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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부→학력 대물림’ 어떻게 끊어낼까

등록 2007-02-07 13:51

부모직업에 따른 대학진학 유형 차이
[2007 희망 이정표] ‘5대 불안’을 벗자 4부 <교육>
③ 교육격차 해소 어떻게
‘교육 격차’는 지난해 교육계를 달군 핵심 화두 가운데 하나였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새해 업무계획을 통해 ‘교육 격차 해소 원년’을 선포한 것을 시작으로, 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까지 교육 격차의 실태와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음이 1년 내내 끊이지 않았다. 토론회 등을 통해 해법도 활발하게 제시됐다.

입시때 ‘계층균형 선발’ 구성 다양화 필요
“학력경쟁 탈피 소질개발 더 도움” 지적도

■ 출발선을 같게=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출발 단계의 격차를 줄여 ‘조건’을 비슷하게 맞춰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은 교육부가 조건의 격차를 보정하기 위해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의 학교에 예산과 외부 전문인력을 투입해 △학습 결손 치유·예방 △문화활동 △심리·심성 계발 △영·유아 교육 및 보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2003년에 시작돼 현재 전국 30개 도시지역 초·중학교 163곳에서 실시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05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지원 대상 학교 학부모의 97.4%와 학생의 95.5%가 이 사업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사업 자문위원인 서울 대신고 김영삼 교사는 “공부방이나 청소년수련관 등 지역사회 자원과 학교가 네트워크를 이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필요한 여러 차원의 보살핌을 제공함으로써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지고 있는 이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교육복지법을 국회에 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은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성과관리 체계가 없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정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적극적 평등정책을=국가가 조건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더라도 결과(학업 성취도)의 격차는 나타나기 마련이다. 학업 성취도 격차의 대부분은 사회·경제적 배경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개인의 능력이 아닌 사회적 불평등에 따른 결과의 격차에 대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줄여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업 성취도 경쟁에서 취약계층이 상위계층을 따라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입시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지역균형선발전형이나 농어촌특별전형을 확대하고, 가난하지만 잠재력 있는 초·중학교 학생들에게 보상적 교육 기회를 보장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미국의 ‘어퍼머티브 액션’(소수자 우대 정책)과 같은 적극적 평등 실현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서울대가 한때 도입을 검토하다 ‘없던 일’이 된 ‘계층균형선발제도’가 한 예다. 성열관 경희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대학 신입생 구성을 좀더 다양화할 수 있는 선발정책이 필요하다”며 “미국처럼 신입생 구성을 공개하도록 하고, 대학평가와 행·재정 지원 때 구성원의 ‘다양성 지표’를 반영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사회통합을 위한 입학전형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6일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 대상 학교인 서울 노원구 신상계초등학교 에듀케어교실에서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이 전담 교사와 함께 방과후 보육 프로그램의 하나인 가베(나무조각이나 실 등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내는 교구) 활동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6일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 대상 학교인 서울 노원구 신상계초등학교 에듀케어교실에서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이 전담 교사와 함께 방과후 보육 프로그램의 하나인 가베(나무조각이나 실 등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내는 교구) 활동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 패러다임의 변화 필요=학업 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특징으로 하는 21세기에는 소외계층 학생의 성적을 몇 점 정도 끌어올린다고 해서 미래의 삶이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차라리 남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소질과 재능을 발굴해 키워주는 것이 좀더 나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미 없는 학력경쟁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연계성을 갖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더 시급하다는 얘기다. 김 교수는 학업 성취도 중심의 교육 격차 해소 대책의 한계로 △기득권층이 조기유학 등 끊임없는 차별화 전략으로 유리한 교두보를 선점하는 상황에서 학업 성취도에만 집착하는 한 그 격차를 해소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 △세계화시대에는 단지 공부를 잘 하는 것만으로 안정적인 삶을 누리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등을 들었다.

■ 학벌주의 해소해야= ‘간판’이 아닌 능력 중심의 고용·승진·임금체계를 갖추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주장도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광적인 교육열과 그에 따른 교육 불평등 심화 현상은 궁극적으로 대학의 서열화와 학벌주의에 의해 왜곡된 비효율적인 노동시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1만큼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일류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5만큼의 이득을 얻고, 같은 능력을 가졌지만 2·3류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0.5만큼의 이득을 얻는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교육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반 교수는 “대학 졸업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학위 국가고시제를 실시해 그 능력을 국가가 인증함으로써 노동시장에서 대학 간판이 아닌 능력 중심의 채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거나, 국내 대학간 공동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학생과 교수의 이동성을 보장해 주는 제도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벌주의나 노동시장의 그릇된 관행은 교육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정부가 ‘국가적 의제’로 삼아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미 대학들 ‘소수자 보호정책’ 효과

인종·성 등 차별 해소위해 입시 때 배려
영·프, 저소득층 밀집 학교에 예산 증액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교육 격차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다양한 교육 격차 해소 정책을 펴왔다.

소수자에게 혜택을=미국의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한 특별조치인 ‘어퍼머티브 액션’이 대표적이다. 연방 수정헌법 14조에서 규정한 평등 정신을 사적 영역에서 실현하기 위해 1964년 제정된 민권법이 근거다. 교육 및 고용에 있어서 인종과 성 등에 따른 과거의 차별을 시정해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미국 대학들은 이 정책에 따라 입시에서 흑인과 소수민족 출신자 등을 우대해 왔다. 연방대법원은 2003년 소수민족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가산점을 주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백인 학생이 낸 소송에서 위헌 판결을 내렸으나, 어퍼머티브 액션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대 방식을 문제삼았을뿐 입학전형에서 인종을 고려하는 것 자체는 합헌이라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이재협 경희대 법대 교수는 “대법원 판결은 기계적인 할당제와 가산점 부여 방식이 개개인의 차이를 전혀 고려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미국 대부분의 대학들은 여전히 학생들의 인종·민족·경제적 배경을 다각도로 분석해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소수자 우대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난한 지역에 더 많이=우리나라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사업의 모델이 된 정책이 영국의 ‘교육특구’ 사업이다. 1980년대 중반 보수당 정부의 학교 선택권 확대 정책으로 지역간, 선호-비선호 학교간 격차가 커지자 노동당이 97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98년부터 도심의 취약지구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사업이 시작됐다. 저소득층 밀집 지역 학교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 학생들의 언어·수리능력을 높이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 프랑스의 ‘우선교육지대’ 사업도 영국의 교육특구 사업과 비슷한 성격의 교육 격차 해소 정책이다.

미국 텍사스주의 경우, 부유한 지역에서 걷은 세금의 일부를 가난한 지역의 교육재정으로 투입하는 ‘로빈 후드’ 정책을 통해 계층간 거주지 분리에 따른 교육재정의 불평등을 보정하고 있다.

낙후지역 교육여건 개선=미국 위스콘신주에서는 빈곤 지역의 학급 규모를 줄이는 것이 학업 성취 격차를 해소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95년부터 ‘학업 성취 보장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학업 성취 향상을 위해 교사 1명당 학생수가 15명을 넘지 않도록 학급 규모를 줄이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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