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리포트 /
지난 8일부터 2007학년도 대입 2학기 수시모집이 실시됨에 따라 학생들은 지원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전체 대입에서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봤을 때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정작 수험생 입장에서는 2학기 수시가 썩 달갑지만은 않다. 2학기 수시는 1학기 수시와는 달리 수능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다가 주로 논·구술, 적성검사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학교에서는 이를 가르쳐주지 않아 따로 공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학원을 다니는데 따르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한 논술학원은 1회 첨삭강의에 7~13만원 정도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소부터 학생들에게 논술 등을 가르쳐 주고 있는 곳이 있어 관심을 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꿀맛닷컴(kkulmat.com)이 그것이다. 이곳은 서울시내 초중고 교사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는 ‘사이버 공부방’이다. 이 홈페이지의 논술코너에 학생이 논술한 글을 올리면 첨삭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료 또한 제공받을 수 있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서 하루에도 수만 명의 학생이 꿀맛닷컴을 찾는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최경채 교사(상문고 국어과)는 “논술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교사가 직접 첨삭을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평소 알고 지내는 학생의 글을 첨삭해줄 수 있어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지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교사 학급의 학생인 박필승(19·3학년)군은 “학교 선생님 한 분이 수백 명의 글을 첨삭해주어 걱정이 되었지만 오히려 논술학원보다 더 꼼꼼하고 유익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문제는 이렇듯 교육청이나 학교에서 해주는 부분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는 논·구술 교육을 하기 보다는 정시에 맞춰 문제집 풀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은 시간을 빼앗긴다는 이유로 웬만한 규모의 대회가 아니고는 논술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도 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시간, 인력상의 문제를 들어 논술과 같은 과목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학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이중적인 태도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공교육은 국어, 영어, 수학 등 소위 ‘주요과목’이라 불리는 과목에 편중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면, 입시가 아닌 학생 개인의 역량을 증가시키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면 논술이나 구술과 같은 과목에도 많은 시간과 인력을 할애하여 학생들이 학교 수업만으로도 대입시험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해야 하지 않을까?
글·사진 이동수/1318리포터, 서울 상문고 3학년 nak-cor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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