 작은 잡초를 몇 개 심은 뒤 잡아온 섬서메뚜기를 넣었는데 큰 메뚜기 위에 작은 메뚜기들이 짝지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배의 끝부분을 맞대고 짝짓기를 하는 중이었다. 메뚜기는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커서 짝짓기 하는 모습이 마치 엄마 등에 아기를 업은 것 같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곤충들의 종족번식의 의지는 나를 놀라게 했다. 아뭏든 왕사마귀 덕분에 섬서메뚜기 관찰도 하게 되었다.
먹이를 주면서 관찰하기를 며칠, 짝짓기를 끝낸 암컷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엉덩이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마침내 알 낳을 곳을 정했나 보다. 배 끝에 달려있는 4개의 갈고리를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땅을 파더니 그 속에 주황색 거품과 함께 알을 낳았다. 알의 크기는 0.5㎜도 안돼 보였다. 거품과 알은 하나가 돼서 잘 구별하기 어려워 몇 개인지 셀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남은 섬서메뚜기는 모두 왕사마귀 먹이로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거실에 뭔가 조그만 게 팔딱팔딱 뛰어다녀!”하는 동생의 말에 “뭐가 다닐 게 있어!” 하면서 바닥에 엎드려 뭔가를 찾아보았는데 그것은 2㎜ 정도밖에 안되는 섬서메뚜기였다. 방심하고 알 낳은 사육통을 거실에 놓아두었더니 그 사이에 부화한 것이다. 벌써 몇 마리는 밟혀서 바닥에 붙어 있었다. 그날 우리 가족은 하루종일 바닥에 엎드려 섬서메뚜기를 찾아야 했다. 김재진/고양 용정초등학교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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