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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6자회담 ‘훈풍’에 남북정상회담 다시 솔솔

등록 2007-02-15 20:38

노대통령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
노대통령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
‘5대불안’을 벗자 5부 평화 ① 정상회담 올안 가능할까
핵·군축 다룬 실무회담 실천 담보안돼
협상 진전이끌 ‘통큰’ 결단 요구 커져
“정치적 득실 떠나 평화합의 이룰 때”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개최는 가능할까?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등에서는 연내 남북정상회담 성사 문제를 놓고 상반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여권이나 진보진영 쪽에서는, 국내 정치 일정과 상관없이 북핵 문제 진전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과 보수진영 쪽에선 정상회담에 대해 입만 벙긋해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여권이 대통령 선거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들의 인식은 일단 진보 진영의 견해에 좀더 가까워 보인다. 〈한겨레〉가 벌인 ‘신년특집 여론조사’에서 국민들의 37.3%는 북한 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 정상회담 등 남북대화를 통한 평화 합의’가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북-미 외교관계 수립 등 긴장 완화’를 선택한 응답자는 절반인 18.8%에 그쳤다.

일단 대선이라는 올해 국내 정치 일정을 제쳐두면, 정상회담의 필요성은 남북관계가 근본적인 벽에 부딪혀 있다는 측면에서 진보 진영 안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는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정치적 신뢰는 여전히 불안하고 군사적 신뢰 구축은 거북이 걸음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의 군비 경쟁이 오히려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남한의 국방비 대폭 증액과 북한의 핵실험을 든 것이다. 결국 정상회담을 열어 경제·문화 중심의 남북관계를 핵문제와 군축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평화의 단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제1차 정상회담의 실행기구라고 할 수 있는 남북 장관급회담은 지난해 7월까지 모두 19차례가 열려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남북 양쪽이 ‘원천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는 거의 의견 접근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장관급회담 때마다 ‘정치적 장벽’으로 혁명열사릉 등 남쪽 방문객 참관지 제한 해제, ‘제도적 장벽’으로 북방한계선(NLL) 문제 등을 거론해 왔다. 남쪽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군사적 신뢰구축’을 촉구했다. 합의문은 얼버무린 상태로 나오곤 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최고당국자만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북한체제의 특성을 볼 때, 실무회담을 백번 하는 것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한번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북핵 문제의 포괄적 해결을 위해서도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은 제기된다. 남북관계 수준과 대화 채널을 한 단계 높인 뒤, 이를 지렛대 삼아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한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 13일 6자회담 합의로 북핵 문제는 ‘행동’ 단계로 넘어갔지만 실제 이행 과정에서는 많은 장애물이 나타날 것”이라며 “6자회담을 빨리 진척시키기 위해서라도 남북 최고 당국자간에 ‘통큰’ 결단과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 임기 안에 정상회담의 정례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영삼 정권의 정상회담 추진에서 보듯이,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차기 정부에서도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건너 뛸 경우 다음 정권이 정상회담을 개최할 명분도 약해질 뿐 아니라, 북한을 정상회담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는 ‘징검다리론’이다.

문제는 남북 당국자들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북한에 대한 조건없는 제도적·물질적 지원 의사를 밝힌 ‘몽골 발언’을 전후해 정상회담에 강한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의욕이 꺾였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다만, 이번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 이행 초기조처’에 합의하는 등 상황이 달라진 만큼 노 대통령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 당국도 지금까지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여왔다. 북한은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특사 방문 때 서울 답방 촉구 △지난해 4월 평양 장관급회담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조명록 특사 초청 요청 등 남쪽의 정상회담 제의에 딱부러지는 답을 주지 않았다.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서는 북한 정권도 ‘정치적 계산’을 벗어나 ‘민족적’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2000년 6월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당시 대통령(오른쪽)과 영접나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서로 다가서고 있다. 평양/청와대사진기자단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2000년 6월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당시 대통령(오른쪽)과 영접나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서로 다가서고 있다. 평양/청와대사진기자단

‘대선 활용’ 오해 풀고 지원 투명하게

풀어야 할 쟁점

연내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기까지는 곳곳에 암초가 놓여 있다. 회담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설사 남북이 회담 개최에 합의하더라도 쟁점이 될 사안이 적지 않다.

대선 활용론=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정상회담이 여권에 의해 대선에 활용될 수 있다며,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그러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이 남한 사회에 끼친 파장을 해소시키는 것은 중요한 국가관리 임무”라고 강조한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지난 6일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6자회담을 보완할 수 있고 핵문제 해결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대통령으로서 자기 역할과 책무를 다해야 한다”며 정상회담 개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방북처럼, (정부가) 한나라당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제안을 내놓았다.

추진과정 상세 공개 논란
‘제3국 개최’ 현실성 떨어져

투명한 절차=전문가들은 제2차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2000년 1차 정상회담과 달리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추진 과정의 투명성’과 ‘지원의 투명성’은 분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선 추진과정의 경우, 과정 자체를 상세하게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교는 상대방이 있는 문제인 만큼, 준비 도중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원과 관련해, 김 교수는 “2000년 정상회담 때와는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이나 규모는 국내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면서도 “대부분 그동안 공개된 것들이라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국 개최론=2000년 1차 정상회담 개최 과정에서 막판까지 쟁점이었던 ‘금수산 기념궁전’ 참배 등을 피해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일부에선 ‘제3국 개최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 2004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직전, 테이무라스 라미쉬빌리 당시 주한 러시아 대사가 “북핵문제의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 남북한과 러시아 3자가 참여하는 정상회담을 주선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적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의 문제를 책임지는 양쪽 최고당국자가 ‘한반도 밖 제3국’에서 만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게 단점이다. 1차 정상회담 때도 ‘제3국론’이 검토됐으나, 이런 이유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제=한반도 평화체제가 핵심 의제로 놓일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속에서 북핵문제와 남북한 군사신뢰구축, 종전선언 따위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북한에 대규모 경제 인프라 구축과 같은 경제지원 방식도 의제로 올라올 수 있다.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나, 군국포로 및 납북자 문제를 다룰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문제를 한번의 만남으로 단박에 풀 수는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큰 틀의 로드맵에 대한 합의와, 첫 단계 조처를 이행하기 위한 기술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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