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진이네 곤충 이야기 /
장수풍뎅이 애벌레 사육통을 열다가 깜짝 놀랐다. 애벌레 똥(콩알 같은 톱밥)이 보여야 하는데 장수풍뎅이 암컷이 벌러덩 누워서 죽어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곤충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얼마나 나오려고 발버둥쳤을까? 나는 그것도 모르고 놀기만 했는데….
지구에 사는 모든 식물과 동물은 자기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생체시계를 갖고 있다고 했다. 생체시계란 ‘일정한 때에 따라서 곤충들이 주위의 온도, 환경에 따라서 어떤 일을 하는 것’이다. 봄이 돼 따뜻해지면 장수풍뎅이가 땅속에서 위로 올라오는 것, 때가 되면 짝짓기를 하는 것, 겨울잠을 자는 것 등이 있다.
그런데 아주 가끔씩 틀리는 시계처럼 곤충들도 식물들도 착각을 한다고 한다. 오늘 신문을 보았는데 포항에 개나리꽃이 잘못 피었다고 사진까지 찍어서 나왔다. 개나리는 봄인 줄 알았을까? 하긴 요즘 날씨가 이상하긴 하다. 아침엔 겨울이고 점심엔 여름이며 저녁엔 가을 같다. 우리 집 장수풍뎅이도 아마 실내 온도가 따뜻해서 봄인 줄 알고 미리 나왔다가 죽은 것 같다.
이맘 때 장수풍뎅이 애벌레들은 3령으로 겨울을 나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잘 먹는다.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양을 먹어 치우기 때문에 똥을 많이 눈다. 그렇기 때문에 똥을 치우고 톱밥을 통 가득히 채워 줘야 한다. 그래야 번데기 방도 제대로 지을 수 있다. 장수풍뎅이는 번데기 방을 세로로 비스듬히 짓기 때문에 톱밥을 높이 넣어 주어야 한다. 또, 몸 색깔이 많이 노랗게 변하면 번데기가 될 때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다. 통 밖으로 번데기 방을 짓는 모양이 보이면 너무 심하게 흔들어서 방이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톱밥을 새로 넣어 줄때는 모두 바꾸어 주지 말고 반 정도만 교체해 주도록 한다. 이렇게 해두면 애벌레가 긴 겨울을 잘 지내고, 따뜻한 봄이 오면 멋있는 성충으로 만날 수 있다.
글·사진 김재진/고양 용정초등학교 5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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